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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징의 강간, 그 진실의 기록
ⓒ 미다스 북스
2004년 11월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쪽 17번 고속도로변. 길가에 세워진 차안에서 한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녀의 미국 이름은 아이리스 장, 중국 이름은 장춘루, 나이는 36세. 사인은 권총자살이었다.

"…일본 우익단체로부터 끊임없는 협박,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 자살…"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죽음에는 의혹이 많은 상태. 그녀는 왜 자살했을까? 아니, 그녀는 정말 자살했을까?

아이리스 장은 < The Rape of Nanking >(한국어판:역사는 힘 있는 자가 쓰는가)'을 출간한 1997년 이후, 줄곧 일본 우익 단체로부터 끊임없는 협박을 받아왔다. 때문에 어디에도 오래 정착할 수 없었고 전화번호를 수도 없이 바꿔야 했으며 가까운 친척들에게도 남편과 아이의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친한 친구들과도 이메일로만 소식을 주고받았을 정도라고. 이처럼 그녀의 운명을 바꿔놓은 < The Rape of Nanking >는 어떤 책일까.

인류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로 기록된 '난징 대학살'

난징의 강간은 사망자 수뿐만 아니라 이들이 죽음을 맞이한 참혹한 방식 때문에라도 기억되어야 한다. 중국인 남성들은 총검술의 연습 대상으로, 그리고 일본군의 목 베기 시합의 대상으로 희생되었다. 또한 2만~8만 명에 이르는 중국 여성들이 강간을 당했다. 일본 군인들은 이 여성들을 강간했을 뿐 아니라 배를 가르고 내장을 들어내거나 가슴을 도려내고, 산 채로 벽에 못을 박기도 했다. 식구들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는 딸을, 아들은 어머니를 강간하도록 강요받았다.

산 채로 매장하기, 거세하기, 신체 장기를 도려내기, 산 채로 불태우기 등이 다반사로 행해졌을 뿐 아니라 혀에 쇠갈고리를 걸어 사람을 매달아 놓거나 허리까지 사람을 파묻은 후 독일산 세퍼드들의 먹이로 삼는 일 등의 악마적인 행위가 벌어졌다. 그 광경이 너무나 역겨워 난징에 머물던 독일 나치들도 공포에 떨 정도였다. - 책 속에서


인류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로 기록된 난징 대학살은 1937년 말~1938년 초, 일본의 중국 침략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28만~35만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학살 수법의 잔인함이나 짧은 기간에 걸친 희생자 수에서 그간 우리에게 알려진 세계적인 대학살의 사례들을 압도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범죄자인 일본에 의해 은폐, 조작돼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졌다.

1997년 출간된 영문판 < The Rape of Nanking >은 전세계에 큰 방향을 일으키며 첫 해 60만부가 팔렸다. 아이리스 장은 이 책 한 권으로 세계 다큐멘터리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 책은 난징 대학살과 만행의 참상을 되살려 영어로 쓰여진 가장 훌륭한 보고서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일본은 "아이리스 장의 책은 사실 왜곡과 날조"라고 반박, 전화나 메일 시위 등으로 협박을 계속해오고 있었던 것.

게다가 어이없는 것은, 일본의 한 출판사가 < The Rape of Nanking >을 일본에서 출판하려하자 일본 우익세력들은 대규모 집회 등으로 이를 반대한다. 아울러 일본에서 전혀 출판되지도 않는 이 책에 대한 비판서들이 속속 출판,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난징 대학살의 범죄자 일본은 반성과 사죄는커녕 아이리스 장이 날조를 한 것이라고 우기지만 < The Rape of Nanking >은 생존자들의 인터뷰와 당시의 기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에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사진들까지 더해져 그 참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증언을 한 생존자들은 당시 간신히 살아남아 고통으로 살고 있는 피해자들과 난징에 있던 외국인들이다. 선교사, 교수, 작가 기자 등 당시 난징에 있던 외국인들은 일본의 협박과 폭행에 맞서 난징 수십 만을 지켜냈다.

50년 동안 은폐되어 온 '난징 대학살'

▲ W.A.파머가 <록>지에 보낸 이 사진은 원래 일본인이 살인대회기념으로 찍은 것을 중국인 점원이 현상과정에서 빼돌린 것. 난징의 남자들은 살인대회나 총검술, 살인연습용으로 쓰였다.중앙의 남자는 다음차례(UPI/Bettmann)
ⓒ 미다스북스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난징의 강간, 그 진실의 기록>은 전체적으로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는 일본의 시각으로 본 난징 대학살. 즉 계획적인 침략으로 일본군대가 어떤 명령을 받았고 어떻게 그 명령을 실행하였으며 그 이면에는 어떤 동기가 숨어있는가이다. 두 번째는 희생자인 중국의 관점으로, 정부가 침입자에 맞서 더 이상 국민을 지켜줄 수 없을 때 국민들이 처참하게 희생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대한 기록이다. 중국인들이 들려주는 개인적인 이야기들, 패배와 절망, 배신, 생존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세 번째는 미국과 유럽의 시각으로 본 것. 당시 난징에 머물던 아웃사이더들은 일본의 협박과 폭행에 목숨까지 내놓고 난징시민들을 구하는 한편 세계 신문과 자국에 일본의 잔인한 참상을 알린다. 이렇듯 자국민이 목숨과 바꾼 사실을 폭로함에도 미국이나 독일 등의 서양국가들이 보여준 '편의주의적 무관심'은 매정하다. 책의 마지막은 50년 동안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은폐해왔는지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난징 대학살은 물론 우리나라 역시 식민지로 있던 당시의 일본의 속셈과 세계 강대국의 비정함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책 속에서 만나는 일본군의 잔인함과 뻔뻔스러움은 한때 식민지국가의 후손으로서 분노하게 한다. 난징 대학살은 조선과 다른 아시아로 그대로 연결되고 있었고 다시 오늘날의 뻔뻔스런 작태로 이어지고 있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과거를 되풀이 한다

▲ 첫째 사진은 중국인들을 꼬드기는 삐라(욘 라베의 소장품) 일본군들은 강간의 기념으로 외설스런 포즈를 취하게 한 후 사진을 찍었다(존 피치 사진). 10살 이하부터 80세까지 강간, 강간의 대부분은 백주 대낮에 도로에서, 강간 후 고문과 수족절단을 예사로 하였다.
ⓒ 미다스북스
이 잔인한 책을 왜 읽었을까? 난징 대학살에 대하여, 지난 우리의 암울한 역사에 일본이 저지른 짓을 좀 더 확실히 알고 싶었다. 또 자신들의 아시아 침략을 '서양 열강들로부터 아시아 보호'라는 말 같지 않은 명분으로 정당화 하는 그 실체도 보고 싶었다. 사죄는커녕 독도가 저희네 영토라고 우겨대는 것이나 역사를 왜곡, 날조하여 도리어 이용해 먹는 그 뻔뻔스러움, 일본의 이면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 난징의 나치 당원이었던 욘 라베마저 경악한 난징 대학살. 난징의 수십 만 목숨을 지킨 그는 중국의 영웅이지만 지난 날의 이력 때문에 고문, 굶주림, 질병으로 고통받다 죽었다.
ⓒ 미다스북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땠는가. 난징의 대학살을 통하여 일본을 알자면 그들의 잔인한 만행을 어느 정도 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지만… 아무리 그렇다손, 사람을 개돼지로 표현, 살인대회를 벌이고 산 사람을 총검술 연습용으로 쓰다니,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 먹고 임산부 뱃속의 태아를 발기발기 찢다니 그것도 수도 없이….

살아오면서 알게 된 것 중 가장 잔인한 사실들, 이제까지 읽어 온 책 중에서 가장 처참하고 아픈 이 책을 읽으며 잔혹함과 분노에 몇 번을 덮고 말았던가. 난징에서 벌어진 행위는 '짐승만도 못한', 아니 '생명체이기를 포기한' 그 자체였다. 세상을 통틀어 가장 잔인한 상황에 붙일 수 있는 표현은 무엇일까?

같은 생명체라는 것이 부끄럽고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것도 부끄럽다면 지나친 감정일까?

아이리스 장의 말처럼 이름 모를 수많은 희생자들의 묘비명과 같은 이 책은 중국 난징에서 일어난 이야기지만 우리의 역사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과거를 되풀이 한다"-조지 산타야나
"대학살을 잊는 것은 두 번째 학살을 저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노벨 수상자 엘리 위젤


아이리스 장은 누구인가

▲ 아이리스 장
ⓒ미다스북스
아이리스 장은 중국계 미국국적을 가진 여성으로 뉴 저지주 프린스턴에서 태어나 일리노이주에서 자랐다.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 < AP >와 <시카고 트리뷴>에서 잠깐 기자로 일했으며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땄다.

26세에 발표한 첫 작품 <누에의 실>은 중국일 미사일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과학자의 삶을 다룬 것.

아이리스 장은 어렸을 때부터 조부로부터 난징 대학살에 대해 자주 듣고 자랐으며, 이 어마어마하고 거대한 범죄가 잊혀지는 역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 The Rape of Nanking >을 펴낸다.

아이리스 장은 이 책으로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작가로 입지를 굳힘과 함께 난징 희생자들을 위해 싸우는 행동주의자이자 미국내 중국 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부각된다. 아이리스 장이 책 출간한 뒤 미국의 한 TV에서 주미 일본대사와 격렬한 논쟁을 벌이며 철저한 증거와 논리로 일본대사를 압도, 꼼짝 못하게 한 일화는 유명하다.

아이리스 장은 세 번째 책으로 자신의 가족처럼 미국에서 이민자들이 인종차별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에 대한 글을 쓰고 난 뒤였다고. 사망할 당시에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바타안 반도에 있는 일본군 포로수용소에 억류돼 있던 미국 군인들에 관한 얘기를 집필 중이었다. / 김현자

덧붙이는 글 |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난징의 강간, 그 진실의 기록>
-아이리스 장/윤지환 옮김/미다스 북스 2006년 5월 15일/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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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