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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리잡기’. 술래나 맨 앞사람이 허리를 잡고 일렬로 늘어선 대열의 끝 사람을 떼어내는 놀이. 두 편으로 나뉘어 앞사람이 상대편의 꼬리를 따거나, 술래를 정해 술래가 꼬리를 따는 방법 등이 있다.
ⓒ (주)아툰즈
1980년 전후. 나는 초등학교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책가방을 내동댕이치고 친구들과 운동장을 맘껏 뛰어 다녔다. 다방구, 술래잡기, 땅따먹기, 구슬치기, 말뚝박기, 공차기를 하며 땅거미가 내려 앉아 친구들의 모습이 희미해질 때까지 놀고 또 놀았다. 저녁 먹으라는 어머니의 말씀은 '당연히'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노는데 정신이 팔렸던 어린 시절이었다.

20여 년이 훌쩍 지난 2005년. 누군가 요즘 아이들에게 '뭐 하고 노느냐'고 묻는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 인터넷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불과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또 어떤 차이가 날까? 그건 그렇고, 과연 '놀이'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걸까?

첨단 디지털시대에 웬 '놀이타령(?)'이냐고 따져 묻지는 말자. '놀이문화'도 당당하게 문화콘텐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플래시애니메이션과 디지털콘텐츠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아툰즈(대표 이진희)의 '우리 놀이문화원형'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술래잡기요? 요즘 아이들도 해요

"예나 지금이나 놀이에는 큰 변화가 없어요.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 게임만 하는 줄 아는데, 놀이의 내용보다 도구의 변화가 앞서다 보니 그렇게 보일 뿐이지 뛰어 노는 건 마찬가지예요. 술래잡기요? 요즘 아이들도 해요."

놀이문화 콘텐츠 개발을 총괄한 아툰즈의 김류 이사는 즐긴다는 의미에서 놀이는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전제했다. 다만, 노는데 있어 '사회적 요구와 시대적 장치의 차이'가 생긴 것뿐이라는 분석이다.

즉, 예전 어른들이 즐기던 바둑과 장기가 지금은 두뇌발달 필요성에 의해 아이들에게 의식적으로 가르쳐지고 있는 것이나, 연날리기와 윷 등의 놀이가 장식품으로도 활용되는 것 같은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지금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은 컴퓨터를 필요로 하지만 예전엔 자연물을 활용해 노는 등 놀이장치에도 차이가 있다고.

놀이는 크게 전통, 민속, 전래로 구분된다. 전통놀이는 '안동 차전놀이'와 같이 보존회 등에서 대규모로 행해지는 것으로 그 기록이 대부분 문헌에 남아 있다. 반면 민속놀이는 집단화 된 것이기는 하지만, 대개 조선말기까지 진행됐던 것으로 유래를 찾기는 어렵다. 전래놀이는 소규모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김 이사는 놀이를 전통과 전래로 구분하면서 상당한 애를 태웠다고 말했다. 학자들이 '문헌적으로 우리 고유의 놀이임을 증명할 수 있느냐'의 잣대로 전통을 재단했는데, 다분히 산업적인 콘텐츠를 개발함에도 학술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

"학술적으로도 '전통놀이'를 엄격하게 규정하는 건 매우 어려워요. 예를 들면 '투전놀이'는 전통놀이로 구분할 수 있는데도 중국과 일본에서 넓게 행해졌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식이에요. 깡통이 일본 강점기에 생긴 말이라는 이유로 전통에서 빼버린 '깡통차기'도 마찬가지인데, 조선에서 '돼지오줌보차기'로 분명히 행해졌던 놀이에요. 그냥 놀이는 민중이 즐겼던 것으로 봐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커요."

'놀이문화'는 놀이백과사전 성격

▲ ‘고을모듬’(위) 책을 펴서 그 안의 글자로 고을 이름을 누가 많이 찾는가를 겨루는 놀이. ‘농주(弄珠)’(아래) 구슬이나 작은 공을 갖고 올렸다 받았다 하면서 노는 놀이.
ⓒ (주)아툰즈
김 이사는 언뜻 보기에 놀이가 무슨 문화콘텐츠냐고 인식 할지 모르지만, 학술과 산업의 경계를 적절히 넘나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놀이문화 개발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료를 모으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실제 20년간 놀이문화 자료를 채집한 이상호 선생님의 동영상과 사진 등을 바탕으로, 국내 놀이학 박사 1호인 안동대 한양명 교수의 고증 하에 힘겹게 개발을 진행했다고 한다.

놀이문화는 전통과 전래의 비중이 3대 7의 비율로 구성돼 총 100가지로 구분된다. 하지만 술래잡기가 변형된 '얼음땡'과 '앉은뱅이' 같은 것들을 포함하면 총 300여 가지에 이른다. 각각의 놀이는 노는 방법과 규칙, 이미지 등으로 설명돼 있어, 그야말로 디지털 놀이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놀이문화는 도서와 CD-ROM으로 출시돼 학교 수업 교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7차 교육과정에 전통놀이가 추가돼 놀이에 대한 초등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대중적인 콘텐츠로 학교 수업에도 활용한다면 사업적인 재미는 어떨까. 김 이사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적이고 대중적인 콘텐츠 성격 때문에 오히려 수익을 올리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요. 콘텐츠를 구매하는 사람은 교사들뿐이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돈벌이 할 생각은 없어요. 그저 놀이문화를 원형으로써 발굴했다는 자부심을 갖는 것만으로 우린 만족합니다(웃음)."

하지만 이쯤에서 내내 참았던 질문을 던졌다. 아무리 그래도 몸을 부대끼며 노는 것 말고는 마땅한 놀이거리가 없었던 예전과 비교했을 때, 인터넷 게임과 다양한 시설을 이용해 노는 지금과는 분명 차이가 있지 않느냐는 물음이었다.

"물론 시대의 변화를 무시할 순 없죠. 지금 아이들은 개인적 성향이 강하고, 신체활동이 과도하거나 위험한 놀이는 잘 안 하는 건 분명하니까요. 하지만 이건 컴퓨터를 기반으로 혼자 놀기에 익숙한 한국의 특수성이라고 봐요. 서양은 여전히 아이들의 오감과 육체를 투박한 기구로 자극해 놀게 하면서 이기고 지는 법 등 상호 간 지켜야 할 규칙을 자연스럽게 체득시키고 있어요."

"놀이문화 통해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았으면 좋겠어요"

▲ ‘유객주(留客珠)’ 한쪽 끈의 고리에 있는 구슬을 다른 쪽 끈의 고리로 옮기는 놀이감. ‘손님을 머물게 하는 구슬’이란 뜻.
ⓒ (주)아툰즈
김 이사는 과거 조상들의 놀이는 피지배계층으로서 민중적인 성격이 강했던 것이고, 또 농사를 중심으로 농번기냐 아니냐에 따라 달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함께 어우러져 즐기며 공동체 의식을 다졌던 놀이에는 우리네 풍속이 담겨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100년 후를 생각해 보라며, 그 때 지금을 떠올리면 노래방과 스타크래프트 등도 놀이문화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발생한 쌍륙이 한국과 일본, 서양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부루마블로 변형된 뒤 다시 한국에 전해져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여름에는 덥게 놀고 겨울에는 춥게 노는 거 알아요?"

놀이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헤어질 무렵 김 이사가 불쑥 던진 말이다. 말인즉, 여름엔 '죽어라' 뛰어 다니는 '다방구'와 '술래잡기' 등을 즐기고, 겨울엔 얼음 위에서 '팽이치기'를 하거나 찬바람을 맞으며 '연날리기' 등을 한다는 것. 세시풍속놀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웃으며 답했다.

"우리는 항상 자연을 벗삼아 놀았어요. 요즘 아이들이 뛰어 노는 건 맞지만, 자연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하잖아요. 더울 땐 덥게, 추울 땐 춥게 노는 게 맞는데…. 참, 지금은 시베리아에서 넘어오는 바람 때문에 연날리기에 딱 좋은 거 아세요? 알고 보면 놀이 하나하나엔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담겨 있어요. 놀이문화를 통해서 아이들이 맘껏 뛰어 노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어요(웃음)."

영원한 국민놀이, 술래잡기 할 줄 아세요?

▲ 술래잡기의 변형인 '얼음땡'(위)과 '앉은뱅이'(아래) 놀이.
(주)아툰즈가 개발한 '우리 놀이문화원형' 콘텐츠는 다양한 놀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놀이방법과 규칙, 변형된 형태 등 이미지를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대표적인 국민놀이 '술래잡기'를 예로 들어봤다.

술래잡기는 술래가 다른 아이들을 잡으러 쫓아다니는 놀이로 전국적으로 행해졌다. 술래잡기가 변하여 생긴 놀이형태로는 '앉은뱅이', '얼음땡', '색깔찾기' 등이 있다.

술래잡기의 술래는 과거 경비를 위해 순찰을 서던 '순라(巡邏)'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한 곳에 가만히 있지 않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순찰을 서던 순라와, 놀이에서 술래의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술래'라는 말이 보편화되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얼음땡
지역에 따라 얼음망치•얼음살이•얼음꽝•얼음물 등으로 불리는데, 놀이방법은 비슷하다.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하고, 술래는 한자리에 서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큰 소리로 외친 다음, 다른 사람을 치러 다닌다. 술래가 손으로 치려고 하면 얼른 "얼음"하고 멈추어 서면 술래가 칠 수 없고, "얼음" 한 상태에서는 움직일 수 없다. 단 다른 사람이 와서 "땡" 하고 쳐주면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얼음" 하기 전에 술래에게 채이거나 "얼음" 하고도 움직이면 그 사람이 술래가 되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고 다시 놀이가 시작된다.

앉은뱅이
'얼음땡'과 모든 규칙은 같은데 조건이 "앉은뱅이"하고 앉으면 치지 못한다는 점만 차이가 난다. 그리고 얼음땡에서는 "얼음"하고 외친 상태에서 스스로 움직일 수 없지만, 앉은뱅이에서는 술래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아무 때나 일어나 돌아다닐 수 있다. 임의로 앉았다 일어섰다 하기 때문에 술래가 골탕을 먹게 된다.

색깔찾기
'얼음땡'과 '앉은뱅이'와 모든 규칙은 같은데, 조건이 술래가 지정한 색깔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차이가 난다. 술래는 약 4~5m 정도의 금을 긋고 그 안에서 특정한 색깔을 외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치러 간다. 예를 들어 "노란색"하고 큰 소리로 외치면 다른 사람은 도망가면서 노란색을 찾아서 잡고 있어야 한다.

(자료제공 : (주)아툰즈)

덧붙이는 글 | ㈜아툰즈 ‘우리 놀이문화원형을 찾아서’ 콘텐츠 열람 http://www.koreangame.net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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