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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토피 맘사랑> 겉그림.
ⓒ 21세기북스
소아 천식을 앓는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건강법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아토피가 심각한 병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아토피 때문에 이민을 간다는 이야기는 들은 건 처음이었다.

<오마이뉴스> 책동네에서 받은 <아토피 맘사랑>이라는 책을 펼친 순간 참 당황스러웠다. 저자 소개의 말미에 "캐나다에 아토피 환자와 가족을 위한 쉼터를 만들 계획으로 올해 이민을 준비 중"이라는 내용을 보는 순간 '아토피 이민'을 떠나는 사람이 쓴 이런 책을 읽고 서평까지 써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의 첫 머리를 읽으면서도 이러한 마음은 이어졌다. 저자인 김자경씨의 행복한 학창시절과 연애시절 그리고 성공을 향해 달리는 그녀 남편 이야기를 읽는 동안에도 "그래 결국 캐나다 이민을 떠날 만한 형편이 되니까 떠나겠지"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다행이 남편의 성공이야기에서 그만둘 뻔한 책읽기를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읽었기 때문에 "그래 결국 캐나다 이민을 선택해야만 하는 사정이 있었구나", "이제는 입시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자녀교육 문제를 위해서만 이 땅을 떠나는 것이 아니구나" 마침내 아픈 아이(아토피 아이)를 둔 엄마가 아이를 살리기(제대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30년 넘도록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게 하는 나라가 되었구나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저려왔다.

나도 소아 천식으로 10년을 고생하면서 아이를 키웠기 때문에, 밤새 기침하는 아이의 등과 가슴을 두드리며 긴긴 밤을 보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의료보험을 적용하여도 천식으로 한 번 입원할 때마다 만만치 않은 병원비를 감당하는 것이 힘에 겨웠고, '지후' 아빠에 비하여 아비의 돈 벌이가 시원찮았으며, 병원 치료를 통해서 만족할 만한 치료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 이 책의 저자와는 다르게 대체의학과 자연의학, 민간요법에 기대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있거나 혹은 그렇지 못하거나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병을 앓는 아이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워 하는 부모의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점점 더 그녀의 이민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왜 하필 캐나다 이민인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캐나다의 좋은 자연환경이다.

"지후는 캐나다에 있는 동안 잠을 무척 잘 잤다. 밤 8시만 되도 졸음을 못 참아 곯아떨어지곤 했고 새벽에 깨서도 쉽게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 7~8시면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TV를 본다. 가려움도 덜했고 먹는 음식도 몇 가지 늘어났다. 난 캐나다에 있는 동안 지후가 아토피라는 것을 조금은 잊을 수 있었다. 그건 꿈같은 일이었다."(본문 중에서)

국정감사장에서도 방송출연에서도 거침이 없었던 그녀에게도 이민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낯선 땅과 낯선 언어, 그리고 낯선 문화, 모든 것이 호락호락한 것이 없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도 걱정이다. 그건 현실이고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 땅에 적응해야 했다. 이곳이 나의 마지막 희망이 되었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

그렇지만 그녀는 이민을 선택한다. 이유는 무엇인가? 그곳이 그녀에게 마지막 희망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캐나다 이민 뿐만 아니라 지후의 아토피 치료과정을 보며 잘 사는 사람들의 치료과정이라는 삐딱한 시선을 가질 수도 있을만한 대목이 여러 번 나온다.

"아는 분이 특별한 정수기라며 그 물로 씻으면 아토피가 좋아진다고 했다. 100만원이었다. 그래도 아토피가 좋아진다고 하니 우린 그 정수기를 사야했다."
"씻는 물은 약산성인 샤워정수기로 씻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우린 100만원으로 샤워정수기와 정수기를 샀다."
"해외에서 아토피가 좋아졌다는 소식을 접했고, 공기가 좋다는 호주의 이야기는 충분히 솔깃했다."


그러나 처음 가졌던 거부감은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나라면 과연 어떻게 하였을까?"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렇다 이 나라에서는 많은 부모들이 쉽게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을 가진 아픈 아이들 때문에 자신이 가진 것을 전 재산을 털어 넣기도 하고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 오르기도 한다. 나 역시 지후 엄마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내 아이의 소아천식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캐나다 이민을 선택하지는 않았겠지만 모든 일을 제쳐두고 지리산 골짜기를 틀림없이 찾아 들어갔을 것이다.

이 책에는 아토피를 앓는 아이를 둔 엄마와 가족들의 아픔이 또렷하게 담겨있다. 일반적으로 18번을 맞으면 된다는 감마인터페론 주사를 1년 반이나 맞아야했던, 남들 보다 훨씬 더 심한 아토피를 앓는 지후를 통해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좌절하기보다는 꾸준히 길을 찾아 나서는 당찬 엄마의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국정감사장에서 아토피환자의 고통을 증언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아토피 환자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방송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그리고 아토피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아토피안을 위한 심리치료 캠프'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강하고 꿋꿋한 엄마의 모습이다.

그녀의 주장처럼 이제는 아토피 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와야할 때이다. 자국민이 아토피 이민을 선택해야 하는 가슴 아픈 현실 앞에서 아무런 대책도 아니 문제의 심각성도 깨닫지 못하는 보건행정관료와 이 나라 국회의원에게 대책을 세우라고 소리쳐야 할 때이다. 힘겨운 경고의 메시지 그들에게 똑똑히 전해야 할 때이다.

"오늘날 카나리아가 된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을 희생하며 그 모진 고통 속에서 쏟아내는 그 경고를 우리는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본문 중에서)

이 책은 서양의학으로 아토피를 치료하고자 하는 부모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만하다. 식이유발검사법, 특수 분유에 대한 이해, 이유식 설명서, 스테로이드 사용가이드, 스테로이드의 부작용, 스테로이드 연고 분석 가이드, 각질 대처법, 아토피의 각종 합병증과 대처방법, 항히스타민제 가이드, 면역글로불린 치료, 달걀내성치료, 진드기 내성치료, 새집, 새차, 새가구 증후군에 대처하는 방법이 그리고 아토피 아이들을 위한 심리치료 경험과 전문상담원의 조언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다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저자가 선택한 병원 치료 말고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아토피 관련 책만 하여도 50종이 넘는다. 모두 다 좋은 책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서양의학, 한의학, 자연의학, 대체의학, 식이요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아토피안들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최민희의 <황금빛 똥을 누는 아기>나 <해 맑은 피부를 되찾은 아이>와 같은 자연요법을 소개한 책들과는 여러 가지 측면이 다르다.

사실 아토피를 극복하는 방식은 의료체계의 개선이나 새로운 신약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오래된 미래'를 찾아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야만 한다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오늘날 카나리아가 된 우리의 아이들에 대한 경고"를 깨닫고 새로운 삶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의 저자와는 달리 신뢰할 만한 자연요법이 있다고 믿는다. 이것 역시 7살 난 자식의 밥을 굶기며 아동학대(?)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단식을 시킨 모진 아비가, 소아 천식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아이를 낫게 한 주관적인 경험 때문일 수도 있다.

아토피 맘사랑

김자경 지음, 21세기북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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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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