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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기 초의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덕흥리 고분에는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벽화가 남아 있다. 이 설화는 중국과 일본에도 남아 있으며, 이 두 나라도 음력 칠월 칠일을 명절로 지내고 있다. 이것으로 보아, <견우와 직녀> 이야기는 <선녀와 나무꾼>처럼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에 전해지는 아주 오래된 설화임을 알 수 있다.

이 두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 외에도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 특히, 이야기의 모티브가 아주 비슷하다는 점이 아주 흥미롭다. 이 이야기는, <선녀와 나무꾼>의 모티브와 비슷하게 옥황상제의 딸인 직녀와 소를 모는 평범한 목동인 견우가 신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었으나 결국에는 서로 헤어진다는 구성을 하고 있다.

<견우와 직녀> 이야기는 어쩌면 <선녀와 나무꾼>과 똑같은 이야기를 서로 다른 스타일로 풀어내고 있는지 모른다.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해 주는 근거를 중국에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차이나 라디오 인터내셔널이 전하는 중국판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견우는 원래 민간의 한 고아였다. 어느 날 하늘의 직녀가 많은 선녀들을 데리고 인간 세상에 내려와 놀면서 은하에서 목욕했다. 견우를 위해 밭일을 하던 소는 견우가 직녀의 옷을 감추게 하고 직녀가 견우의 처로 되게 했다.

결혼 후 남자는 밭일을 하고 여자는 천을 짰으며 일남일녀를 낳아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좋은 날은 오래 못 갔다. 인차 이 일을 알게 된 천제는 왕후를 인간 세상에 내려 보내어 직녀를 데리고 하늘로 올라갔으며 사랑하던 부부는 그만 헤어지게 되었다.

목동은 하늘에 올라갈 수 없었고 그 후 소는 자기의 껍질을 바쳐 견우가 하늘로 올라가게 했다. 견우가 하늘에 올라가 직녀를 거의 따라잡을 때 왕모 왕후가 금비녀를 흔들자 하늘에 난데없던 은하수가 나타나 그들을 두 켠에 갈라놓았고 그들은 울기만 하였다. 후에 그들의 사랑은 천제를 감동시켜 7월 7일 까막까치들이 은하수에 다리를 놓고 그들이 서로 만나게 했다."


▲ <견우와 직녀> 책표지
ⓒ 계림닷컴
이 중국판 <견우와 직녀>이야기를 통하여, 직녀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였으며 고아이자 목동이었던 견우는 소의 도움으로 직녀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무꾼이 목동으로, 사슴이 소로 바뀌었고, 두 사람이 결별하게 되는 이유가 옥황상제의 분노 때문이었다는 것 외에 다른 점이 없다.

사실, <선녀와 나무꾼>과 <견우와 직녀>는 어느 남녀의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풀어내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선녀와 나무꾼>이 결별의 원인을 두 사람의 불화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견우와 직녀>는 두 사람의 이별의 이유가 옥황상제라고 하는 제 삼자의 분노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옥황상제의 분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서로 헤어져야만 했던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는 우리 민족의 뜻과 관계없이 한국전쟁과 분단을 경험한 우리의 현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 전쟁이 소련이 공산주의 세력의 팽창을 위하여 중국, 김일성 등과 모의하여 일으킨 전쟁(한국전쟁에 관한 전통적 해석)이었는지 모른다. 아니면 이차 세계 대전 직후 형성된 냉전의 질서 하에서, 소련과 경쟁을 벌이던 미국이 우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이승만 정권과 함께 남침을 유도하여 야기시킨 전쟁(수정주의 시각)인지도 모른다.

어쨌건, 우리는 해방 직후에, 우리 민족의 의사와 관계없이, 미국과 소련 두 세력 간의 대리전에 휘말려 들어갔고 아직도 분단의 상처는 계속되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선녀와 나무꾼>이야기 식으로 남한과 북한이 애초부터 서로 반목하고 대립하여 전쟁을 일으키고 분단이 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냉전이라는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희생양이 될 우리의 운명을 미리 알려 주려고 했던 것일까? <견우와 직녀>는 우리나라의 운명과도 비슷한 '슬픈 이별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견우 직녀

이미애 글, 유애로 그림, 보림(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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