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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달 22일. MBC PD수첩은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이란 주제로 조작 가능성을 내비쳤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언론은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도하며 일제히 MBC를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국가적인 연구에 논란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여기에 취재원에 대한 강압적 취재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은 이를 이용해 MBC를 거세게 비난하며 몹쓸 언론, 바람직하지 못한 언론으로 끌어내렸다. 조중동을 비롯해 모든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들은 너도나도 한치의 양보도 없이 MBC를 헐뜯으며 황우석 박사 편에서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네티즌들도 이와 같은 언론의 말만 믿은 채 황우석 박사 편에서만 논란을 지켜봤다. 한마디로 MBC만 나쁜 언론이었다.

반전은 있었다. 12월 15일 새로운 사실이 PD수첩을 통해 밝혀졌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는 없었다는 것. 조작됐다는 증거가 프로그램 내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KBS와 YTN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SBS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방송사는 16일 황우석 교수가 중대 발표를 할 것이란 보도와 함께 줄기세포가 없었다는 내용의 보도를 일제히 내보냈다.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조중동을 비롯해 "황우석 교수가 설마 그럴리가?"란 입장에서 보도해 왔던 모든 언론들도 pd수첩의 내용과 미즈메디 병원 노성일 이사장의 증언을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했다. pd수첩 편을 들기 시작한 것이다. kbs는 그동안 MBC에 뭇매를 퍼붓던 건과는 달리 참담하다는 앵커멘트로 보도를 시작했다.

황우석 박사의 연구 성과만 바라봤던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이 MBC에 무릎을 꿇게 된 것이다. 네티즌들과 국민들도 설마가 사람을 잡게 된 사실에 기가 막혀하고 있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황우석 박사의 공식 입장 발표가 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증언과 증거들 그리고 황박사가 <사이언스>지에 논문의 수정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논문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게 일단락이 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언론사에 대한 냉정한 비판이다. 그동안 무수한 언론들은 서로 기사를 공유하며 똑같은 기사를 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써 왔던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정보를 언론에 의지하는 우리 국민들로서는 이러한 언론보도가 그대로 자신의 가치관과 연결된다는 것을 모른 채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다.

한쪽을 몰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다른 쪽으로 돌아서는 우리 언론들. 언론윤리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관행은 무서운 것이다. 이번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논란으로 불거진 언론 문제는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일선 취재기자들도 기사 마감시간에 쫓겨 성급하게 기사를 쓰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며, 다른 방송이나 통신사의 기사를 조금 수정한 채 그대로 베끼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물론 불가피할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진정한 언론은 지금까지의 이런 관행을 피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논란이 우리 언론에게 주는 교훈은 참으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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