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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후기 양반가옥을 보여주고 있는 윤증고택의 사랑채. 이런 한옥을 짓고 싶었지만 비용과 추위문제로 포기했다.
ⓒ 윤형권
한옥을 지을까? 설계구상과 건축비 고민

자나 깨나 전원 속에서 살 집의 모양을 머릿속에 그렸다. 가장 먼저 떠오른 집의 모양은 소나무 기둥에 기와지붕이 아늑한 한옥이었다. 대청마루가 있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구들 들인 방에서 푹 자고 일어나면 몸이 거뜬해지는 그런 집을 그렸다.

본격적인 설계에 앞서 주택에 관한 책을 사서 보기도 하고 고택을 찾아가 꼼꼼하게 살피면서 사진도 빠짐없이 찍었다. 보면 볼수록 한옥에 대한 매력이 더욱 깊어져 갔다. 한옥은 흙과 나무로 지은 그야말로 친환경주택이면서도 과학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이렇듯 내가 살 전원주택으로서 한옥에 대한 애착이 깊어가면서 고민거리도 커졌다. 이 고민거리란 다름 아닌 건축비 문제다. 한옥을 제대로 지으려면 건축비가 평당 500만 원 이상 들여야 가능했다. 국산 소나무로 문화재청에 등록된 한옥목수가 지으면 평당 건축비는 800만원을 훨씬 넘는다. 그래서 전통한옥을 포기하되 한옥의 장점을 듬뿍 살린 현대식 주택을 짓자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건강한 주택의 기본적인 건축소재는 흙과 나무였다. 나무로 골조를 세우고 벽체는 황토벽돌로 하기로 정하고 주택의 내부평면도를 그렸다. 주택의 평면구성은 방 4개에 주방과 거실, 화장실 등이 있는 35평 정도의 아파트 구조로 하기로 했다. 이중에 방 한 칸은 구들을 깔기로 했는데, 구들장 위에 온수보일러를 또 깔아 이중난방을 하기로 했다.

고유가 시대에 난방비는 주택유지비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에는 심야전력을 이용한 보일러 난방을 많이 하고 있는데, 편리하기는 하지만 전기료가 자꾸 올라가니 유지비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전원주택에 많이 설치하고 있는 화목보일러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한옥의 특징은 개방적이면서도 독립적이며 입체적인 구조다. 그러나 아파트(목조주택 등 서양식 주택의 구조 포함) 구조는 폐쇄적이고 비독립적인 구조다.

아파트 구조는 현관이 별도로 있고 이곳으로만 드나들며, 하나의 울타리(외벽)에 안방, 화장실, 부엌 등을 가둬 놓는 구조다. 융통성이 부족하다. 하지만 한옥의 구조는 별도의 현관이 없다. 대청마루나 쪽마루가 현관이다. 방을 드나들 때도 독립적이다. 이래서 한옥은 20여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도 3대가 함께 살 수 있었다.

이처럼 한옥은 멋과 맛이 뛰어나지만 지금까지 아파트 구조에 길들여져 있어 선뜻 한옥구조로 결정할 수 없었다. 결정이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한옥 구조는 겨울에 추울 것이라는 것이었다. 한겨울 꽁꽁 언 대청마루를 통해 방과 화장실 등을 다니자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옥설계 포기와 대안 그리고 풍수지리

▲ 현관은 주택의 중심에서 보아 남서쪽에 배치했다. 신발을 벗고 마루를 지나 현관문을 열 수 있게 한 것은 풍수지리와 흙먼지를 걸러주려는 의도가 있다.
ⓒ 윤형권
결국 한옥의 내부평면구조는 포기한 대신 외형을 한옥의 구조에 근접하게 하기로 하고 아파트 구조로 설계하기로 했다. 한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우물마루(귀틀이라는 틀에 마루판을 끼워 넣는 방식의 마루)를 현관과 거실에 깔기로 했다.

밖에서 방안으로 들어가려면 현관문을 열기 전에 실외에서 신발을 벗고 작은 우물마루를 통해서 현관을 들어서게 했다. 현대주택의 경우 대개 신발을 신을 채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게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신발에 흙이 묻은 채로 실내로 곧장 들어오게 되므로 먼지 등 위생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구조는 전원주택을 설계할 때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한다(사진 평면도 참고).

현대주택에서 현관은 담장이 있는 한옥에서는 대문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풍수학에서는 집의 좌향(집의 중앙에서 바라보는 방향)에 따른 대문(현관)과 안방 그리고 부엌의 위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설계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의 하나가 집의 좌향을 정하는 일이었다. 대지의 뒤쪽 구릉을 등지고 앞을 보면 동향, 동남향, 남향이 된다. 집의 좌향에 대해서는 해석하는 사람마다 각각 달랐다. 어떤 이는 신좌을향(동향)을, 또 어떤 이는 자좌오향(남향)을 말해 혼란스러웠다. 간단한 것 같지만 막상 좌향을 정하려니 집주인인 내가 확신을 내리지 못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풍수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 반신반의 하는 분, 무관심한 분으로 나뉠 것이다. 풍수학에 대한 오해도 많지만 의외로 관심을 갖는 분도 많다. 주택을 짓고자 풍수학이론서와 풍수학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얻은 공통적인 결론은 풍수학은 미신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인간의 지혜'라는 결론을 얻었다.

'건강한 내 집 짓기' 시리즈 기사를 쓰면서 독자들에게 '풍수학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을 요청한다. 풍수학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과연 우리는 풍수학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이래서 집의 좌향과 구조는 서사택이고 현관의 위치를 남서쪽, 안방의 위치를 동북쪽, 부엌의 위치를 서북쪽에 두는 이른바 '생기택(生氣宅)'이라 불리는 좌향으로 정했다.

집의 모양은 마당에서 보아 집의 전면이 13.2m, 폭이 8.7m로 현관을 포함하여 34.7평인 직사각형 구조다. 단층구조이며 나무로 골조를 하고 흙벽돌로 벽체를 하고 기와로 지붕을 하되 지붕모양은 맞배지붕(집의 변이 좁은 곳에서 보아 지붕의 모양이 마치 ㅅ자 형태를 띤 형태)으로 결정했다.

대개 주택은 팔작지붕(맞배지붕과 달리 ㅅ자 밑에 지붕이 하나 더 달린 형태로 가장 흔한 기와지붕 모양)이지만 내 집은 완벽한 한옥도 아니므로 지붕 모양을 단순하게 해 건축비를 절약하려 했다. 실내 안쪽으로 한옥창문을 달고 바깥쪽으로는 유리를 낀 알루미늄 새시를 달기로 했다.

한옥의 멋스러움이자 단점인 지붕을 꾸미는데 엄청난 목재가 드는 것은 한옥의 건축비 상승요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건축비를 줄이려고 지붕 부분을 단순하게 했다. 또 기와를 깔기 전 바닥에 흙을 얻는 전통적인 방식 대신 '인슐레이션'이라고 하는 솜처럼 생긴 아주 가벼운 단열재를 넣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대략적인 주택의 형태는 그려졌다. 이제는 목수를 구할 차례다. 물론 목수가 정해지면 가설계한 것을 상의해서 수정보완할 생각이었다. 우선 논산 근처에서 한옥목수를 찾아보기로 했다. 목수를 건축현장에서 먼 외지에서 구하면 숙식을 해결해주어야 하므로 건축비가 더 든다.

설계완료 목수정하기

설계를 정하고 난 지 두어 달이 넘도록 마땅한 목수를 구하지 못했다. 목수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만나면 누구나 "한옥을 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개는 대목장으로 참여해 지휘를 한 것이 아니라 일부분만 하고도 일을 맡을 요량으로 업적을 부풀리기 일쑤다.

우여곡절 끝에 충북괴산의 한양통나무건축학교(소장 지호진, 31세)에 골조 부분만 맡기기로 했다. 한양통나무건축학교에서 골조를 세우면 황토벽돌로 벽체를 마무리하고 기와를 얹고 설비와 전기공사, 창호공사 등은 내가 하기로 했다.

골조는 설계대로 기둥과 보, 도리 등 골조는 캐나다산 '더글러스'라고 하는 소나무를 사용하기로 했으며, 지붕 부분은 각재로 서까래를 엮은 후 합판을 치고 처마 부분의 서까래는 둥근 서까래를 1m 정도 노출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지붕 모양은 맞배지붕으로 하고 집의 폭이 크기 때문에 오량집 구조를 하기로 했다.

이제 건축의 준비가 끝났다. 이대로 골조가 완성되면 30%는 통나무주택, 70%는 한옥의 모양으로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풍수지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둥근점이 주택에서 보아 '해좌사향'이다. 이 점을 중심으로 좌우에서 절을 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
풍수학에서는 일반적으로 방향 설정 방법으로 패철(360° 방위를 자세하게 나눈 나침반)을 사용한다. 방향을 나눌 때 동서남북 4방위, 8방위, 24방위 등으로 세분화 한다. 주택에서는 대개 8방위를 기준으로 한다. 집이 앉은 위치에서 바라보는 곳에 따라 '동사택'과 '서사택'으로 나누며 이 두 가지 분류에서 다시 대문과 안방과 부엌의 위치를 따진다.

동사택 4방위란 집이 남쪽에 앉아 북쪽을 바라보는 것, 북쪽에 앉아 남쪽을 바라보는 것, 동남에서 서북쪽을 바라보는 것, 동에서 서쪽을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서사택 4방위는 집을 서북쪽에 앉히고 남동쪽을 바라보게 하는 것, 서에서 동을 바라보게 하는 것, 남서에서 북동을 바라보게 하는 것, 북동에서 남서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8방위를 나눈 후 주택의 중심점에서 대문과 안방, 부엌의 위치를 따라 길흉화복의 정도를 따진다. 그런데 왜 풍수학에서 집의 좌향 정하는 것을 중요하게 다루었는가? 또 주택에 적용하는 양택과 묘지에 적용하는 음택에 풍수학은 왜 집착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직 우리 인간이 알지 못하는 우주의 어떤 기운이 좌향에 따라 길흉으로 작용하는 것일까?"라고 말이다.

풍수학 책을 들여다보고, 풍수학자들을 만나 이 부분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 봤다. 이런 고민 끝에 희미하게나마 정리가 되었는데, 집의 좌향과 같은 풍수는 인간의 정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눈만 뜨면 집 앞을 바라보게 되는데, 집앞에 놓인 산과 들 등 자연적인 형태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대문과 안방, 부엌 등의 위치는 해가 뜨고 지는 것(일조량, 어둠과 밝음)과 바람과 물, 계절 등이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인간의 정서에 영향을 주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이렇게 집의 좌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난 후 기초터파기 때 방향을 결정했다. 내 집의 좌향은 서사택으로서 서북쪽(亥坐)에서 동남(巳向)을 바라보는 '亥坐巳向(동남에서 정남쪽으로 치우침)' 주택으로 결정했다. 좌향의 결정에 참고로 한 것은 집 앞의 산 모양이었다.

집이 앉을 자리를 서쪽으로 하고 동쪽으로 하는 '신좌을향'또는 '술좌진향' 등을 할 경우 앞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보기가 좋았으나 뒤 구릉이 감싸주지 않았다. 또 정남향인 '자좌오향'으로 할 수도 있었으나 이럴 경우 앞에 보이는 안산의 모양이 좀 흐트러진 형상이라 피했다. 결국 동남에서 정남으로 치우친 '해좌사향'을 따르기로 한 것은 앞의 산들이 내 집을 향해 절을 하고 있는 형상으로 보였기 때문에 좌향으로 삼았다.

그러나 내 집의 좌향에도 좀 걸리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규산(앞산 뒤로 도둑놈이 담장 너머로 훔쳐보고 있는 형상)이 정면으로 있는 것이다. 규산은 풍수학에서 꺼리는 것이기도 했는데, 어느 풍수학자는 "동남방의 규산은 이롭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든 좀 떨떠름했지만 해좌사향으로 좌향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풍수적으로 완벽한 땅은 없다"는 어느 풍수학자의 말이 큰 용기가 되었고, 또 내 집 앞의 규산은 마당가에 소나무와 같은 사철 푸른 나무를 심어 규산을 가리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 다음기사는 기초~골조세우기)

덧붙이는 글 | 5월 10일 현재 벽체와 천정공사를 진행중입니다. 난방방식은 화목보일러를 주로 하고 기름보일러를 보조로 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줄기초를 하고 내부바닥에 콘크리트 슬라브를 하지 않고 방바닥 마감선을 기준으로 60cm 밑에서부터 은박지+마사토+숯과 소금+황토+마사토+단열재(은박지)+온수배관+황토모르타르마감을 할 생각입니다. 지반이 단단한 황토이지만 바닥침하가 염려되기도 합니다만, 시멘트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바닥이 갈라지는 문제에 대비해 엑셀파이프 대신 스텐레스 주름관을 사용하면 엑셀파이프의 온도변화에 따른 수축과 이완작용에서 방바닥에 금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 분은 스텐레스 주름관은 온수순환시 물소리가 많이 날 것이라고 합니다. 

독자님들의 고견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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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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