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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만점 가을전어

▲ 전어가 체철이다
ⓒ 맛객

가을 회의 대표주 전어. 가을에 고소함이 절정인 전어, 언론에서는 너도나도 가을전어 예찬으로 우리들을 괴롭게 한다. 그 시기도 갈수록 빨라져 올해는 여름이 채 끝나지도 않은 8월부터 전어타령이다. 예찬수준을 넘어서 호들갑 떤다는 말이 딱 맞다.

사정이 이러니 미식가나 주당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전어가 먹고 싶어진다. 성미 급한 행동대원들은 전어를 찾아서 남해로 서해로 횟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분주하다. 훔쳐 먹는 사과 아니, 전어가 맛있을까? 개념 없는 분들은 시화호에서 불법으로 전어 잡이에 열을 올린다.

요즘은 인사도 “가을전어 맛 보셨습니까?” 이다. 이쯤 되면 전어를 가을의 진미라 부르는데 손색없고, 거기에 이의를 다는 이 없다.

전어에 붙은 수식어는 허위과장광고?

▲ 전어는 가을의 고소함이다. 뼈째 썬 전어
ⓒ 맛객

전어는 참 행복한 생선이다. 전어에 관련된 찬사가 유독 많기 때문이다. 그 만큼 맛이 좋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연 그럴까? 여기서 의문을 가져보지 않을 수 없다.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그때는 그토록 맛있다는 전어가 왜 인기가 없었을까? 그 당시 만원 주면 전어를 한 대야 가득 가져왔다고 하니, 천한 값에 팔리는 생선은 전어였다. 별로 거들떠보지도 않던 이 전어라는 생선에 온갖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 놓았으니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냉정하게 판단하면 전어대가리에는 깨가 서 말 들어있지 않다. 전어 굽는 냄새 맡고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오지도 않는다. (며느리가 돌아왔다면 가을에 돈이 모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자살 하려던 사람이 전어 굽는 냄새를 맡고 마음을 돌렸다는 말도 들리니 그 과장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과장이 심하다 보니 인기 없는 전어를 팔아치우기 위한 일종의 상술, 허위과장광고라는 생각이 든다.

과장광고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드디어 공급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덕분에 가격도 올라 광어 우럭을 추월하기에 이른다. 만만한 게 전어라는 인식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다. 인생역전, 가을의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은 전어는 생선계의 신데렐라가 되었다.

제철에 난 자연산, 제대로 조리, 제대로 먹기

▲ 전어회 한 접시
ⓒ 맛객

전어의 참맛은 3박자에 있다. 무슨 얘기인가? 제철에 잡은 자연산 전어를 제대로 조리해서 제대로 먹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전어 명성만 믿고 가을전어 맛보고자 아무데나 갔다간 실망감만 잔뜩 먹고 오기 쉽다. 맛객(글쓴이) 역시 전어를 먹으러 가서 별 맛도 못 느끼고 온 적 한 두 번 경험한 게 아니다.

전어가 맛없어서? 아니면 먹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누가 뭐래도 전어의 참 맛은 고소함에 있다. 전어를 먹고 만족했다면 고소함을 경험했다는 말이 된다. 우리라고 못할까? 그 맛의 핵심으로 접근해 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좀 까탈스럽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구이도 좋지만 좀 있다 다루기로 하고 일단 전어회를 예로 든다.

▲ 전어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깻잎 반 장, 전어회, 마늘,고추, 집된장이 필요하다
ⓒ 맛객

전어회, 깻잎, 재래된장, 마늘, 고추만 있으면 전어회를 맛나게 먹는다. 테이블 위에 초장과 상추가 있다면 과감하게 내려놓길 바란다. 상추는 전어의 비린내를 돋구고 느끼함을 전달해준다. 식초는 잘 알다시피 고소함과 상극이다. 식초가 들어간 초장 역시 그렇다. 상추나 초장은 전어의 고소함을 죽이는 일등공신이기 때문에 자리에서 빨리 없애야 한다.

전어는 깻잎과 잘 맞는다. 깻잎은 고소하지만 향이 진하다는 단점이 있다. 자칫, 전어 맛은 구경도 못하고 깻잎 맛만 느낄 소지가 다분하다. 그럴 때는 깻잎 한 장을 반으로 찢으면 된다. 깻잎 반장에 전어 몇 점을 올린다. 포를 뜬 게 아니라 반드시 뼈째 썰기 한 놈이어야 한다.

그 다음에 순수한 재래된장(일반적으로 나오는 누리끼리한 쌈장이 아니다) 을 올리고 마늘 반쪽, 매콤한 고추 한 조각 이면 쌈은 완성된다. 입에 쏙 넣고 천천히 씹으면서 그 맛을, 그 고소함을 음미해 보라.

맛이 어떤가? 고소함이 느껴지는지? 깻잎의 향은 전어의 비린내를 감추고 고소함을 살려주지 않는가? 지방의 느끼함은 마늘이 해치우고 고추는 감칠맛을 살려 내준다. 된장은 이 모든 재료가 가진 개성을 조화롭게 해 주어 전어의 맛을 최상으로 이끄는 역할을 다 한다. 이것이 전어회의 참 맛이다.

▲ 육질에 번지듯 감도는 붉은 빛이 참 아름답다, 자연산 전어
ⓒ 맛객

전어 대가리보다 고소한 전어 굽는 냄새

어제 정덕수 시인과 택시를 탔다. 사당동 어디쯤 지나가는데 순간 고소한 냄새가 택시 안으로 들어왔다. 곧바로 정 시인이 한마디 한다. “어디서 전어 굽나보다.” 전어구이 냄새가 참 고소하게 다가왔다. 만약 전어가 아니고 다른 생선이었다면 이처럼 고소했을까? 전어는 가을의 고소함이다.

전어의 고소함은 맛보다 냄새에 있다. 그래서 궁극의 전어 맛을 보려면 구워야 한다. 전어 대가리에 깨가 서 말? 전어 굽는 냄새에는 깨가 열 말도 넘는다. 대가리가 몸통보다 고소한 이유도 전어 구울 때 나는 연기를 가장 많이 흡수한데 있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은, 전어의 맛을 강조한다지만 전어 굽는 냄새는 멀리서도 그 고소함을 맡을 수 있다는 말뜻이 아닐까.

▲ 알루미늄지를 깔고 굽는다면 굳이 전어를 먹을 이유가 없다. 차라리 살점이 많은 고등어나 삼치를 먹고 말겠다
ⓒ 맛객

전어를 구우면 자글자글 익으면서 기름이 불에 떨어진다. 이때 불포화지방산이 연소되면서 연기가 피워나고 연기를 맡은 전어는 고소한 맛으로 변신을 한다. 때문에 전어는 연탄이나 숯불에 구워야 한다. 그런데 가스 불에 굽는 집도 있다. 것도 모자라 알루미늄지를 깔고 전어를 구워 맛을 망치는 집도 있는데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작년에 소래포구에서 전어구이를 주문했다. 그때 그 맛은 기억에서 영원히 지우고 싶다. 푸석한 살점과 말라 비틀어 진 듯 수분하나 없는 전어구이. 그건 그렇다손 치고 대체 고소함은 어디로 달아났단 말인가? 미리 구워놓은 전어가 문제다. 바쁠 때를 대비해서 미리 구워놓았다가 손님이 주문하면 살짝 데워서 내 주는 전어구이. 사람이 준비성도 좋다지만 제발 전어만큼은 미리 구워놓지 말기를 바란다. 맛도 향도 다 놓친다.

고기 먹을 줄 아는 사람은 남이 구워준 고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불편을 무릅쓰더라도 굽는 일을 자처한다. 직접 내 손으로 구워먹는 맛과 남이 구워준 고기를 집어먹는 맛은 하늘과 땅차이다. 고기를 굽는다는 행위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감각) 등 오감을 총 동원 하는 일이다. 고기가 맛있을 수밖에 없다.

전어 역시 마찬가지다. 전어구이 먹고 어디 가서 “깨가 서 말이더라” 자랑하려면 자기 손으로 직접 구워서 먹어야 한다. 전어를 구우면서 나는 냄새를 맡아야 고소함이란 무엇인지 알게 된다.

▲ 전어는 연탄이나 숯불에 직화구이를 해야한다
ⓒ 맛객

수원 어딘가에 가면 식당 밖에 20여개의 연탄화덕이 놓여져 있다. 저녁만 되면 여기저기서 전어 굽는 냄새가 피워 오른다.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다보면 고소함의 바다에 빠지는 기분이다. 다 구워진 전어는 고추냉이 간장도 필요 없다.

그냥 머리부터 먹어가면 된다. 만약 젓가락으로 살점을 발라먹는 깔끔쟁이가 있다면 손으로 들고 뼈까지 씹어 먹으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자. 말 안 들으면 큼직한 삼치구이 하나 시켜주면 된다.

벌교에서 올라온 자연산 전어

▲ 자연산 전어 한 접시, 냉장숙성시켜 시원하면서 사르르 녹는다
ⓒ 맛객

전어는 서해와 남해로 나뉜다. 서해 사람은 서해산 전어가 맛있다고 하고 남해는 반대다. 객관적으로 따지면 남해산 전어를 더 쳐준다. 할동량이 많아 육질이 탄탄할 뿐 아니라 지방질이 뭉쳐있지 않고 몸 전체에 골고루 퍼져 고소한 맛이 더 난다. 수도권에서는 남해 산 전어를 구경하기 힘들다. 대부분 서해에서 난 양식이기 때문이다.

원미구청 옆에 위치한 진화장은 벌교음식 전문점이다. 재료의 대 부분을 벌교에서 공수해 온다. 새조개, 키조개, 참꼬막, 피조개, 매생이, 짱뚱어 등 요즘에는 전어가 주로 올라온다. 갓 잡은 자연산 전어를 냉장시켜 올라오면 손질을 해서 냉장고에 넣어 숙성을 시킨다. 전어회 한 접시에 3만원 이지만 마리당 3000원에도 팔기 때문에 3마리나 5마리 주문해도 된다.

육질 전체에 퍼져있는 옅은 붉은 빛깔이 참 곱다. 깻잎에 마늘과 고추를 얹고 깨와 참기름 넣고 버무린 된장에 먹으면 시원하면서 쫀득한 맛이 활어전어와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고소하면서 사르르 녹는 맛은 숙성 가을전어의 진맛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비린내도 거의 나지 않는다.

수족관에서 살아있는 전어를 잡는 게 비린내는 덜 할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좁은 수족관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벗겨진 비늘로 인해 물 자체가 비린물이기. 때문에 잡자마자 냉장시킨 숙성전어회가 훨씬 맛도 좋고 비린내도 없다.

전어에 대한 수식어는 과거의 전어를 말한다

전어에 대한 찬사는 허위과장광고라고 했지만 사실 요즘 전어를 말한 측면이 강하다. 재료를 제대로 갖춰 내 놓는 집도 드물고, 대충 아무렇게나 먹는데도 문제가 있다. 또 양식 전어를 먹으면서 전어 맛을 논한다는 자체가 낮 뜨겁기만 하다.

전어는 자연산이란 인식이 강하지만 몇 해 전부터 양식전어가 유통되고 있다. 양식이 힘들다고 하지만 전어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양식이 가능한 어종이다. 다만 낮은 가격으로 채산성이 떨어지기에 양식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전어를 찾는 이가 많아지고 가격도 오르자 전어 양식에 손대는 데가 많아졌고, 올해는 전년대비 10배가 넘는 전어가 유통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도시 수족관에 있는 전어를 보면서 이게 자연산일까 양식일까? 쓸데없는 시간낭비는 하지 말자.

▲ 양식은 배가 볼록해서 전체적으로 둥근 타원형을 하고있다
ⓒ 맛객

▲ 자연산 전어는 날렵한 모양새다
ⓒ 맛객

수족관에서 은빛 찬란함을 자랑하며 생동감 있게 헤엄치는 전어는 거의 대부분 양식이라고 보면 된다. 자연산은 도심의 수족관에서 버텨내지를 못한다. 양식전어는 자연산에 비해 배가 아래로 처져서 전체적으로는 넓적해 보인다. 움직임은 적은 반면 배합사료를 먹고 급성장 해서 그렇다.

그렇다면 자연산 전어와 양식전어에 맛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닭과 소를 예로 들어보자. 닭은 먹기 불편해서 그렇지 목 부위 살이 가장 맛있다. 소 역시 꼬리가 가장 맛있다. 고기는 운동량이 많은 부위일수록 맛있다, 전어도 다르지 않다.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면서 주는 먹이나 먹는 전어와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직접 먹이를 해결하는 자연산 전어의 맛이 같을 수는 없다.

맛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다면 육질을 보면 안다. 양식은 등 쪽에 붉으스름한 지방부위와 육질의 구분이 선명하지만 자연산은 구분이 모호하다. 자연산 전어는 붉은색이 육질에 파스텔톤처럼 감돈다. 한 눈에 보더라도 아름다운 느낌이 난다. 양식전어가 약간 물른 느낌이라면 자연산은 탄탄하다. 식감이 좋다는 얘기다.

전어는 내장째 구워야 진정한 맛이 있다. 배를 갈라 내장을 버리고 굽는 전어구이에는 맛의 영혼이 빠져나간다. 앙꼬 없는 찐빵은 맛이 없다. 그렇다고 내장째 구워달라고 말하기도 꺼림칙하다. 그게 양식전어라면 배합사료가 든 내장까지 먹을 자신은 없지 않은가.

여기서 이 글을 쓰게 된 원론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전어, 과연 가을의 진미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골아이> <미디어다음>에도 송고합니다
업소 정보는 blog.daum.net/cartoonist 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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