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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청연>의 주인공 박경원에 대한 친일 논란으로 개봉 전부터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제작비 100억원, 10개월이 넘는 촬영기간, 그리고 영화를 찍으면서 제작진들이 이루려고 했던 완성도는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서 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친일 행동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으로 게시판을 달구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완성도보다 '역사의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영화를 직접적으로 본 사람이 별로 없으면서 무조건 기사 하나만 읽고서 영화를 비판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분명 「제국주의의 치어걸, 누가 미화하는가」라는 기사는 제목 하나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감정을 충분히 자극할만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만큼 일본이라는 나라에게 갖는 감정은 상당한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라고 합니다. 시나리오부터 시작해서 영화 제작, 그리고 마케팅을 통해서 상영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아이디어, 재정이 투여됩니다. 시나리오가 잘못되었는지는 영화가 개봉되고 관객들이 평가해야 할 일이지만, 마케팅 측면에서 본다면 이미 예고편이 공개되었고, 영화를 소개한 글이 공개되어 있기에 그것을 본 다수의 사람들이 완성도보다 역사의식에 대해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청연>이라는 영화가 어떤 영화인가? 이에 대해서 시나리오가 어떤지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아서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영화제작과 마케팅 차원에서 영화를 소개한 글이나 예고편을 통해서 어느 정도 알 수는 있습니다.

<청연>이라는 영화에 대한 여러 기사를 살펴보았는데, 제작자와 감독이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지 확실하게 나온 기사가 없었습니다. 그냥 "제작비 100억원이 들었으며, 찍는 과정에서 이런 고생을 했다"가 전부였습니다.

영화 전문 잡지인 < FILM2.0>은 이 영화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박경원은 사실 국내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비행을 공부하고 실천했던 일본에서조차 항공 관계자들 외에 그를 아는 이는 드물다. 영웅적 삶을 살았으나 영웅으로 기록되지 않은 인물, 여자로 태어났으나 여자로서의 삶을 거부한 사람,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으나 결국 하늘에서 세상을 떠난 박경원을 영화에 담기 위해 <청연>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녀를 찾아갔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일본 비행사로 하늘을 날았던 박경원의 삶에서 오늘날의 사람들이 기대하는 영웅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박경원에 대해서는 '일만친선 황군위문 일반연락비행'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고국 비행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친일파로 매도될 만한 기록도 적지 않다. 맥주도 잘 마시고 담배도 잘 피우고 그 당시 여성으로선 거구에 가까운 168cm의 키를 자랑했다는 점에선 중성적 면모까지 보였으나, 미모는 아니었으되 불꽃같은 매력으로 숱한 남자들의 구애를 받았으며 패션 리더로서의 자질까지 뽐냈던 진보적인 신여성이었다. 도무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이 복잡다단한 개인과 시대를 그려내기 위해 <청연>은 하늘을 날고 땅에서 뛰었다."

위의 평가대로만 판단해본다면 영화의 제작진들은 비록 박경원이 친일적인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진보적인 신여성의 모델로 평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외에 별다른 내용이 없기에, 제작진의 의도는 격동의 시기를 살다 간 진보적인 신여성으로서의 '박경원'을 그리려고 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작진이 직접 나서서 <청연>의 주인공 박경원을 통해서 당시에 제국주의 일본의 지배하에서 몸부림치다가 어쩔수 없이 일본인의 후원을 받고, 친일적인 행동을 한 것을 그리는 것이라는 설명이 없기 때문에 계속적인 '친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 <역도산>은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인의 영웅으로 살다 간 역도산의 일생을 그린 영화입니다. 그 영화의 과정을 보면서, 조선인으로 태어나 어쩔수 없이 일본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난 일본인이고 조선인이고 그런거 몰라. 난 역도산이고, 난 세계인이다"라는 역도산의 절규는 우리의 마음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청연> 또한 식민지 시대의 백성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픈 것인지, 게다가 그 시대에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에 대한 호소가 없다면… 아니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간단하게 언급되어 넘어간다면… 영화 <청연>은 역사의식이 상실된 영화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을 것입니다.

걱정되는 것은 영화를 소개한 글을 보면,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많은 지면이 할애되고 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여성으로 태어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라는 언급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영화를 보지 않고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었느냐를 관객들이 미리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예고편'이나 '영화소개'라고 한다면, <청연>이라는 영화는 어마어마한 제작비와 영화의 완성도와 영상미에 대해서는 자랑할 만한 영화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내용면에서 역사의식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것이 오히려 '친일'에 대해서 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친일에 대한 문제는 좀더 역사적인 평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소개를 보면서 주인공이 '일만친선 황군위문 일반연락비행'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고국 비행을 시도했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개인의 의도가 '친일' 행위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서 일본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면, 꿈을 이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이 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비행을 통해서 일본이 어떤 선전을 할 것이며, 또 조선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비행을 시도했다면 그것은 '친일적'인 행위로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고민을 했다고 영화는 말하겠지만, 그럼에도 그 비행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 비행입니다. 네티즌들이 그 영화에 대해서 많은 비판을 하는 것 중 하나는 목적(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수단(일본인의 후원, 일본의 대륙 침략의 선전)을 가리지 않는 모습에 대한 비판인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시대와 인물에 대한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영상미도 중요하지만, 역사의식 또한 나름대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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