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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추분교가 포크레인에 의해 산산히 부서지자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이 오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평택기지 행정대집행(경향신문), 무기 들고 오면 맨몸으로라도(한겨레)."
"대추리 보상금 평균 5억3000만원(조선일보), '평택' 해결은 주민과 반미꾼 분리에서부터(조선일보 사설)".


4일 아침에 나온 일간지들의 평택 대추리 관련 보도의 제목이다. 대추리를 보는 시선은 늘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눠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몇 푼 되지도 않는 땅을 매입해서 돈 벌게 해주겠다는데 왜 못 내놓겠다는 것인가, 갑부 민중도 있느냐'며 비아냥거리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4일 오후 6시엔 YTN 뉴스를 보았다. 헤드라인인 '평택 대추리 집회 상황 종결'이라는 제목의 보도가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꼭지로 '판교 분양권자 오늘 발표'가 보도된다.

한쪽은 땅을, 집터를, 고향을, 들을, 마음을 잃어서 울부짖고 있는데 다른 한쪽은 로또만큼이나 당첨 확률이 희박하다는 판교, 황금알을 낳을 거위를 잡고 기뻐하고 있다. 참으로 대한민국다운 모습이다.

개발도상국을 비롯해 이른바 후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에서는 생존권적 기본권이 주요 현안이 되고,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사회권적 기본권이 그 사회의 의제가 된다.

한국 사회에서도 먹고 살기 급급하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고, 우리도 OECD 가입국이라고, 한미 FTA를 체결하고 나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진국 반열에 들어설 것이라고들 말한다. 정말 그런가. 오늘(4일) 대추리를 보며, 우리 사회의 또다른 '대추리들'을 보며 누가, 어느 누가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에게 대추리는 땅이 아니라 진실이자 삶의 증거다

4일자 <조선일보>는 국방부의 표현을 빌어 "당초 반대했던 주민이 680가구였으나 현재는 대추리와 도두리 지역의 69가구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아무리 채찍을 휘둘러대고 당근을 내밀어도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건 애초부터 돈 욕심이 아니지 않은가. 값을 더 쳐달라는 얘기가 아니지 않는가.

나고 자라며 밭을 일구고 소작의 풍요로움과 기쁨을 맛보며 한평생 살아온 그 땅은 그들에게 이미 땅이 아니다. 그들의 진실이고 믿음이며, 지나온 삶에 대한 증거다. 그 증거가, 자기 삶의 흔적이 한순간에 외부의 힘에 의해 사라지려 하는데 그 앞에서 어느 누가 분개하지 않을 수 있는가.

1989년 '오늘은 꽃잎으로 누울지라도'를 쓴 시인 김희수는 광주를 "대대로 역사 밖으로 따돌려 누천년 버려진 노여움의 땅"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오늘 그 땅은 다름 아닌 대추리였다. 노여움의 땅 대추리! 분노의 땅 대추리!

대추리는 분노의 땅이 될 것이다. 분노로 짓밟힌 그 땅에서는 이제 더 이상 싹이 트지 않을 것이며, 폭력으로 종식된 그 땅은 이제 폭력이 아니고서는 존재의 이유를 얻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아, 오늘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 우리는 대추리라는 십자가를 지고 저마다의 고통을 감내하던 수백 명의 예수를 보았다.

눈물이 멎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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