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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서울에서 인도네시아 노사정 대표단과 함께 세미나를 마치고 나오는데 아주대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심막염으로 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중인 인도네시아인 수마르노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였습니다.

"수마르노가 병원에서 보이지 않아요, 안 보인 지 오래된 것 같아 방송을 했는데도 나타나지 않아 전화를 드렸습니다. 혹시 쉼터에는 연락이 갔나 해서요."

전화를 받으면서 "토요일쯤 퇴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연락을 해줬던 의사란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퇴원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환자가 사라진 것입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쉼터에 있는 수마르노의 친구에게 전화를 해봤습니다. 수마르노가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행방을 알 것 같은 한 친구와는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수마르노의 행방을 알고 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

"내일(토) 퇴원 절차를 목사님이 도와줄 거라고 전화했는데, 그때 수마르노가 대사관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어요."

그에게 "혹시 연락되면 돈 걱정 말고 병원으로 돌아가라고 해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수마르노의 행방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잡혔지만, 그의 불편한 몸을 생각하니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수마르노는 병원비 때문에 저와 친구들에게 부담을 많이 준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병원에 긴급하게 입원할 때 보증을 섰던 대사관에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으러 간 것 같았습니다. 병원 측에 외출을 신청하면 나가지 말라고 할 것이 분명하니 몰래 나간 듯했습니다. 저녁 7시 10분쯤 수마르노의 친구인 토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수마르노가 대사관에 간 것이 맞습니다. 이제 병원에 들어간대요."

이렇게 해서 환자가 사라졌던 사건은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은 이주노동자들을 상담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 아닙니다. 물론 요즘에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사회 안정 망이 많이 좋아져 흔한 일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사고나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이주노동자들 중에 병원비를 감당 못해 몰래 도망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 일을 겪고 나면 도와주려던 입장에서는 참 난감하고 뒷수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언젠가는 복부 자상으로 움직이지 말아야 하는데도 병원비 때문에 도망쳤다가 몸이 퉁퉁 붓고 나서야 다시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던 이주노동자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주노동자를 응급환자로 받는 병원에서는 "보증을 서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번은 환자가 큰 탈 없이 건강하게 돌아왔으니 다행입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 사람의 심정이야 오죽할까 싶어 "병원비 걱정하지 말고 퇴원 준비나 잘해"라고 다독여 줬습니다.

덧붙이는 글 | 현재 수마르노는 월요일에 퇴원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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