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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와를 얹을 때 황토를 기왓장 밑에 깐다. 황토는 단단하게 기와를 잡아주고 곡선을 만들 수 있으며 단열효과도 뛰어나다.
ⓒ 윤형권
골조를 세우고 황토벽돌로 벽체를 만든 다음 기와를 올렸다. 대개는 골조를 세우고 곧바로 지붕을 올리는데, 골조를 올릴 때까지도 기와의 종류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순서가 뒤바뀌었다.

기와를 선택하기까지는 진통이 컸다. 한옥구조에는 기와가 제격인데, 기와를 얹으려면 지붕의 구조를 단단히 해야 한다. 흙으로 구운 한식기와의 무게는 평당 600㎏이나 된다고 한다. 전통적인 한옥의 지붕은 서까래를 걸고 그 위에 송판이나 피죽을 깐 다음 흙을 받고 기와를 얹었다.

'왜 한옥을 지을 때 지붕을 무겁게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서양식 목조주택의 경우 가벼운 서까래에 합판을 얹고 '아스팔트 싱글'이라는 아주 얇고 비교적 가벼운 지붕을 만든다.

한옥의 지붕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어느 와공(기와 전문가)으로부터 들었다. 한옥의 구조는 못을 쓰지 않고 끌로 구멍을 파서 나무와 나무를 끼워 맞췄기 때문에 위에서 내리누르는 힘이 있어야 견고하다고 한다. 우리 한옥이 수백 년 동안 모진 풍파에도 견뎌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요즘엔 기와의 종류도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선택의 고민도 커졌다. 흙으로 구은 전통한식기와는 암키와와 수키와가 각각 있다. 그런데 근래에는 암수기와가 하나로 된 '일체형기와'가 많이 쓰인다. 특히 시멘트로 만든 기와는 거의 대부분이 일체형기와다. 일체형기와는 암수기와가 한몸인 만큼 전통한식기와에 비해 평당 무게가 1/4도 채 안된다. 기와의 가격도 시멘트기와가 전통한식기와에 비해 1/5 정도로 싸다.

'건강한 내 집 짓기'에서 선택한 기와는 한옥의 멋을 살리고 무게가 가벼운 일체형인 시멘트기와를 선택했다. 그런데 시멘트기와를 쓰려니 시멘트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한참을 망설였지만 결국 시멘트기와를 선택하게 된 것은 경제적인 문제를 감안한 지붕구조의 설계에 따른 것이다. 전통한식기와의 엄청난 무게를 감당하려면 지붕의 골조를 단단히 해야 하는데, 그러자니 건축비가 상당히 상승하게 된다.

시멘트기와는 한식기와처럼 불에 굽지 않으므로 기와형태가 일정해 하자가 적다고 한다. 기와를 찍은 후 1년이 넘는 것을 선택했다. 시멘트의 양잿물기가 좀 빠진 것이라야 페인트가 잘 스며들기 때문이다. 기와를 얹고 나서 생각하니 시멘트기와로 정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멘트기와를 생산하는 업체가 전국적으로 많다. 하지만 기와를 찍어내는 틀이 저마다 다르고 특히 모래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기와의 질에 결정된다. 또 기와를 얹는 와공의 경력과 솜씨에 따라 지붕모양이 크게 달라진다. 똑같은 가위를 갖고 헤어디자이너의 실력에 따라 머리 모양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과 같다.

▲ 유성기와 유만식 사장. 대표적인 '충청도 아저씨'다.
ⓒ 윤형권
부여에서 대천을 가다보면 '유성기와'라는 기와공장이 있는데, 시멘트기와로는 전국적으로도 알아주는 곳이다. 유성기와 유만식(62세) 사장은 대표적인 '충청도 아저씨'다. 유만식 사장의 푸근한 인상처럼 기와도 순하게 생겼다. 문화재수리전문위원인 유 사장은 50년간 기와와 함께 살아 왔다.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성기와의 비결에 대해 "백마강 모래가 좋아서 그런가?"라며 겸손한 웃음을 활짝 편다.

기와를 얹을 때는 지붕의 곡선을 만들어낸다. 서까래를 걸며 곡선을 잡는데, 지붕의 끝과 끝에서 두 사람이 동아줄을 잡고 적당히 늘어뜨린 다음 그 선에 따라 곡선을 만들었는데 이를 '현수곡선'이라고 한다.

지붕의 골조를 세울 때 어느 정도 곡선을 만들었으면 기와를 얹으면서 좀더 세밀하게 곡선을 만든다. 황토로 기와를 얹을 때는 황토와 짚을 이겨 수박덩어리만하게 만들어 기왓장 밑에 붙인다. 이렇게 흙을 사용하면 곡을 만들 수 있을 뿐더러 단열효과도 뛰어나다.

기와를 얹고 나니 비로소 한옥다운 집이 되었다.

▲ 집 뒤에서 본 기와지붕
ⓒ 윤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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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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