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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만금갯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괭이갈매기들
ⓒ 허정균
2000년 2월 환경부는 전문가 105명과 함께 전국 100개 주요 철새도래지에서 동시에 철새들의 종과 개체수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186종 118만4000마리가 관찰돼 99년도 106만8000마리보다 13종 11만6000마리가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최대의 철새 도래지 새만금 갯벌

이 조사에서 환경부는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의 새만금 지역에서 전체 개체수의 16%인 19만3000마리가 관찰돼 이 지역이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갯벌 생태계에서 최상위소비자인 새들이 이처럼 많이 찾아오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먹이가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 갯벌을 찾는 철새들 가운데 도요새가 있다. 황새목 도요과의 길이 12~61cm의 이 새는 종류도 참으로 많다. 흑꼬리도요, 큰뒷부리도요, 쇠청다리도요사촌, 송곳부리도요, 넓적부리도요, 꺅도요, 꼬마도요, 중부리도요, 붉은어깨도요, 마도요 등 13속 85종(또는 89종)이 있다고 한다.

도요새는 전 세계에 500만 마리쯤 있을 것으로 추산하는데 이들은 시베리아에서 번식을 하고 아프리카와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1만km 여정의 대장정을 한다. 아프리카로 가는 놈들은 유럽에서 쉬었다가 가는데 네덜란드의 와덴해 습지에 들른다. 네덜란드에서는 이 와덴해역을 공원으로 지정해놓고 생태학습장으로 삼고 있다.

수영 못하는 도요새 갯벌 없인 살 수 없어

한국의 서해안을 찾는 도요새의 개체수는 100만 마리로 추산하는데 호주에서 시베리아로 가다가 4~5월에 도착하고, 호주 등지로 겨울을 나기 위해 가다가 9~10월에 들른다. 호주와 시베리아를 오가다가 한국의 서해안 갯벌에 들러 영양을 보충하는 도요새는 하루에 1300여 마리의 고둥이나, 갯지렁이, 칠게 등을 먹는다고 한다. 이들은 20일 이상을 머물며 비쩍 마른 몸집을 2배 이상 불린다.

도요새는 수영을 하지 못한다. 썰물 때 드러난 갯벌에서 종종거리며 긴 부리로 갯벌을 헤쳐 먹이를 찾고 물이 들면 이들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은 갯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이다.

새만금갯벌을 찾는 철새 중에서 검은머리물떼새와 흑두루미 등은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7천~8천 마리 정도인 희귀종인데 검은머리물떼새는 천연기념물 326호로 지정되어 있다. 천연기념물 360호인 노랑부리백로는 개체수가 400~500마리밖에 안 되는 멸종위기의 희귀조로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나라 서해안의 넓은 갯벌에서 서식한다. 주로 강화 앞바다 갯벌에서 발견되었으며 간혹 새만금갯벌에서도 발견되었으나 갯벌 매립 등의 서식 환경 악화로 1990년대 들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

▲ 새만금갯벌을 찾은 중부리도요
ⓒ 허철희

4공구 막힌 후 철새 도래 절반 이상 줄어

이처럼 철새들의 낙원이었던 새만금갯벌이 2003년 6월 4공구가 막히자 갯벌 환경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찾아오는 철새들도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달 21일 국립환경과학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서해안을 찾아오는 대표적인 통과 철새인 도요ㆍ물떼새류는 지난해 봄의 경우 21만 3천 마리가 만경ㆍ동진강 하구 일대 등을 찾았고, 가을엔 10만2344마리가 방문했다.

이는 2004년 봄과 가을 서해안 만경ㆍ동진강 하구 일대를 찾아온 도요ㆍ물떼새류가 각각 33만4천여 마리와 24만5천여 마리였던 데 비해 최고 절반 이상 급감한 것이다.

세계 최대 습지 파괴국가에서 람사 총회 개최

1971년 2월 2일 이란의 람사(Ramsar)에서 채택된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the 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람사협약)'에서는 2만 마리 이상의 물새들이 찾아오거나 1개 종으로서 1% 이상의 개체수가 찾는 습지를 보호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97년 7월 28일에 101번째로 이 협약에 가입을 했으며 현재 148개국이 이 협약에 가입했다.

이 국제협약의 목적은 '습지는 경제적, 문화적, 과학적 및 여가적으로 큰 가치를 가진 자원이며 이의 손실은 회복될 수 없다는 인식하에 현재와 미래에 습지의 점진적 침식과 손실을 막자'는 것이다. 따라서 새만금간척사업은 세계 최대의 습지 파괴행위로서 람사협약에 반하는 것이다. 국제 환경단체에서 새만금간척사업을 반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다.

작년 11월 16일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린 2005년 람사총회에 정부대표단과 민간 환경단체 대표단이 현지에 파견돼 유치활동을 펼친 결과 참가국 만장일치로 경남 창원이 2008년 총회(10차) 개최지로 선정됐다.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람사총회 유치를 계기로 환경부는 ▲습지보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개발사업으로 습지가 훼손될 경우 그만큼의 습지복원을 의무화하는 '습지총량제' 도입 검토 등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는 지난달 2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2004년 작성된 환경부의 <새만금 하구역 자연생태계 조사보고서>를 입수·공개하며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이 보고서를 묵살, 은폐한 경위를 밝혀라"고 요구하였다. 또한 '새만금 간척공사를 강행하면 시화호보다 더 오염되므로 물막이 공사를 중단해야 하며, 시공이 끝난 방조제 일부도 허물어야 한다'는 내용의 해양수산부 보고서도 묵살 은폐했다고 노무현 정권을 성토했다.

퇴임 후 생태계 복원하는 일 하겠다는 노 대통령

천성산에는 무제치늪, 화엄늪 등 수서 곤충과 양서류가 살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20여 개의 늪과 계곡이 있다. 이곳에 고속철도 터널을 뚫어 습지를 파괴하면서, 새만금방조제로 세계 최대의 습지를 없애면서 무슨 낯으로 람사총회를 개최하며 환경선진국을 외칠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월 24일 산림청장을 비롯한 임업인 2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우리 세대가 아이들한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어릴 때 개구리 잡고 가재 잡던 마을을 복원시켜서 물려주는 것"이라며 "퇴임 후 마을의 숲과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진정 아이들을 그토록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새만금방조제 물막이 공사부터 중지시켜야 할 것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세계 최대의 생태계 파괴사업이다.

덧붙이는 글 | 허정균 기자는 부안새만금생명평화모임 회원입니다. 

<부안21>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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