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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시 조양동에 있는 선사유적지. 이곳에 대한 안내문과 1992년 당시 발굴한 유물 사진이 걸려있다.
ⓒ 방상철
속초시 청초호 건너편에 있는 조양동 선사유적지를 지난 3일 찾았다. 별다른 이정표도 없었지만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마을 뒤편에 보이는 조그만 뒷동산에 흉물스럽게 널려있는 파란색 천막 때문이었다. 언젠가 태풍의 영향으로 유적지가 심하게 파손을 입었다고 하던데, 아직까지 완전히 복구가 안 된 모양이다.

주택가를 몇 번 돌아 유적지 정문으로 보이는 입구에 섰다. 장황한 설명이 적힌 고인돌 모양의 안내문에서 이곳이 기원전 9∼8세기로 추정되는 청동기시대 집자리 7기와 빗살무늬토기별 등 160여점의 유물이 출토된 곳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중부동해안 지방에서는 이런 집자리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어서 그만큼 가치가 있어 사적 제376호로 지정된 곳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원래는 이곳이 택지개발 예정지인데, 개발 전 매장문화재 조사 과정에서 청동기 시대 집자리와 고인돌 등이 발견되었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사적지로 지정된 곳이란다.

▲ 선사유적지를 보러온 것인지, 공원을 산책하러 온 것인지 헛갈리게 만드는 이 길은 유적지를 한바퀴 빙 돌도록 조성돼 있다.
ⓒ 방상철
안내문을 뒤로하고 예쁘게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언덕을 올랐다. 과연 이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산책로 따라 올라가다가 첫 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섰다. 한바퀴 돌고서야 알았는데, 오른쪽 길로 돌아서야지 정상에 위치한 발굴지로 바로 간다.

▲ 청초호를 중심으로 속초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 방상철
멀리 청초호와 청초대교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고, 엑스포 상징탑도 보인다. 또한 청호동 아바이마을과 멀리로는 동명항의 등대까지도 볼 수가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조그만 야생화가 잠시 길을 멈추게 한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니 바람에 날려 길 위에 떨어진 아카시아 꽃잎을 조근조근 밟아도 볼 수 있었고, 녹음으로 무거워진 나무가 길게 늘어뜨려 나뭇가지를 피해 허리를 숙여 걷게 했다. 또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대나무 숲길을 걷다가 바닥에 떨어진 대나무를 주워 지팡이 삼아 걷기도 하고, 아들과 칼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산책로를 반쯤 돌았을 때, 정상 부근에 펼쳐진 초원이 눈앞에 들어왔다. 하지만 울타리가 쳐져있어 들어가 보진 못하고 그저 눈으로만 바라보았다. 이곳이 바로 청동기시대 유적지를 발굴한 터라는 사실은 조금 후에 알게 되었다.

▲ 정상 부근에 비교적 넓게 자리한 초원. 이곳이 청동기 유적이 발굴된 곳이다.
ⓒ 방상철
이제 거의 산책로를 한바퀴 다 돌았고, 우리는 마침내 움막 두 채에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처음에 그 안에 들어가 볼 수 있는 문이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열심히 주변을 돌았지만 결국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 안에 뭐가 있는지 들여다보려고 눈을 크게 뜨고 틈을 비집어 봤지만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그곳에 쓰여진 안내문을 살펴보니, "현재 이렇게 복원시켜놓은 주거지는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에게 3000년 전에 우리 조상이 살았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복원한 것"이라고 적고 있다.

▲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에게 과거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복원해 놓았다는 움막.
ⓒ 방상철
▲ 움막 두 채만 나란히 서있을 뿐, 다른 흔적은 아무 것도 없다.
ⓒ 방상철
그런데, 유물들을 속초향토사료전시관으로 옮긴 모양이다. 발굴 당시의 모습을 이곳에 그대로 남겨 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냥 공원을 한바퀴 돌며 산책을 즐겼다고 위안을 삼을까?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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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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