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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겉그림
ⓒ 부키
"피고인의 변명이 사실일지, 재판 과정 내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무죄 판결을 내릴 때에는 내가 피고인에게 속아 넘어간 것은 아닌지, 유죄 판결을 내릴 때에는 내가 무고한 사람에게 가혹한 형벌을 주는 것은 아닌지,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오판의 가능성 때문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이는 15명의 판사·검사·변호사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판사·검사·변호사가 말하는 법조인〉(부키·2006)이란 책 속에 들어 있는 한 형사부 판사의 고백이다.

형사부 판사의 그 고백을 듣노라면 그가 하는 고민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갈 것 같다. 피고인에게 유죄를 내려야 할지, 아니면 무죄를 확정해야 할지, 그 갈림길 속에는 무수한 갈등이 교차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판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에 그의 어깨는 더욱더 무거울 것이다.

그래서인지 재판부는 보통 부장판사 1인과 배석판사 2인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법정에서 전체 사건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는 재판장을 이른바 부장판사라고 하고, 사건에 대해 판결서 초고를 검토하고 판결문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역할을 맡는 두 명의 판사를 배석판사라고 하다. 그래서 오판의 가능성 때문에 부장판사 혼자서 사건을 독단하여 판결케 하지 않고, 늘 배석판사 2명과 함께 각각 1표씩을 갖고 다수결에 의해 결론을 내린다고 한다.

사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재판부에서 판결을 하는 판사들이 법조인 세계에서 꽃처럼 보이는 듯 하다. 그러나 판사만이 아니라 검사와 변호사도 나름대로 값진 일을 하고 있는 것이며, 그들 또한 나름대로 멋진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판사는 판사대로, 검사는 검사대로, 그리고 변호사는 변호사대로 각각 이름 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검사는 보통 알고 있는 대로 경찰과 함께 동분서주 뛰기도 하며, 경찰과 함께 암매장된 시체를 발굴하기도 한다. 그래서 살인 사건 같은 일이 발생하면 담당검사는 경찰의 초동수사부터 진두지휘하게 된다.

그 때문에 검사들 사이에서는 부검과 관련된 징크스도 있다고 한다. 부검을 하는 날이면 밤 12시가 넘어서 귀가하는 게 그것이다. 밤 12시 이전에 집에 들어갈 경우엔 억울하게 죽은 원혼이 집까지 따라온다는 이유 때문이란다. 물론 그것은 부검을 하고 난 뒤에, 그것을 잊기 위해 편안한 마음으로 술 한잔을 하고 귀가하려는 나름대로의 핑계거리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으로서 하기에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변호사도 있다. 변호사란 소송을 하기 위해 나온 의뢰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고통을 덜어주는 대리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민사 사건의 경우 의뢰인의 대리인이 되기도 하고, 형사 사건의 경우에는 변호인의 역할을 맡는다.

그런데 여기에는 교통 사고를 전적으로 맡아서 일하는 '교통법률 소송 전문' 변호사가 있고, 의료사고 민사 소송 쪽에 관련된 일을 맡은 '의료 소송 전문' 변호사가 있고, 제조업 분야의 회사에서 특허를 따내기 위해 주요 특허권자들과 협상을 구상하는 일을 도맡아 하는 '특허 전문' 변호사도 있고,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권익과 인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노동 전문' 변호사도 있고, 연예계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어서 영화나 음반 같은 저작권 소송이나 분쟁에서 그 몫을 다하는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도 있다고 한다. 다만 변호사 사무실 간판에 '○○전문변호사'라는 말은 아직까지 쓸 수 없다고 하니, 모두 귀뜸으로 알아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판사의 보수는 어느 정도일까? 법관의 보수는 보통 법률로 정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대법원장, 대법관, 법관 등으로 구분해서 근속 연한에 따라 1∼17호봉으로 나눠서 지급한다고 한다. 2004년을 비추어 볼 때 대법원장은 한 달에 615만 1000원이었고, 대법관은 416만 8000원을 받았으며,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초임판사는 2호봉으로 155만 1300원을 받았다고 하다. 한편 경력 31년의 17호봉의 법관은 404만 8900원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수당 등을 제외한 액수이기 때문에 실제 보수는 좀더 많을 것 같다.

판사가 그 정도면 검사는 조금 덜 할 듯싶고, 그리고 변호사는 현재 전국에서 8000명이 넘게 활동하기에 그 보수는 천차만별일 것 같다. 그만큼 변호사는 자기 분야를 전문적으로 개척하여 확보한 만큼에 따라서 자기 능력을 과시할 수 있고, 또 그만큼의 보수를 받지 않겠나 싶다.

그러나 판사든, 검사든, 변호사든 어려운 사정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높은 신분에 있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리에 앉아 있지만 나름대로 애환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우선 판사는 일주일 내내 원고와 피고가 제출하는 소송기록들을 읽어야 하고, 일주일에 두 세 번은 그 난감한 판결문을 작성해야 하고, 어쩌다가 재판이 계속되는 날이면 밤 11시를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별히 12·12사건의 소송 기록이 무려 10만 페이지를 넘었다고 하니, 그때 소송을 맡았던 판사들이 얼마나 많은 정열을 쏟아 부어야 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을 듯 하다.

검사는 또 인사 이동이 그만큼 잦다고 한다. 평검사 때에는 평균 2년마다, 부장 이상이 되면 1년마다 임지를 옮긴다고 한다. 그 모두가 '경향(京鄕) 교류의 인사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 그 때문에 수도권과 지방을 매번 오간다고 한다. 자주 이사를 다니다보면 가구 같은 게 성할 리가 없을 것 같다. 더욱이 젊을 때에나 가족들과 함께 이사를 가지, 아이들이 크면 아마도 혼자서 지방으로 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지방에서 근무하는 검사를 위해 관사가 제공된다고 한다. 그래도 가족이 없는 관사가 얼마나 쓸쓸하고 허전하겠는가?

그리고 변호사의 고충이 있다면 뭘까? 변호사는 보통 한 해에 700명 가까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로펌이나 기업에 소속되거나,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기도 하는데, 로펌이나 기업에서 근무하는 변호사들의 경우에는 사장부터 대리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직급을 따르지만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들은 온통 자기 능력 위주에 따른 수임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 때문에 사무실 임대료만 간신히 내고 있는 변호사도 있는가 하면, 한 해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변호사도 있다고 한다. 변호사계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일 것이다. 그래서 자기 영역을 확보하려고 밤잠을 설치며 연구하고 노력하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새내기 변호사들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액수가 큰 사건은 명망 있는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독식하고, 그나마 남은 사건도 수임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심지어 변호사를 상대로 한 신용대출금이 회수되지 않아 은행의 고민이 크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앞으로 로스쿨이 도입돼 변호사 수가 더 늘어나면 상황이 훨씬 더 악화될 것입니다. … 지금도 젊은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법률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그 영역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입니다."(230쪽)

판사·검사·변호사가 말하는 법조인

임수빈 외 지음, 부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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