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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뼈대가 완성돼 가고 있다.
ⓒ 윤형권
땅을 숨쉬게 하는 '줄기초'로 하기로 결정!

자고로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와도 같다. 주택을 지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골조를 세워줄 목수를 구하고 바로 기초공사에 들어갔다. 골조공사만 건축회사에 맡기고 조적, 창호, 설비, 전기 등은 내가 직영으로 하기로 했다. 주택이 들어설 자리의 땅은 붉은 황토빛깔을 띠고 있으며 매우 단단했지만, 건축에 대한 경험과 식견이 없는 까닭에 논산우림건축(소장 박병규)의 자문을 받고 기초공사를 시작했다.

줄기초와 통기초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통기초는 집의 평면에 콘크리트를 넓게 까는 방식으로 요즘 목조주택 등 주택건축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기초방식이 간단해서 비용이 절감된다. 반면, 줄기초는 말 그대로 건축물의 벽체를 따라서 줄로 늘어뜨린 방식을 말한다. 비용이 좀 들기는 하지만 박스 형태의 기초이므로 통기초에 비해 단단하고 땅을 다 메우지 않아서 땅이 숨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줄기초
ⓒ 윤형권
결국 줄기초를 하기로 했다. 통기초는 콘크리트 타설 전에 바닥에 비닐을 두껍게 깔아 습기를 1차로 차단하고 바닥 난방공사 때 또 한 번의 습기차단과 단열을 위해 은박지나 비닐을 깐다. 하지만 '건강한 내 집 짓기'에서 선택한 줄기초 방식은 벽체가 들어설 위치에 지면으로부터 깊이 150cm, 폭 30cm 정도로 역T자 형태의 철근을 엮어 기초를 했다. 또 온수파이프가 깔리는 방바닥까지 콘크리트로 바닥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대신 습기와 벌레의 서식을 차단시키기 위해 방바닥 마감으로부터 70㎝ 정도 깊이에서부터 숯과 소금을 다져 10cm 정도 넣고 그 위에 은박지를 깔고, 황토와 마사토를 채우고 다지기로 했다.

이처럼 땅바닥에 숨통을 터주는 줄기초를 하고 콘크리트바닥 대신 숯과 소금을 깔고 다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사용해온 구들을 이용한 난방방식이야말로 친환경적이며 과학적인 지혜가 녹아 있음을 알았다.

구들을 이용한 난방방식은 땅을 숨쉬게 하면서 습기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구들장을 데우면서 나오는 원적외선방사로 몸이 가뿐해지기 때문에 건강까지 덤으로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온수를 이용한 보일러난방이 구들을 대체하면서 방바닥의 습기문제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시대적인 흐름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건축학계에서 좀더 구들장의 장점을 연구했더라면 습기문제도 잡고 건강까지 확보 하는 훌륭한 난방방식이 탄생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난방문제는 이어지는 기사에서 다시 거론하기로 한다.

골조자재가 넓은 마당을 가득 메우다

줄기초를 하고 콘크리트가 어느 정도 양생이 되었다고 판단했을 때 골조를 세우기 시작했다. 골조 가공은 주택건축 현장이 아닌 충북괴산의 한양통나무건축학교에서 목수 3명이 한 달 정도에 걸쳐 작업을 해왔다.

▲ 첫 기둥이 세워졌다.
ⓒ 윤형권
벽체를 14cm 폭의 흙벽돌 두 장으로 하려니 벽 두께가 30cm나 되었다. 벽돌과 벽돌 사이에 약 2cm 정도의 간격을 두어 공기층으로 단열을 시키는 방법을 썼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벽체의 두께만큼 기둥도 굵게 한 것이다. 기둥의 두께가 36cm나 됐다. 목재를 가공하기 전에는 36cm의 굵기가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막상 가공을 해놓고 보니 어마어마했다. 기둥이 굵어지다 보니 도리와 보 등 부자재가 덩달아 굵어졌다.

목재는 일명 '더글러스'라고 하는 캐나다산 소나무를 썼다. 이 더글러스는 매우 단단하고 붉은 황토빛깔을 하고 있는데, 통나무주택이나 목조주택에서 구조재로 많이 쓰고 있다. 참고로 뉴질랜드산 소나무도 건축현장에서 구조재로 쓰고 있는데, 더운 지방에서 빨리 자란 탓에 구조재로는 약하다는 게 경험이 오래된 목수들의 평이다. 가격은 뉴질랜드산 소나무가 캐나다산보다 싸다.

5톤 트럭 2대로 싣고 온 골조자재는 넓은 마당을 가득 메웠다. 기둥과 보, 도리 등 자재의 굵기가 워낙 굵어서 크레인으로 들어 세웠다. 먼저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보와 도리 등을 끼워 맞춰 나갔다. 골조는 쇠못을 하나도 쓰지 않고 끼워 맞추는 방식을 썼다.

▲ 골조공사를 한지 사흘만에 상량을 올렸다.
ⓒ 윤형권
지나치게 굵은 뼈대가 맘에 걸리다

골조공사를 시작한 지 나흘만에 상량을 올렸다. 간단하게 상량식을 하고 상량문을 새긴 종도리를 크레인에 매달아 올렸다. 이어서 서까래를 깔았다. 지붕의 단열은 흙을 올리지 않고 '인슐레이션'이라고 하는 단열재를 사용하기로 해서 서까래를 많이 걸지는 않았다. 60㎝ 간격으로 햄록이라는 목재로 윗부분의 서까래를 걸고 처마로 드러나는 서까래는 지름 18㎝ 굵기의 국산 낙엽송을 둥글게 대패질해서 올렸는데, 더글러스와 잘 어울렸다.

국산 낙엽송은 산림조합중앙회에서 건축재로 가공해서 판매하는데 수입 소나무보다 저렴하고 단단하다. 그런데 국산 낙엽송은 건축용 구조재로서 인기가 높지 않다. 그 이유는 뒤틀림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낙엽송은 우리나라 산에서 아주 곧게 잘 자라는 수종으로 앞으로 뒤틀림이나 휘는 현상에 대한 보완만 할 수 있다면 건축자재로서도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까래를 걸고 나서 그 위에 합판을 덮고 '루핑'이라고 하는 방습, 방수시트를 깔았다. 이 시트 위에 기와를 건식방법으로 올릴 계획이다. 기와를 얹는 방법으로 흙을 올리고 그 위에 기와를 얻는 전통적인 방법인 습식이 있고, 합판과 방수시트로 마감하고 그 위에 못으로 고정시켜 기와를 얹는 건식이 있다.

흙을 올려서 기와를 얹는 습식은 친환경적이며 단열도 우수하지만 지붕의 하중이 엄청나기 때문에 무게에 견디기 위한 보강재로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 이에 비해 건식은 지붕의 하중이 적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제 골조공사가 마무리 되었다. 뼈대를 완성한 셈이다. 이 뼈대 위에 흙벽돌로 살을 붙일 것이다. 뼈대가 굵어서 나쁘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굵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다음 기사는 벽체공사, 천정공사, 설비공사 등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기와를 얹으려고 하는데 점토기와(S자 일체형)는 가격이 비싸고, 시멘트 기와는 점토기와의 1/3 가격입니다. 경제적인 문제도 생각해야지만 외관도 중시해야 하므로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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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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