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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를 10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셋째주 외국 사례에 이어 넷째주에는 국내로 눈을 돌려 봅니다. 자전거 도시로 유명한 경북 상주, 서울 송파구를 비롯, 인천, 대전, 안양의 자전거도로를 통해 우리나라 자전거문화의 현주소를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 독일 베를린 중앙역에서 자전거를 끌고 온 노부부가 기차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근 고유가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부쩍 늘고 있다. 또 지난 6월 12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차량 요일제는 많은 시민들의 눈을 대중교통과 자전거로 옮겼다.

자전거는 그 자체로 훌륭한 교통수단이다. 공해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고 넓은 도로와 주차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5km 이내의 단거리뿐만 아니라 그 이상도 지하철 및 버스·기차·비행기와 연계해서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이런 상황에도 자전거 관련 시설과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전용도로는커녕 인도 위에 임의로 설치된 자전거 도로에는 불법주차와 각종 장애물이 즐비하고 지하철역 주변에는 보관대와 횡단보도 등 관련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이것은 행정당국이 자전거를 취미나 레저 수단 정도로 여기고 교통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법과 정책, 행정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회원모임인 '푸른자전거', 대전 대성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교통수단으로써 자전거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자전거 관련 지하철 환경을 조사했다.

조사는 올봄 개통한 대전지하철 12개역 전 구간의 자전거 시설 및 이용 실태를 비롯하여 지하철역이 있는 교차로와 연계되어 있는 도로(인도) 일대의 인도 폭 및 자전거 도로 폭·상태 및 자전거 보관 대수와 상태 등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또한 지하철역이 있는 교차로와 인근 도로 횡단보도 설치 상태, 지하철역과 통하는 주요 도로(인도) 보도턱·불법주차·장애물 등 연계성을 조사하였다.

보도턱·불법주차... 그래도 가능성은 높았다

▲ 일본 오사카 역 주변(왼쪽), 대전시 지하철역 주변(오른쪽)
ⓒ 대전충남녹색연합
조사 결과 대전시 지하철역은 대부분 보도턱, 불법주차 등으로 자전거를 이용하기 불편하고 연계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약간만 개선한다면 이용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

연계성이 가장 안 좋은 역은 교차로에 횡단보도가 없는 대전역과 중앙로역이었다. 이 두 역은 보도턱 수가 제일 많을뿐더러 불법주차 및 장애물이 많아 자전거 타기가 거의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반면 연계성이 좋은 역은 시청역, 정부종합청사역, 서대전역, 대동역, 판암역 등이었다.

12개 역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의 자전거 도로 폭은 평균 1.23m, 인도 폭 평균은 4.44m로 일정 폭이 확보되어 있지만 인도의 주인인 보행자와 보도턱 및 불법주차, 불법간판 등 각종 시설과 장애물 때문에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전거 도로 및 인도폭이 넓은 곳은 탄방역, 판암역, 오룡역, 시청역 등이고 폭이 좁은 곳은 대동역, 대전역, 중앙로역, 중구청역 등이다.

도심의 대전역과 중앙로역, 중구청역은 인도폭이 좁고 자전거 도로도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나 도심 자전거 이용이 매우 불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탄방역은 인도 폭은 넓으나 불법주차, 장애물들이 많아 통행이 불편했다.

지붕 있는 자전거보관대 24.9%... 안내판이 없네

▲ 일본 오사카 자전거 보관대(왼쪽), 대전시 대동역 주변 자전거 보관대(오른쪽)
ⓒ 대전충남녹색연합
자전거 보관대는 지하철역 주변에 총 1422개가 설치되어 있고 지붕이 있는 보관대는 총 355개로 24.9%였다. 자전거 보관대가 많이 설치된 역은 시청역, 서대전역, 정부종합청사역, 중구청역, 중앙로역 등이고 적게 설치된 역은 판암, 탄방역, 신흥역, 용문역, 대전역 등이다.

또한 장시간 자전거를 보관하도록 지붕을 설치한 보관대는 시청역, 정부종합청사역, 신흥역, 판암역에 많이 설치되어 있었고 대동역, 대전역, 중앙로역, 중구청역, 오룡역, 용문역 등은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자전거 보관대를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안내판은 어떤 역에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시민들이 자전거 보관대를 찾기 어려웠다.

자전거 보관대는 대부분 지하철역 출입구 근처에 있지만, 자전거가 세워져 있지 않으면 위치를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지하철역 출입구에서 멀리 떨어져 후미진 곳에 있는 자전거 보관대는 찾기가 매우 어려워 안내판 설치 필요성이 매우 크다.

일본에서는 지하철역 주변에 수많은 자전거 보관소가 있는데 대부분 안내 간판과 표지판이 있어 자전거와 지하철을 연계해 이동하는 시민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자전거 시범도로가 조성된 대동역엔 자전거 횡단보도가 만들어져 있었고 사선형 자전거 보관대도 일부 설치되어 있었다.

관공서 주변역이 시설 좋아... 도심 지역은 열악

▲ 일본 오사카시 지하철역 주변 횡단보도(왼쪽), 대전 중앙로역 주변 보도턱 높이가 20cm를 넘는다.(오른쪽)
ⓒ 녹색연합
대전 지하철역 주변 자전거 도로 및 인도 환경, 자전거 보관대, 연계성 등 본 조사를 종합한 결과 자전거 이용 및 연계 가능성이 제일 높은 역은 둔산 신시가지에 있는 시청역으로 나타났다.

시청역은 인도가 넓고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을뿐더러 자전거 보관대와 지붕형 보관대도 제일 많이 비치되어 있다. 또한 보도턱이 전혀 없으며 보도턱 및 불법주차 등 장애물도 전혀 없어 제일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다음 우수한 역으로는 판암역, 대동역, 서대전역, 정부종합청사역 등이었다.

반면 자전거 이용 및 연계 가능성이 가장 낮은 역은 도심에 있는 대전역이었다. 역 주변 교차로에 횡단보도가 없을뿐더러 인도 환경이 좁고 복잡했다. 관련 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지 않고 보도턱 등 장애물이 가장 많아 제일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 다음 안 좋은 역은 중앙로역, 중구청역, 탄방역, 용문역 등이었다. 중앙로역 또한 횡단보도가 전혀 없고 장애물이 많아 낮은 평가를 받았고 중구청역은 인도 및 자전거 도로 환경이 열악하고 장애물이 많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시청역과 정부종합청사역 등 새로 들어선 관공서 주변 역들이 자전거 도로와 보관대 등 시설이 잘 정비되고 연계성이 좋아 자전거 타기가 좋았다. 반면 대전역, 중앙로역, 용문역 등 도심지역은 시설 및 연계성 부족으로 자전거 타기가 매우 열악한 환경이어서 도심지역 자전거 이용 환경 개선이 매우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보도턱만 없애도...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조사 결과와 함께 자전거 교통 활성화를 위한 8가지 구체적인 개선 대책을 내놓았다.

▲자전거 보관소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간판 및 안내판 설치 ▲자전거 보도턱 없애기 ▲사선형 보관대 설치 ▲지붕이 있는 자전거 보관대 설치 ▲횡단보도 설치 ▲인도 위 불법주차 단속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게 할 것 ▲자전거 교통 담당 공무원 배치 등을 제안하였다.

▲ 독일 베를린 시내에 설치된 자전거 전용 도로 표시.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부와 자치단체는 고유가와 기후변화 대응, 도심 대기질 개선, 교통문제 해결 등을 위해 자전거 교통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철도, 지하철,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과 자전거의 적극적인 연계를 통해 자전거 교통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중장기적인 대책으로 자전거 관련 정책과 행정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고 자전거 정책을 교통정책과 함께 수립해야 한다.

더불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보도턱을 없애고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것이다. 보도턱을 완전히 없애고 횡단보도만 제대로 설치되어 있어도 자전거 타기는 한결 수월해진다. 이는 자전거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끄는 주부와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꼭 필요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 대전 지하철 노선도. 대전역 등 도심 지역보다 둔산 신시가지에 들어선 시청역, 정부종합청사역 등의 자전거 연계성이 높았다.
ⓒ 대전도시철도공사

덧붙이는 글 | 양흥모 기자는 대전충남녹색연합 생태도시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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