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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를 10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경기용, 산악용, 신사용, 숙녀용, 미니벨로, 하이브리드…. 종류는 다양해도 출퇴근용으로 즐겨타는 자잔거는 따로 있다는데요. 둘째 주 첫번째 기획으로 '자출족'들이 꼽는 '출퇴근에 좋은 자전거'는 무엇인지 생생한 댓글 설문 결과를 공개합니다. <편집자주>
▲ 지난 5월 자전거 타기 행사에서 마포대교를 횡단하고 있는 '발바리'와 '자출사' 회원들. 저마다 취향에 따라 자전거 종류도 제각각이다.
ⓒ 김시연
자전거 전용도로는 있되 주로 강변에만 있는 우리나라. 그나마 이번 폭우처럼 강이 범람해 수몰되기라도 하면 자전거 도로를 통행할 생각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 인도에 비집고 들어간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려면 인도 턱을 수시로 넘나들어야 하고, 차도 우측을 이용하려면 버스와 오토바이의 틈바구니에서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런 우리나라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출퇴근용 자전거는 과연 무엇일까.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경기용 자전거(일명 '사이클')일까, 아니면 대중교통과 연계가 편한 미니벨로(20인치 이하의 작은 바퀴를 가진 자전거)일까, 내구성이 뛰어난 산악용(MTB)일까, 경기용과 산악용의 장점을 섞은 하이브리드일까.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자출사)'과 '발바리'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자전거 출퇴근에는 이런 자전거가 좋다!'라는 제목의 글에 200여명의 회원들이 댓글을 달았다. 그 결과를 여기에 공개한다.

▲ 어떤 자전거가 출퇴근에 좋을까. 절반 이상이 MTB를 선택했다.
ⓒ 김대홍

대세는 산악용 자전거, '튼튼' '편안함' 강점

▲ MTB가 출퇴근에 좋다는 의견이 55.5%로 절반을 넘었고, 미니멜로, 하이브리드, 경기용, 신사숙녀용, 리컴번트가 뒤를 이었다.
ⓒ 오마이뉴스 성주영
그 중 구체적으로 자전거 종류를 선택한 사람들은 155명. 나머지는 '모든 자전거가 좋다'라거나 두세 개 자전거를 중복 선택했다. 155개 댓글만 대상으로 분류한 결과 절반을 넘는 86명(55.5%)이 산악용 자전거(MTB)를 선택했다.

여기엔 유사MTB를 선택한 사람 32명이 포함돼 있다. 유사MTB를 추천한 사람들은 MTB에 비해 가격 부담이 적고, 분실위험이 적다는 점을 꼽았다. 유사MTB는 실제 산을 탈 수 없어 MTB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기본 성능이 비슷하고, 댓글을 단 사람들 중 상당수가 MTB와 유사MTB를 묶어서 답변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MTB로 통일한다.

절반 넘는 사람들이 MTB를 선택한 이유는 우리나라 도로 사정에 가장 알맞다는 이유에서였다. 갈라진 아스팔트, 높은 인도 턱, 산악 지형을 고려할 때 가장 부담이 덜 하다는 것. 게다가 차체가 무겁기 때문에 폐활량을 기르는 데 좋고, 서스펜션이 있어 편안하다는 이유 등이 나왔다.

▲ MTB
ⓒ 자출사 pkpkpk113
이들은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에 대해선 '로드 타이어'를 끼우면 문제 없다면서 MTB의 장점을 강조했다. 또한 서스펜션을 한쪽만 단다거나 차체를 경량화하는 방식으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진짜 잘 정비된 잔차도로(자전거 도로)로 출, 퇴근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든 현실입니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움푹 팬 아스팔트, 곳곳에 쓰레기 및 도로 가장자리 큰 돌 기타 등등…, 매끈한 잔차 타고 다니기에는 너무 여건이 안 좋습니다."-자출사 예린팜

"정말 운동을 위하여 출퇴근을 하신다면 가급적 무게가 가벼운 MTB 강추. 타이어를 로드용으로 사용한다면 여러 가지 점에서 유리합니다."-자출사 병권장악

장마 땐 대중교통 휴대 편한 미니벨로

▲ 미니벨로
ⓒ 자출사 빨강이
MTB 다음으로는 미니벨로가 많은 지지를 받았다. 모두 27명(17.4%)이 미니벨로의 손을 들었다.

미니벨로를 선택한 사람들은 '연계성' '편리성' '안전성' 등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크기가 작아서 차나 대중교통에 언제든지 실을 수 있다는 것.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함께 이용할 수 있고 폭우 등의 갑작스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또한 항상 휴대할 수 있어 분실 위험이 적다는 점도 지지를 받은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바퀴가 작아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에 대해선 '선입견'이라는 반론이 강했다. 오히려 차와 사람을 헤치며 다녀야 하고, 수시로 턱과 턱을 넘나들어야 하는 상황에선 기동력 강한 미니벨로가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반론.

게다가 '미니 스프린터' 종류는 웬만한 큰 바퀴 자전거 못지않은 속도를 자랑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출사의 한 회원은 평지에서 50km/h 속도를 기록했다는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퇴근길에 갑자기 비나 눈이 오거나 하면 지하철이나 버스에 부담 없이 올라탈 수 있잖아요."-자출사 dejavu2u

▲ 하이브리드 자전거
ⓒ 마린
"아직 말단(!)이라 사무실 내 저만의 공간이 너무 적죠. 때문에 출근 후부터 퇴근 시까지 보관이 우선 좋아야 합니다… 퇴근 후 영화라도 한편 볼까? 라고 하면… 영화관 체크인하는 곳에 맡기거나 가지고 들어가서 봅니다."-자출사 제이

한때 붐이 일기도 했던 하이브리드는 23명(14.8%)이 지지했다. 이유는 장점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는 것. 속도가 적당히 나오면서 승차감도 비교적 괜찮다는 설명. 특히 가격을 비교해봤을 때 MTB와 경기용 자전거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게 하이브리드 지지자들이 내세운 이유였다.

사이클과 MTB 사이에서 갈등하던 사람들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곤 했다. 그러나 확실한 색깔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다소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자전거 종류는 중요치 않다는 의견 적지 않아

▲ 경기용 자전거
ⓒ 클라인
경기용 자전거(일명 '사이클')는 11명(7.1%) 지지에 그쳐 그다지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우리나라 도로사정 때문에 다수의 사람이 MTB를 선택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듯했다.

그러나 경기용 자전거 지지자들은 장점이 크고 문제점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차와 맞먹는 속도, 좀더 많은 출퇴근 여유가 경기용 자전거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차체가 가벼워 체력 소모가 적다는 것도 나온 장점 중 하나.

특히 장거리 출퇴근시 경기용 자전거의 장점이 극대화된다고 지지자들은 입을 모았다. 그들은 생각만큼 경기용 자전거의 승차감이 나쁘지 않으며 좋지 않은 노면이 나올 땐 돌아가면 된다고 반론을 펼쳤다. 또한 출퇴근길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하거나 차도를 이용하게 되면 타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자출사 회원인 '태우아범'은 "사이클 타고 못 갈 곳은 산 말고는 없다"며 '출퇴근용으론 가장 우수하다'고 말했다.

▲ 리컴번트
ⓒ 자출사 jayjpark2002
그 외엔 누워서 타는 자전거인 '리컴번트'와 신사숙녀용 자전거가 각각 3명(1.9%), 5명(3.2%)씩 나왔다.

리컴번트는 자세 때문에 쉽게 피로를 느끼지 않고, 자세가 낮아 사고 위험이 적으며 상당히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아직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고가인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또한 '오르막에서 어려울 것 같다' '인도 턱 넘을 때 무리가 올 것이다' '무척 무거울 것이다'와 같은 선입견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사숙녀용 자전거는 가격 경쟁력, 편안한 자세 등이 장점으로 소개됐으나 전체 흐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편리함 등에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였던 전기자전거는 단 한 표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40명이 넘는 사람들은 자전거가 제각각 장점이 있다면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지 않았다. 거리 5km 미만은 미니벨로 그 이상은 MTB나 사이클 또는 하이브리드라고 말한 사람을 비롯, '서스펜션만 있으면 된다' '자전거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장비' '자기형편에 맞는 자전거가 최고' 등의 의견이 나왔다. 여유가 된다면 종류별로 모든 자전거를 갖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비올 때 자전거 출퇴근 가능할까?
'안전' '자전거 손상' 이유로 대부분 꺼려

▲ 비오는 날 홍제천 풍경
ⓒ김대홍
장마철이다. 도심에선 자전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지만 과연 비올 때도 자전거로 출퇴근할 수 있을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자출사)은 지난달 30일 '장마철이나 비오는 날은?'이란 제목으로 설문조사(작성자 '쑤와미')를 했다. 그 결과 압도적 다수인 84%(56명)가 '비오는 날은 자전거를 안 탄다'고 응답했다.

회원들은 비오는 날 자전거를 타게 되면 '물이 많이 튄다' '자전거가 손상된다' '넘어지기 쉬워 위험하다' '브레이크가 잘 잡히지 않는다' '시야 확보가 어렵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또한 보행자에게 위협이 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러나 비 오는 날 자전거 타기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비 오는 날에도 각종 장비를 이용해 요령껏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설문조사에서 약 15%의 사람들은 '우의 상의만 입는다' '우의 상하의 다 입는다' '판초 우의를 입는다'에 응답했다.

만화 '내 마음 속의 자전거'엔 비옷의 한 종류인 '폰초'(남아메리카 인디언의 민족의상)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나온다. 만화 속 '폰초'는 신체 앞뒤로 늘어진 형태로 가방이나 자전거 몸체를 안전하게 덮어준다.

또한 리컴번트 자전거의 경우 유선형 바람막이인 폼 페어링(foam fairing)이 활용되기도 한다. 소수지만 아무런 장비 없이 아예 맨 몸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다. 김관식씨는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타고 그냥 출근한다"고 말했다. 젖은 몸은 수건으로 닦은 뒤 그냥 사무실에서 말린다고.

정리하자면 장비만 갖추면 비 오는 날도 자전거를 탈 수 있다. 하지만 대세는 비 오는 날은 자전거를 쉬는 것도 괜찮다는 쪽인 듯하다. / 김대홍

덧붙이는 글 | * 도움 주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자출사)' '발바리'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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