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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 눈앞에서 여자들이 쇠막대기에 매달려 이리저리 몸을 돌려가며 춤을 춘다면?

비록 리비도를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상상의 한계는 뚜렷하다. 젠틀맨(?) 클럽, 어두운 실내, 반쯤 술에 취한 남자들의 시선 그리고 맨살의 스트립티즈.

여기 또 다른 여자들이 있다. 그녀들도 벗을 만큼 벗었다. 하지만 그녀들 주위 어디를 봐도 술에 취한 남자들의 시선은 없다. 대신 진지한 열정의 눈길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폴 휘트니스'(Pole Fitness)를 하는 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 폴댄스라고도 불리는 이 새로운 운동은 현재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유럽과 호주 등에서 효과 만점의 다이어트 운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 <데어 슈피겔>에 소개된 폴 휘트니스 기사. 카트리나 델이 쇠막대기에 매달려있다.
독일의 주간지 <데어 슈피겔> 15호는 호주의 사업가 카트린 델(Dell, 44)의 말을 인용해 요즘 새롭게 등장한 '폴 휘트니스'를 사회면에 짧게 소개했다.

"친정엄마에겐 아직 폴 댄스를 배우고 있다는 말도 하지 못했죠. 두 딸들은 아주 기겁을 했답니다. 특히 14살 짜리 딸은 남들에게 창피하다고 그만 배우라고 난리랍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 남편은 저의 새로운 운동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는 5명의 다른 여성들과 함께 폴 댄스를 배우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정말 다시없을 즐거움을 찾았답니다. 전 다시는 지루한 휘트니스 스튜디오에 갈 마음이 없어요.

물론 폴 댄스는 매우 어렵고 힘든 운동입니다. 때문에 전 스트립티즈 댄서들에게 아주 큰 존경심까지 갖고 있어요. 아직까지 제 수준은 쇠막대기에 매달려 있는 정도죠. 하지만 올해 말까지는 진도가 꽤 나가서 어려운 동작들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제가 폴 댄스를 배우는 이유는 물론 제 직업을 바꾸기 위해서는 절대 아니에요. 전문적인 폴 댄서가 될 의향도 없구요. 지금으로서는 남편이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침실에 쇠막대기 하나를 설치해주길 바라는 정도예요."


남자들도 하는 폴 휘트니스

'미스 누드 월드 2005'의 스트립티즈 마스터에 당선된 네덜란드 출신의 드니스 물더는 4월 30일 방영된 독일 폭스(Vox)채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폴 휘트니스는 휘트니스센터에서 하는 워크아웃(Work Out)과 다를 바 없다"며 "쇠막대기에 매달려 고-고-댄스의 테크닉으로 춤을 추는 것일 뿐"이라고 정의했다.

물론, 전문 폴 댄서들이 폴 휘트니스는 워크아웃과 다를 바 없는 운동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몇몇 남자들은 '여자들의 살빼기는 정말 도가 지나쳤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폴 휘트니스에 뛰어든 개척자들 중엔 남성들도 있다.

▲ 폭스TV 핏포펀 프로그램 중 한 장면
독일 쾰른의 폴 휘트니스센터 '돌 하우스'에서는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쇠막대기에 매달린다. 조금만 훈련 받으면 쇠막대기에 매달려 엉덩이를 조금 흔들어 대는 정도는 남자들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게 폴 댄서들의 주장이다.

폭스채널의 핏포펀 티비(Fit for Fun TV) 팀은 남자들이 정말로 폴 휘트니스를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 점검하기 위해 비요른과 마틴, 두 남자들을 폴 휘트니스에 보냈다. 맨 처음 비요른과 마틴은 개인강사로부터 쇠막대기에 매달리는 훈련을 받았다. 그 다음에는 안무가로부터 쇠막대기에 매달려 있으면서 해야 할 동작들을 익혔다. 마지막으론 이러한 동작들을 좀 더 섹시하게 연출할 수 있도록 익히고 연습하는 것.

비요른과 마틴은 두어 시간의 훈련 뒤 의견 일치로 "폴 휘트니스는 절대적으로 여성들을 위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폭스채널의 핏포펀 티비를 통해 비요른과 마틴은 "한 시간 동안 폴 휘트니스 훈련을 받는 게 경험상 90분 동안 축구장을 뛰어다니는 것과 비슷하게 힘들었다"며 "살도 뺄 수 있고 즐거움도 누릴 수 있는 건 분명하지만 쇠막대기에 매달려 섹시한 동작들을 취하고 춤을 춰야하는 부분이 남자들인 우리에게는 너무나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시간 동안 폴 휘트니스 훈련을 받으면 평균 500에서 600칼로리를 태울 수 있다는 게 폴 댄스 전문가 드니스 물더의 대답이다. 비요른과 마틴도 한 시간의 훈련동안 대략 556칼로리를 소비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폴 휘트니스를 소비량이 아주 많은 운동으로 정의내릴 수는 없다. 러닝머신 위에서 한 시간 가량을 빨리 걷는다면 성인의 경우 400에서 500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고 이것은 폴 휘트니스의 운동량과 맞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즐거움, 새로움, 섹시함의 3박자가 갖춰진 폴 휘트니스

그렇다면 왜 편한 뜀박질이나 걷기 대신 어렵고 요상한 폴 휘트니스인가.

▲ 한 폴 휘트니스센터의 인터넷사이트
카트리나 델은 <데어 슈피겔>의 인터뷰를 통해 "폴 휘트니스가 너무 재미있어서 다시는 지루한 휘트니스센터에 가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비엔나에서 필라테와 폴 휘트니스 강사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 제니퍼는 "폴 휘트니스는 거꾸로 매달려 있기도 하는 것으로 중력부담을 줄여 요통 및 주름, 살처짐 등을 완화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쇠막대기에 의지해 매달려 있어야 하므로 여성들이 평소 잘 쓰지 않는 팔과 다리의 근육들을 강화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폴 휘트니스의 강점은 "일괄적으로 휘트니스 기구들을 움직이거나 지루한 요가를 행하는 것에 비해 신나는 음악과 함께 춤을 출 수 있다는 즐거움과 평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운동을 한다는 새로움, 또한 운동을 통해 여성들이 발견하게 되는 자신만의 섹시함"이라는 게 제니퍼의 답변이다.

폴 휘트니스를 전문으로 하는 곳은 네덜란드에만 벌써 20여곳이며, 영국과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로 발을 넓히고 있다.

웰빙, 웰니스라는 이름아래 세계적인 열풍에 휩싸인 점잖은 요가에 비하면 폴 휘트니스는 야성(野性) 그 자체다. 언제 어디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의 요가에 비해 폴 휘트니스는 집안에 쇠막대기부터 설치해야하는 것은 물론 배우려는 자 또한 모험심이 있어야 한다. 폴 휘트니스가 요가의 뒤를 이어 트렌드세터들의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시간이 문제'라고만은 말할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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