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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 어린이집 선생님의 손편지, 울컥했습니다

만인의 추억이 된 <나 홀로 집에>

▲ 이제는 추억이 된 영화 <나 홀로 집에>
ⓒ 20세기 폭스
이럴 수가! 황금 같은 성탄절을 맞아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세월이 많이 흐른 것 같다. 성탄연휴의 상징에 가까운 영화 한 편이 이번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나 홀로 집에>, 이 영화를 보지 않고는 도저히 성탄 연휴의 분위기를 낼 수 없다는 것이 내 상식이었는데, 세월의 흐름은 이 상식을 깔끔하게 무너뜨렸다.

재탕, 삼탕을 넘어 거의 십탕에 가까울 정도로 매년 성탄절을 장식해온 <나 홀로 집에>도 그렇게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새로운 영화 천재'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크리스 콜롬버스와 각본가 존 휴즈 콤비의 번뜩이는 감각이 이 이상 화려할 수 없을 정도로 빛났던 영화 <나 홀로 집에> 시리즈는 특유의 치밀한 각본과 배우들의 몸을 아끼지 않은 열연, 그리고 크리스 콜롬버스 특유의 가족주의 등의 3박자가 매끄럽게 어우러져 어린이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 선물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좋은 선물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의 취향은 역시 그때와는 차원이 다른 모양이다.

<나 홀로 집에> 시리즈의 탄생은 상당 부분에서 존 휴즈에 의해 이루어졌다. '케빈'이 집에 혼자 남게 된다는 설정은 존 휴즈가 각본가의 길을 걷기 시작할 무렵에 참여했던, 미국의 어린이 TV 시리즈였던 <내셔널 램픈>에서 빌려온 설정이며, '케빈'의 어머니가 뒤늦게 '케빈'을 집에 두고 온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은 <대재난>이라는 영화에서 얻은 아이디어라고 한다. 이전의 영화들에서 빌려온 설정을 이용해 새로운 신화를 창조한 두 콤비의 저력은 지금 봐도 많은 놀라움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나 홀로 집에>는 미국에서도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그 센세이션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 당시의 어린이들의 영웅이라면 <우뢰매>나 <후레쉬맨>, 그리고 <독수리 5형제> 등을 들 수 있겠는데, 이 영웅들은 모두가 말 그대로 영화나 만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상상 속의 영웅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전혀 다를 것이 없어보이는 평범한 어린이 '케빈'이 무서울 정도로 치밀한 계략으로 도둑들을 물리치는 영웅담은 더욱 놀랍게 느껴졌다.

'케빈' 역의 매컬리 컬킨 특유의 귀염성 있는 외모와 유난히 두드러지는 붉은 입술은 확실히 그의 매력을 살리는 포인트가 됐지만, 특별히 힘이 센 것도 아니고, 두드러질 정도로 튀는 어린이도 아니었던 그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보통의 어린이'였다. <나 홀로 집에>의 가장 확실한 성공 포인트는 '케빈'이라는 캐릭터에서 엿볼 수 있는 평범함이었다. 어린이들에게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악당들을 통쾌하게 물리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다.

게다가 케빈이 악당을 물리치는 전략 역시 어린이 특유의 장난기와 순간적인 창의력에서 우러나오는 멋진 전략들이다. 이미 굳어버린 어른의 감각으로는 연출하기 힘든 전략들이다. 2번째 시리즈인 <뉴욕을 헤매다>를 생각해보자. 멋진 장난감 백화점을 완벽하게 난장판으로 만들지만, 거기에서 느낄 수 있는 유쾌함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을 가진다. 어린이만의 장점을 꿰뚫은 감독과 각본가의 센스가 확실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렇듯 <나 홀로 집에> 시리즈의 두번째 매력은 어린이의 숨결이 제대로 살아있는 멋진 전략이 주는 짜릿함이었다.

▲ 속편 <뉴욕을 헤매다>의 호텔에서 '케빈'은 기상천외한 장면을 연출한다
ⓒ 20세기 폭스
하지만 여기서 도둑 콤비인 조 페시와 다니엘 스턴을 거론하지 않는다면, <나 홀로 집에> 시리즈를 제대로 본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훗날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좋은 친구들>이나 <카지노>, 그리고 <리썰 웨폰> 시리즈를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진정한 욕의 달인인 조 페시가 욕을 내뱉을 수 없는 어린이 영화에서도 대단한 입담을 과시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그에 대한 또 다른 놀라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의 입담과 어우러진 다니엘 스턴 특유의 멍한 이미지 역시 그 재미가 만만치 않은 편이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바보 캐릭터'가 한주먹거리도 안될 어린이에게 처절하게 당하는 그 장면들이 바로 <나 홀로 집에> 시리즈의 세번째 매력이다. 너무 처절하게 당해서 오히려 안쓰럽기까지 하다. 악당에게서 안쓰러움이 느껴진다는 것은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다.

물론 <나 홀로 집에> 시리즈는 어른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많은 형제들에게 치여 그 존재조차도 희미했던 케빈이 멋지게 집을 지키고, 뉴욕에서 악당을 혼내줬다는 사실에 그의 존재를 다시 발견하는 '케빈'의 부모의 이야기는 아이에게 부모가 모르는 또다른 장점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 아이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 당장의 학교 공부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크게 야단치지 말자. 영화 속의 '케빈'은 단순히 공부만 잘 해서 멋진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바로 어린이답게 자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케빈' 역의 매컬리 컬킨이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돈을 벌었고, 부모조차도 아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이혼 과정에서 양육권을 놓고 살벌한 소송 전쟁을 치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부모가 아이를 아이로 보지 않는 순간, 아이는 밝게 자라기 힘들어진다. 우리의 어린 영웅 '케빈'은 현실 속에서는 어리석은 부모에 의해 아이답게 자랄 수 없게 되면서 할리우드의 대스타가 될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신중하지 못했던 결혼과 이혼, 그리고 마약에 의해 순탄치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어린 영웅이 '케빈'만 있나? 우리에게는 <키드 캅>도 있었다

▲ <키드 캅>의 영웅들. 왼쪽부터 장영철, 김민정, 이재석, 정태우, 고규필
ⓒ 씨네월드
<키드 캅>이라는 영화는 아마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분명하게 자리잡고 있는 영화다. 어른 역시 어린이날에 스쳐가듯 본 기억은 확실히 있을 것이다. 성인배우로서도 좋은 기량을 보이고 있는 그 당시의 아역배우 정태우와 김민정 콤비를 단번에 생각나게 하는 영화다. 게다가 잊혀진 아역배우 이재석을 기억하는 이라면 다시 한번 반가움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키드 캅>은 <황산벌>을 연출했고, 현재 <왕의 남자>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준익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호기심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우락부락한 근육의 소유자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 하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어린이 영화라는 사실이 묘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또 <테러리스트>나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 등의 영화에서 선악을 오가는 연기력으로 관객에게 어필하던 독고영재가 어린이 영화의 악당으로 등장한다는 사실도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요소다. 이 묘한 불균형은 생각보다 많은 영화적 재미를 안겨준다.

<키드 캅>은 한국판 어린이 영웅담이라는 점 외에도 어른 뺨치는 연애담을 만드는 어린이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란 점에서 단순한 오락 영화 이상의 기억을 심어준다. 리더십을 발휘하며, 특유의 당돌한 매력을 잊지 않은 '준호(이재석)'나 여자 아이들의 사춘기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연예인'에 대한 사랑을 시작한 '은수(김민정)', 얼굴에 어울리는 순진무구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승우(정태우)' 등,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확실한 개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듯 <키드 캅>은 그 당시의 어린이 영화는 유치하다는 어른의 인식을 예상 외로 뒤바꾼 영화로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도 악당으로 등장하는 어른들은 어린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그들을 무시했다가 정신없을 정도로 호되게 당한다. 특유의 무게를 통한 묘한 불균형으로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는 독고영재의 모습 역시 대단히 인상적이다. 이따금씩 과잉되기도 하는 일부 어른들의 지나친 보호의식을 따끔하게 지적하는 장면들이다. 어른들의 생각과는 달리 어린이들은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어린이라고 무시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키드 캅>은 등장한 아역배우들이 많은 인기를 독차지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이재석과 정태우는 특유의 귀여운 외모로 '누나'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또 그 당시 남자 어린이들치고 김민정에 대한 '연모의 정'을 한번 이상 간직해보지 않은 어린이가 없다(?)는 사실에서 김민정의 많은 인기도 엿볼 수 있다. 특히 김민정은 드라마 <아일랜드>와 <패션 70's>를 통해 아역연기자는 성인연기자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통설을 뒤집었으며, 정태우는 가수로도 활동하는 등 그의 어린 시절 대부분을 차지했던 고정된 '단종'의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카리스마 넘치던 독고영재가 이렇게 망가질 줄이야..
ⓒ 씨네월드
변함없이 찾아온 크리스마스, 모든 어린이들이 '영웅'이 되길 바라며

'영웅'이 어린 시절에 주는 영향은 막대하다. 어린이들은 영웅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선과 악을 감지하며, 꿈과 희망을 키운다. 만화 속 영웅들은 상상 속에만 자리잡고 있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 당시의 '케빈'이나 '키드 캅'은 엄연히 현실 속의 어린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더 많은 추억을 주었다.

어쩌면 '해리 포터' 역시 그 당시에 많은 인기를 얻은 '영웅이 된 평범한 어린이'라는 점에서 그 영화들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꿈을 잊지 않고, 밝게 자란 어린이는 언제든 멋진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를 멋지게 기르고 싶다면, 꿈을 잃지 않는 순수한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다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어른의 역할이라고 본다. 공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아이가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 그런 어린이라면 언제든지 '케빈'이 되고, '키드 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신문의 제 블로그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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