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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님 사건 때문에 귀가 멍멍하다. 과거 '땡전뉴스' 시대가 있었다면, 지금은 '땡황뉴스' 시대다. 뉴스는 땡하고 시작하자마자 뱉어놓는다. "황...."

멍멍한 귀야 착 접으면 그만이지만, 마음이 먹먹한 건 어떻게 접어야 할까? 누구 말을 믿어야 하고, 우리는 왜 이리 휩쓸렸다 저리 휩쓸렸다 하는 걸까? 또 누군가는 왜 이리 격렬하게 거짓말을 할까?

며칠 전 이 책을 읽다가 허벅지를 내리쳤다. 바로 이거야. 인간이 귀가 얇은 게 아니라 마음이 얇은 거야. 바로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에코의서재 간)다.

황우석 교수가 읽어주었으면하는 '마음 잠재우는 법'

이 책을 쓴 로렌 슬레이터는 머리말에서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역사를 되짚어보는 기회와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동시에 제공해주었다"고 하는데, 나한테는 현재를 되짚어 보는 기회와 나 자신을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동시에 제공해주었다. 특히 황우석 교수를 비롯한 화제의 인물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엔도르핀처럼 솟구쳐 올랐다. 바로 이 꼭지 때문이다. '마음 잠재우는 법'.

ⓒ 에코의서재
평범한 주부 매리언 키치는 어느 날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사난다라는 이름이 보낸 편지였다. 편지는 황당하고 또 충격적이었다. 편지는 말했다. 12월 21일 밤 12시에 대홍수가 난다. 하지만 사난다라는 이름의 신을 믿는 사람은 모두 구원받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세상 멸망을 예언하는 내용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행운의 편지 같달까.

하지만 매리언 키치는 편지를 믿었다. 다른 몇몇 사람들도 믿었다. 그냥 믿기만 한 게 아니었다. 믿은 이들은 모든 것을 내던졌다. 직장은 그만뒀다. 집도 팔았다. 가족도 버렸다. 그리고 모여서 하나의 종교를 만들었다. 종말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가까운 미네소타 대학에서 심리학자로 활동하던 레온 페스팅거가 그 이야길 들었다. 그리고 그 즉시 행동했다. 집단에 잠입한 거였다. 그리고 관찰했다. 드디어 12월 21일이 됐다. '그 날'이었다. 사람들은 숨죽여 기다렸다. 한 점 의심 없이 믿고 기다렸다. 드디어 12시가 됐다. 약속된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다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처음에 사람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평화롭게 흘렀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갑자기 기쁨에 젖어들었다. 그리고 밖에서 그들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기자들을 불렀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했다. 밤새도록 앉아 있던 소수의 신자들이 너무나 많은 빛을 퍼뜨려 신께서 세상을 구원하기로 결심하시고 홍수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잠입 취재, 아니 잠입 관찰하던 페스팅거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인지 부조화 이론'이다. 너무나 명백한 실패 뒤에 대중들이 보여준 극적인 변화를 토대로 세운 거였다. 이 인지부조화 이론은 1950년대에 미국 심리학회를 폭풍처럼 강타했다. 그리고 인간 정신의 합리화 메커니즘을 최초로 밝혀낸 실험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은 그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가 교단에 잠입하여 역사책을 읽으며 발견한 것은 종교 집단이 일종의 필사적인 방어 기제로 변절하기 시작할 때는 그들의 믿음이 확실하지 않을 때와 정확히 일치했다. 한 인간 안에 존재하는 믿음과 실질적인 증거 사이의 차이는 슬레이트를 긁는 날카로운 소리처럼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위안은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우주선 위에 서명을 할 때에만 찾아올 수 있었다. 우리 모두 우주선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면 우리가 당연히 옳은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거짓말을 믿자"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 아닌 합리화의 동물

▲ 황우석 교수는 지난 16일 오후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줄기세포의 존재 여부에 대해 "논문 제출 이후 3개의 세포를 수립했다"며 "맞춤형 줄기세포 기술은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또 이런 이야기도 있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나와 자신의 문제 행동 사이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나는? 바로 앞엔 이런 구절이 있다.

"여러분은 착하고 똑똑한 사람이다. 착하고 똑똑한 사람은 거짓말을 위해서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분은 자신이 이미 내뱉은 거짓말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그 지저분한 돈을 자신의 호주머니 안에 이미 집어넣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에 맞게 믿음을 일치시키게 된다."

여기서 지저분한 돈은 거액이 아니다. 페스팅거는 이 세상 멸망 사건에서 돌아오자마자 재미난 실험을 했다. 거짓말을 하는 대가로 한 사람에게는 20달러를 주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1달러를 주었다. 그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보았다.

상식대로라면 많은 돈을 받은 사람이 격렬하게 진실로 거짓말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도리어 20달러를 받은 사람보다 1달러를 받은 사람이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결국 똑똑한 내가 그깟 1달러 때문에 거짓말을 하겠냐? 이러면서 거짓말을 아예 강하게 믿고 주장한다는 것이었다. 이게 바로 '인지 부조화 이론'이다.

계속 읽어볼까? 이런 구절도 있다.

"가령 우리가 사탕 하나나 담배 한 개비, 쌀 조금 때문에 자신을 팔았다면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 좀더 그럴 듯한 이유를 만들게 된다. 스스로 그런 행동을 하는 멍청이로 느끼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자신이 꾸며낸 거짓말을 돌이킬 수 없다면 아예 자신의 믿음을 바꾸어 더 이상 부조화를 겪지 않아도 되고, 바보 얼간이가 된 것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레온 페스팅거는 이야기했다.

"우리는 스스로의 위선을 정당화하기 위해 대단히 놀라운 정신적 활동을 한다."
"인간은 자신의 마음 속에서 양립 불가능한 생각들이 심리적 대립을 일으킬 때, 적절한 조건 하에서 자신의 믿음에 맞추어 행동을 바꾸기보다는 행동에 따라 믿음을 조정하는 동인을 형성한다."

그리하여 페스팅거는 믿었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다. 재밌지 않나?

덧붙이는 글 | 최근에 나온 책은 아닐지 모르나, 최근에 무릎을 치며 읽은 책을 다룹니다. 가끔 내 처지와 맞물려, 책이 미치도록 맛있게 읽힐 때가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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