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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된다. '초딩'들이 방학했다"

전국의 초등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가면서 사이버상에서 내려진 경계령이다. 네티즌들은 초등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인터넷에 대거 몰려들면서 각종 악성 댓글이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를 보내고 있다.

네이트닷컴에 글을 올린 아이디 '낙서금지'는 "글을 올리면 결국 게시판은 초등학생들의 개판 5분전 욕설낙서장이 된다"며 "글쓰기가 겁난다"고 토로했다. 네티즌들은 내년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되기 전 마지막 방학인 올 겨울 방학이 초등학생들의 마지막 활약무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 통계수치를 놓고 보면 인터넷 문화 혼탁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른바 '초딩'들은 충분히 억울할 만하다. 주요 포털 사이트의 뉴스나 각종 게시판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들은 실제로 '초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학기간이라고 해서 특별히 포털사이트 등에 올라오는 악성 댓글이 많아지는 것도 아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방학이라고 해서 특별히 악플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며 "방학이 되면 초등학생들이 올리는 악플이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있어 실제로 조사를 해봤는데 사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생들이 댓글을 올리는 비율은 전체의 1% 미만이었다"고 덧붙였다.

NHN 관계자도 "지난해 여름방학의 경우 악성 댓글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지만 큰 수치는 아니었고 이번 겨울방학의 경우 큰 변화는 없었다"며 "초등학생들만 방학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들을 주범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네이트닷컴 관계자는 "방학이라고 해서 댓글 수준이 떨어지는 경향은 없다"며 "뉴스에 달리는 댓글은 주로 종합면에 가는 기사에 많은데 이런 기사들은 초등학생들이 잘 보지 않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악플을 올리는 네티즌들이 실제 초등학생인 경우보다 오히려 초등학생 수준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언니·오빠'들인 경우가 훨씬 많은 셈이다. 결국 '수준 미달'의 성인들 때문에 초등학생 전체가 매도당하고 있는 것으로, 초딩들에게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네티즌들은 온라인 게임을 하다보면 게임에 진 초딩들이 실시간 채팅을 통해 욕설을 잔뜩 쏟아놓는 경우가 많다며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 아이디 'jkt2'는 "방학이 되면 동네 피시방을 초딩들이 점령하는가 하면 게임을 하다가 악담을 퍼부어 피시방 가기 겁난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하지만 게임의 경우도 상대방이 초등학생이라고 확인된 경우는 많지 않다.

초딩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인터넷실명제'가 아니라 '인터넷연령제'를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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