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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경악시킨 인천 남동구 개 농장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동물보호연합과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가 14일 오전 11시 남동구청장과 면담했다. 그러나 구청 측은 이미 시설이전비 등의 명목으로 보상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다시 개들을 매입할 수 있는 법적 예산을 집행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고수했다고 한다.

개농장 주인 "병든 개들, 인계하겠다"

▲ 지난 2월 동물단체 방문 당시 인천 남동구 장수동 개 농장 모습
ⓒ 동물보호연합
그러나 면담 이후 개 농장 주인 노아무개씨를 찾은 동물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후 4시경 노씨로부터 놀라운 답변을 얻어냈다. 노씨가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가족들이 봤다. 가족들의 충격에 더는 개들을 그대로 둘 수 없어 병든 개들은 무상으로 동물단체에 넘기겠다"고 밝혔다는 것.

그러나 현재 구청과의 소송 건이 남아 있기 때문에 모든 개들을 넘겨 줄 수는 없다는 것이 노씨 입장이다. 즉 동물보호단체가 병들었다고 판단하는 개들에 한하여 인계하겠다는 것이다. 노씨를 면담한 동물사랑실천협회와 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은 포천에 있는 동물사랑실천협회의 제1보호소인 '보금자리' 보호소에 임시거처를 마련, 16일 아침 개들을 옮길 예정이다.

일부 개들이긴 하지만 극적으로 타결한 인천 남동구 개 농장 사건. 노씨의 심경변화가 있지 않았다면 합법적인 해결점을 찾기 쉽지 않았을 사건이다. 다시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동물단체 "동물보호법 개정안, 실효성 없어"

이번 사건을 통해 동물단체들은 동물 학대시 최고 벌금 20만 원에 불과한 동물보호법이 학대받는 동물을 구할 수 있는 어떠한 구속력도 가지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동물보호법은 농림부에서 2004년 이후 개정안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국회에 상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2005년 10월 13일 농림부에서 발표한 동물보호법 예고 안에 따르면 "동물보호에 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국민의 책무를 강화하고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 반려동물 사육 증가 및 여건 변화를 감안"한다는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 증가에 따른 유기동물 방지(4조), 동물보호감시관제도 도입(13조) 등이 신설되고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규정(14조, 18조) 등이 보완되었다.

그러나 동물단체들은 농림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정안이 현재 무수히 방치되고 있는 동물 학대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법률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단체들은 2004년 동물보호법 개정 추진위원회를 신설, 동물보호법 개정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서를 농림부에 제출하였다.

남동구 사건과 같은 동물 학대 사건이 다시 발생할 경우 새로운 동물보호법이 실효성을 거둘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견서에 따르면 "동물학대 행위 처벌의 목적은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동물이 지속적인 가혹행위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한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입법 예고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동물 학대에 대한 벌금이 최고 200만 원으로 조정되었을 뿐이다. 실제 피학대 동물이 학대로 인해 위급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긴급하게 조치를 받을 수 있거나 학대행위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장치는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피학대동물이 학대행위로부터 격리되지 못할 경우 심지어 더욱 은밀한 장소로 내몰리어 잔혹한 학대에 방치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는 설명.

▲ 오랜 시간 학대받아 온 개들. 현행법상 주인이 벌금을 내도 학대를 막을 수는 없다. 2005년 11월 일산 동물학대 사건 당시 사진.
ⓒ 동물보호법개정추진위원회
실제 동물 학대 사건이 발생했던 사례 중 하나. 2005년 11월 동물자유연대의 활동가들은 학대신고를 접수하고 경기도의 한 신도시를 찾았다. 일용 노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주인은 6-7마리의 개들을 키우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동물단체 회원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극도의 굶주림 상태에서 쇠사슬에 묶여 있는 개들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개 주인은 '개들이 말을 안 들어서…'라는 변명을 했으나 개들의 상황은 도저히 교육과 훈련이라고 볼 수 없는 참혹한 상태였다고 한다.

당시 동물단체들은 동물 학대로 주인을 고소하려 했으나 이미 경제적으로 파산 상태에 놓인 주인에게 20만 원의 벌금은 전혀 실효성이 없었다고 한다. 동물단체의 회원들과 경찰관이 현장을 방문, 수차례 주인을 설득하였으나 이후에도 학대는 계속되었다고 한다.

학대동물 피난권 보장하는 압수권 규정해야

또한 인천 개 농장 사건은 행정기관의 적극적 대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농림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예고안에는 동물보호를 담당하는 동물보호감시관제도(14조)를 신설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단체들은 "동물감시관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동물 학대를 당하는 피학대동물을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개가 소유주의 물건, 재산이기 때문에 재산권 등의 어려운 문제가 놓여 있다. 게다가 피학대 동물을 임시나마 긴급 피난시키거나 임시 보호할 수 있는 응급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이상 동물보호감시관의 역할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학대받는 동물들의 피난권을 보장하는 압수권이 규정되지 않는다면 개정 동물보호법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고 보호한다는 동물보호법이 실질적으로 학대받는 동물을 구하지 못한다는 모순. 동물보호법이 표류하는 사이 언젠가 장수동 개 농장 사건이 다시 재현되는 건 아닐까.

불행히도 장수동 개 농장 사건과 같은 동물 학대 사례를 고발하는 글들은 여전히 동물단체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동물 학대를 막고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요원한 것이 대한민국 동물보호의 현실인 것이다.

새끼 출산한 '장순이', 인천 개농장에서 첫 구출

▲ 3월 14일 인천 장수동 농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들.
ⓒ동물사랑실천협회
14일 저녁 노씨와의 타협이 이루어진 직후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대표는 주민에게 전화를 받고 인천 장수동 농장으로 달려갔다. 개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다는 것.

"제보 전화를 받고 소름이 돋았어요. 이미 네티즌 사이에 널리 퍼진 그 사진 속의 흰 어미 개와 아기들… 조금 전 태어났다던 아기들이 그 사진 속의 지옥 같은 상황과 연결되어서… 일단 데리고 나오자… 이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안전한 장소로 피신조차 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형편없는 동물보호법을 바꿀 기회로 삼자 생각했죠."

박소연 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극적으로 구출된 개는 인천시 수의사협회 회장이 운영하는 부평 고려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어미 개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나머지 태반을 쏟아 냈고 새끼들은 탯줄 부위가 감염되어 있었지만 건강상태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박소연 대표가 지은 어미 개 이름은 장순이. 장순이는 현재 포천에 있는 동물사랑실천협회 보금자리로 옮겨져 안정을 취하고 있다. / 전경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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