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지난 16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만 명이 참가하여 대규모로 열린 한기총과 KNCC의 부활절 연합예배
ⓒ 에큐메니안
두 개의 부활절 연합예배

2006년도 4월 16일 부활 주일을 맞이하여 전국 교회에서 예수의 부활을 기뻐하는 기념예배가 열렸다. 그러한 가운데 우리의 시선을 끄는 두 부활절 연합예배가 있다.

하나는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치러진 한기총과 KNCC(한국기독교회협의회, 이하 'NCC')가 공동으로 주최한 부활절 연합예배며, 또 하나는 평택 대추리 천막교회에서 함께 한 부활절 연합예배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한기총과 NCC가 공동주최한 부활절 연합예배는 김삼환 목사(사회)와 조용기 목사(설교) 등 개신교계 이름있는 목사들을 비롯하여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 맹형규 전 의원,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등 약 5만 명이 참석한 큰 규모의 집회였다고 한다.

반면에 평택 대추리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는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를 위한 기독인 연대회의'의 주관으로 19개 교회와 14개 기독단체의 200여명이 함께 한 작은 집회의 부활절 연합예배였다. 앞서 말한 한기총과 NCC의 부활절 연합예배에 비하면 참으로 적은 수의 연합예배일 것이다.

이 시대의 분명한 갈릴리 현장, 빼앗긴 평택 대추리

내가 믿기로는 하나님께선 이 땅의 고통과 아픔에 우선적으로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예수의 부활은 고통의 극한인 십자가의 현장을 통해서만 맛볼 수 있는 부활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한국교회가 드리는 대부분의 부활절 예배에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 시대의 고통과 아픔도 없이 자족하는 부활절 기념행사일 뿐이다.

즉, 그러한 부활예배는 결국 십자가없는 부활예배요, '갈릴리'라는 현장이 빠진 부활이다. 이 시대의 갈릴리가 빠진 부활은 부활이 아니요. 그것은 '거짓 부활'일 뿐이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말씀하신 바는 분명하게도 '갈릴리에서 만나자'라는 것이다. 갈릴리에 그가 계신다. 이 시대의 아픔과 고통이 있는 곳에 바로 그 분이 계신다.

평택 대추리는 이 시대의 분명한 갈릴리다. 이 평택의 문제는 매우 지역적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세계적이다. 지역적 아픔과 지구적 아픔이 함께 녹아 있다. 즉, 지역 농민들의 농사짓는 땅을 빼앗기는 데에 대한 아픔이 녹아 있으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미제국주의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도 군사적 긴장과 개입을 드높이려는 평화에 대한 짓밟음이 함께 스며있다.

나는 단적으로 말한다. 만일 한국교회가 오늘날에 제대로 된 부활절 행사와 연합예배를 치르고자 한다면 바로 이 첨예한 문제를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너무나 절박하게 아파하고 신음하고 있는 갈릴리 현장을 외면한 채, 부활절 행사와 연합예배를 아무리 성대하게 치른다고 해도 그 곳에 하나님의 흡족함이 있을 리는 만무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성대하게 치러진 잠실측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이 날 한기총의 박종순 목사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하여, 한국교회의 위상과 힘의 집합을 위하여, 그리고 세계를 향한 설교의 비전을 위하여 한기총과 KNCC의 이 연합예배가 해마다 더 웅장하게, 더 장엄하게 모이고 진행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기독교의 부활절 연합예배가 더 웅장하고 더 장엄하게 하면 그런 게 정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부활절 예배가 되는 것인가?

실망스런 KNCC

▲ 이 시대의 분명한 갈릴리인 평택 대추리에는 매우 지역적인 아픔과 동시에 매우 지구적인 아픔이 함께 녹아 있다.
ⓒ 에큐메니안
나는 이제 그나마 남아있던 KNCC에 대한 작은 기대마저 이제는 접어야 할 듯싶다. 한기총이야 워낙 잘 알려진 못 말리는 꼴통 집단이라고 쳐도, 도대체 진보 에큐메니칼(교회일치) 진영을 대표한다는 이 자들은 이젠 머리 속에 무슨 생각들을 가지고서 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 제발 이제는 KNCC를 더는 진보라고 부르거나, 무슨 에큐메니칼 진영을 대표한다거나, 뭐 그딴 것으로 불리지 않기를 제발 강력히 소망하고 또 강력히 소망하는 바이다. 늙은 '종로 5가'는 더 이상 <진보>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

나는 지금 KNCC가 한기총과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렸다는 것 자체만을 놓고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물론 그 점도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겠으나). 뭐 그 정도야 어떻는가, 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이 따지는 지점은 오늘의 현시점에서 진정한 에큐메니칼 운동을 위해 무엇이 더 근본적이고 더 중요한 핵심인지를 이 작자들은 까먹고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한기총과 KNCC가 '짝짜꿍'하여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린다고 해서 에큐메니칼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 설교문을 서로 조율할 만큼, 이 둘 사이에는 이미 신학적 괴리가 매우 크게 놓여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에 따른 서로 간의 정치적 입장들도 매우 뚜렷하게 다른 지점들이 많다. 분명히 말하지만, KNCC가 한기총과 백날 연합예배 해봐야 서로 간의 신학적 이념들이 합의되지 않는 한 그것은 결코 화해나 일치가 되지 않는다.

본질적 연합과 일치를 외면한 외적 행사의 연합은 그저 겉으로 보이기 위한 기념행사일 뿐이다. 예배는 힘과 위상을 자랑하는 과시 어린 기념행사가 아니다. 예배는 예수의 역사적 삶의 현장에 내가 참여하겠다는 재충전과 결단의 의식이다.

그렇다면 작금의 부활절 연합예배는 첨예하게 고통받는 평택 대추리 현장을 위한 공동 연합전선의 부활절 예배였어야 했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정치색이 빠진 예배란 '거짓 예배'다. 왜냐하면 정치적이지 않은 탈정치적 예배란 궁극적으론 사탄이 의도하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사탄의 체제인 미제국주의의 의도와 정치는 우리가 가만히 있어주기만을 바라도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즉, 그리스도인은 마땅히 하나님 나라를 위한 정치적 노릇을 해야 한다. 나의 자아를 포함한 세계 안의 모든 것이 하나님 나라를 지향할 때 그것은 온전히 회복되고 구제될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집단들이라면 그런 고통의 현장을 외면하고서 말랑말랑한 과시용 행사의 예배를 드린다는 건 엄연한 직분유기다.

KNCC는 하루바삐 '교단협의체'의 성격을 벗어야 한다. 즉, 정말이지 환골탈태하는 심정으로 '헤쳐 모여!'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실질적인 '운동협의체'로 말이다. 이번 평택 대추리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린 여러 교회와 다양한 기독단체들을 살펴보라. 그야말로 그 자체로 에큐메니칼 모임인 것이다.

KNCC측의 박경조 주교가 잠실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가난한 이웃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언급했다고 하지만, 이젠 그것도 KNCC가 어딜 가면 의례적으로 언급하는 '행사용 말'로밖에 여겨지질 않는다. 한국의 KNCC는 현재 급속도로 에큐메니칼 진영의 현장 활동가들에게는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런 심각한 사태의 추이와 현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자들이 아무래도 현재 KNCC의 요직들을 꿰차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

이 시대의 에큐메니칼 운동은 갈릴리에서 만나는 것

'다빈치 코드' 하나 갖고도 어이없는 코미디만 보여주는 한기총 수준이야 워낙 말할 나위 없다지만, KNCC는 이런 자들과 부활절 연합예배를 그런 식으로 치러선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에큐메니칼을 실천한다? 웃기지 마시라! 내가 볼 땐 박경조 주교의 그러한 의례적 환영사보단 차라리 그날 평택 대추리에서 외친 장창원 목사의 우렁찬 기도소리야말로 더욱 직설적이고 솔직한 광야의 소리요, 에큐메니칼적 부르짖음이다.

늘상 말하지만, 내가 보는 이 시대의 에큐메니칼 운동은 저들이 회개치 않는 한 보수 근본주의와는 전선을! 생명살림과 평화누림의 뜻을 같이하는 이웃 종교나 전세계 진보 세력들과는 연대를! 하는 것이야말로 분명한 에큐메니칼 운동이다.

이번에 드린 두 부활절 예배에서 미제국주의와 그 졸개세력으로 자처하는 한국의 국방부가 평화를 짓밟고 있는 이 시대의 갈릴리 현장, 바로 그러한 사탄의 세력들과의 처절한 싸움을 외면한 채 드리는 부활절 예배란 이미 예배의 본질마저 퇴색되고 망각된 느낌이다. 적어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작자들과 집단들이라면 제발 그래선 안되잖은가!

바로 그렇기에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평택 대추리에서 200여 명이 함께 한 '평택 미군기지확장저지 부활절 연합 평화예배'에는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약 350명의 오케스트라와 1만 명의 연합성가대 연주와 찬양 그리고 5만 여명이 모인 부활절 연합예배를 오히려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진보기독언론 '에큐메니안'에도 올렸습니다. 정강길 기자는 에큐메니안 편집위원입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