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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28일 오전 8시15분]

▲ 하얀 수염 같은 이것이 꽃일까요?
ⓒ 김민수
꽃이 있는 줄도 모르는 식물들이 많습니다. 무화과만 해도 우리는 꽃이 없어 무화과인 줄 알지만 열매 속에서 꽃이 피기 때문에 꽃을 볼 수 없어 무화과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랍니다.

율무는 율무차로 잘 알려진 식물입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율무를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삶이 자연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보던 것, 그것들이 우리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사람들의 잘못입니다.

▲ 요것이 꽃이겠지요.
ⓒ 김민수
율무는 잘 익으면 검은빛이 나는데 율무차의 가루는 은은한 아이보리색입니다. 겉은 비록 까맣게 탔어도 속내만큼은 하얀색을 닮은 은은한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 은은한 마음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멜라닌 색소가 피부에 침착하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율무로 만든 화장수나 팩을 이용하면 피부가 맑아진다고 합니다.

이러면 여성분들 눈이 번쩍 뜨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 땅에서 나는 것들 모두가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각종 보약들이 가득하다고 합니다. 단지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아주 유명한 것들(예를 들면 산삼, 영지버섯 등)만 알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우리 몸에 유익한 것들을 골고루 먹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면 피부미인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요.

▲ 어릴적 둥근 것은 실에 꿰어 목걸이도 만들고 팔찌도 만들었지요.
ⓒ 김민수
벼꽃을 본 적은 있습니다. 어릴 적 논에 들어가 메뚜기를 잡을라치면 어른들이 "이놈들 벼꽃 떨어진다!" 호통을 치셨기에 꽃 같지도 않은 저것이 꽃이구나 알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오늘에서야 율무의 꽃이 나에게도 보였습니다. 벼꽃보다는 제법 큽니다. 어릴 적 실로 꿰어 목걸이와 팔찌를 만들며 놀기도 했고, 베개 속에 넣기도 했던 둥글둥글한 율무, 염주와 닮은 모양이지요. 그래서 율무를 보면 스님들의 염주가 연상이 되기도 합니다.

ⓒ 김민수
우리네 조상은 곡물의 가루를 잘 이용했습니다. 각종 곡물들은 가루로 만들어 유용하게 사용했던 것이지요. 무엇이든 가루로 만드는 재주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 음식들도 다양하고요.

어릴 적에만 해도 율무를 제법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율무의 둥글둥글한 것이 제법 딱딱하게 익으면 그걸 따다 실에 꿰어 목걸이도 만들고 팔찌도 만들었습니다. 누님들에게도 선물했지만 정말 주고 싶었던 아이는 동네에 사는 여자 친구였을 것입니다. 지금은 이름도 잊은 어린 시절의 여자 친구지만 어린 시절 소꿉놀이를 했던 기억들은 아련하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꽃을 피우는 이유, 꽃이 없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들의 목적은 열매를 맺는 데 있기에 치장하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때론 화려하고 향기로운 향기를 갖는 것 역시도 생존전략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피부를 아름답게 해주는 성분이 풍부하다고 하니 자신은 비록 못생긴 꽃을 피우지만 다른 이들을 통해서 아름답게 피어나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나 봅니다.

ⓒ 김민수
미안하다
오늘에서야 너도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알았구나
그래, 기특하다
매일매일 보아도 그냥 지나쳤건만
실망하지 않고 기어이 나와 눈맞춤을 했구나
솔직히 예쁘진 않더라
작아서 담기도 힘들더라
그런데 말이다
예쁘지도 않고 담기 힘든 꽃이라도 실망하지 마라
너도 꽃이 있음을 알았으니
너를 볼 때마다 꽃이 피었나 볼 터이니……

(자작시-율무)

덧붙이는 글 | 초고 기사에서 율무를 귀리로 착각을 했습니다. 이름에 혼동이 왔는데 댓글지기님들이 알려주시기 전까지도 철썩 같이 귀리로 믿고 있었습니다. 알려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율무와 관련된 추억들을 귀리라고 생각하고 썼기에 내용의 변동이 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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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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