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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항기 메타브랜딩 대표이사.
ⓒ 오마이뉴스 남소연

"세계 패션계를 움직이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인 알렉산더 맥킨. 그는 1999년 밀레니엄을 앞둔 패션쇼에서 교통사고로 발목이 절단된 육상선수를 패션 모델로 내세웠다. 옷에 집중하지 못할까봐 얼굴 미인은 가급적 모델로 쓰지 않는 것이 패션계의 관례였다. 그럼에도 알렌산더 맥킨이 장애인 육상선수를 모델로 세운 건 옷이 아닌 자신의 철학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브랜드(brand)는 말 그대로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이름 그 이상의 것이다. 박항기(35) 메타브랜딩 대표의 정의에 따르면, 브랜드는 "기업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이자 "끊임없는 자기 존재 이유에 대한 고민"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기업은 유형의 제품뿐만이 아니라 무형의 자산인 브랜드를 통해 '메시지'까지 함께 판다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브랜드라고 하면 먼저 회사나 제품 이름, 로고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브랜드는 색깔, 소리, 마니아 문화, 고객 서비스 등이 복합된 다양한 요소들의 총합이다. 또한 고정불변이 아닌 끊임없이 진화하고 퇴보하는 경제 생명체이기도 하다. BMW 자전거가 700만 원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대박을 터뜨린 것이나, 디자인의 명가인 반앤올옵슨의 CD 플레이어가 300만~500만 원의 초고가인 것도 '브랜드'를 빼고 이해하기는 어렵다.

"브랜드는 끊임없이 자기 존재 이유에 대한 고민"

업계에 따르면,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기업의 이미지를 통합하는 작업인 CI(Corporate Identity)가 활성화됐다. 5~6년 전부터는 브랜드 네이밍, 최근에는 브랜드 컨설팅으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1994년 설립된 메타브랜딩은 브랜드 네이밍과 컨설팅을 함께 하는 토종 기업이다. 올해 매출액은 약 20억 원, 상근 직원 22명의 중소기업이지만, 자타가 인정하는 업계의 톱 브랜드다.

'브랜드 컨설턴트'나 '브랜드 네이미스트'보다는 '플래너'를 자처하는 박항기 대표는 최근 브랜드 트렌드의 중요한 키워드로 '무경계(Borderless)'와 '가벼움(lightness)'를 꼽는다. 그는 "게임도 캐쥬얼, 술과 담배도 라이트가 인기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지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특정 지어지지 않는 그 무엇, 경계의 해체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당분간 이 두 키워드를 빼놓고 브랜드 트렌드를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하나의 브랜드 이름을 짓기 위해서는 적게는 1000개, 많게는 2000개의 후보군 가운데 고르고 골라 30개 가량을 선정한다. 로고 디자인도 200~300개 시안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10개 가량으로 압축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려운 건 고객인 기업을 설득하는 일. 최소 5~10년을 내다봐야 하는 일이라 그렇다. 주로 네이밍은 한 달, 컨설팅은 6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메타브랜딩에서 만든 브랜드가 SK의 'OK캐쉬백', 삼성전자의 '하우젠', KT&G의 '타임',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등이다.

그러나 박 대표가 이런 유명 브랜드보다 더 애착을 갖는 건 '꼬꼬마 텔레토비'다. 어린 아이들의 영원한 친구인 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 등의 한국어 이름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외국 이름에 익숙해지면 안된다는 방송사 PD의 부탁에 그가 무료로 한국어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내공이 부족해서'라며 언론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던 박항기 대표를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메타브랜딩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매년 직원 누구에게나 허용되는 '무급 안식월'중이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최근 브랜드의 특징적인 트렌드는 무엇인가.
"'보더리스'(Borderless·무경계)와 '라이트'(light
ness·가벼움)가 대표적이다. 도올 김용옥 교수가 '개인주의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엄청나게 빠르게 전체주의로 갈 수 있다'라고 했는데, 가벼움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무거움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그건 진보보다는 보수의 무거움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경계를 무너뜨리는 가장 큰 매개체가 브랜드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제품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브랜드가 가치를 가지면 제품 이상이 될 수 있다.

무경계는 누가 나의 경쟁자인지 정의하기 어렵다는 걸 뜻한다. 예를 들어 철강회사가 다른 철강회사 때문에 망하는 게 아니라, 고강도 플라스틱 회사 때문에 망할 수 있는 시대다. 과거 20세기에는 사업 확장이 공장 라인 증설이었다. 21세기에는 내 브랜드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고, 누구에게 먹히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에서는 디자인, 상품기획력, 고객관리 등이 중요하다.

나이키가 맥켄리 등이 주름잡고 있던 골프 시장에 예상외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이키라는 브랜드 자산과 타이거 우즈라는 스타 자산, 그 두 가지 때문이다. 인라인 스케이트조차 나이키의 것이 잘 팔린다. 이런 브랜드 파워 때문에 모든 사업이 한 쪽으로 집중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점은 브랜드의 폐해가 될 수도 있다."

- 박 대표는 브랜드 컨설턴트, 브랜드 네이미스트로 불리는데.
"내가 보기에 나는 '플래너'다. 컨설턴트라고 하기에는 논리적이지 않고, 네이미스트라고 하기에는 창조적이지 않다. 꿈꾸는 게 나의 일인 것 같다. 메타브랜딩의 브랜드도 키우고, 다른 회사도 키우는 일이 내 역할이다."

"환경이 변하면,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직업이 '이름값을 해야 밥값을 하는 일'인데, 그동안 밥값을 톡톡히 했나.
"(웃으며) 그렇지 않겠나. 이 비즈니스가 경력을 쌓아 창업하는 일이다. 살면서 가장 잘 한 게 메타브랜딩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 1994년 당시에는 벤처도 없었고, 대학생이 창업한 것 자체가 뉴스였다."

'메타브랜딩'은 1994년, 박 대표가 대학교 3학년 때 창업한 '이름 고을'이란 회사를 전신으로 하고 있다. 당시 2명이 참여했고, 다른 한 사람은 현재 메타브랜딩의 이사를 맡고 있다. 중소기업의 이름를 지어주던 이름 고을은 이후 '브랜드 밸류'라는 컨설팅 회사와 합병한 뒤 '메타브랜딩'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메타브랜딩'은 말 그대로 '브랜드를 뛰어 넘어'라는 뜻이다. 브랜드에만 매몰되면 제대로 된 브랜딩 작업을 할 수 없다는 '도전적인' 이름이다.

'성장률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물음에 박 대표는 "조금씩 성장했다"며 "몇 년 동안 '업의 정의'를 해왔다"고 밝혔다. 뭐든지 기초를 다져놓지 않으면 성장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 탓이다. 그렇지 않은 고속성장은 언젠가 폭주기관차처럼 터질 것이라는 게 박 대표의 소신이다. 그러나 올해 디자인 회사를 인수해 영역을 확장한 메타브랜딩은 향후 성장 가능성을 밝게 전망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CI가 활성화되면서 로고 디자인이 주목을 받았다. 브랜드 네이밍이 보편화된 것은 1990년대 후반이고, 브랜드 컨설팅은 최근에 들어와서 각광을 받고 있다. 네이밍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컨설팅이 자연스럽게 부각된 것이었다. 우리는 중국브랜딩에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 기업이나 제품이 진출한 뒤에 서비스가 따라갔다. 그러나 우리는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는 생각이었다. 메타브랜딩을 아시아를 잘 아는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 '21세기 브랜드 전략'이라는 강의에서 "이름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름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근원적으로 이야기하면 브랜드는 기업이 고객에게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철학이다. 기업 철학에는 두 종류가 있다. 내부 구성원들에게 강조하는 철학과 고객에게 이야기하는 철학이 있다. 철학은 존재 이유다. 그런 면에서 브랜드는 끊임없이 자기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이 변하면,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환경이 변한다고 다 변해야 한다면 결국 뿌리가 없어진다. 출발점이 없는 방황 그 자체가 돼버린다. 그런 점에서 이후 사회가 점점 더 철학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워지는 것과 동시에, 그 가벼움 때문에 괴로워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근원을 고민하게 된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브랜드는 무형의 자산이어서 CEO의 철학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이전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까지 브랜드를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브랜드는 목적이라고 본다. 기업이 고객에게 물건만 주는 것은 아니다. 물건을 주는 행위를 통해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다. 앞서가는 기업들은 브랜드를 자산으로 생각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브랜드를 소모품으로 본다."

- 일반적으로 '브랜드'라고 하면, 회사나 제품 이름으로만 인식하는데.
"브랜드의 구성 요소는 다양하다. 색깔이나 소리도 중요한 브랜드 자산이다. 기업에게 사가 말고 브랜드 전용음악을 만들라고 권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기업의 문화나 마니아 클럽도 그 브랜드의 문화다. 뛰어난 직원들도 브랜드 요소이다. 특히 서비스업의 경우 현장 직원들의 태도가 무멋보다 중요한 브랜드다. 브랜드 시대에서는 독특한 개성이 매우 중요하다."

- 아무리 브랜드 전략이나 네이밍이 좋아도, 해당 회사의 내용이나 제품의 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이거나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을텐데.
"브랜드의 최소 조건이 있다. 적어도 (회사나 제품이) 소비자나 시장에서 원하는 만족도를 줄 수 있는가. 평균 만족도 이상이 돼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품질을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브랜드를 깔 힘, 유통력을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다. 이 세 가지 전제조건을 갖춰야 브랜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품질과 유통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 뭘 해도 안되고, 더 빨리 망한다."

- 고객인 기업과 의견이 충돌날 때 어떻게 조율하고 설득하나.
"브랜드를 하다보면 장기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의 영업 활동은 단기적인 이익을 좇기 때문에 종종 충돌한다. 우리는 고집을 부리는 편이다. 단기적으로 하루 하루를 모은 합이 반드시 아름다운 미래는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우리의 생각을 고집해서 쫓겨나더라도 나중에 '위험 요소'를 경고했던 사람으로 기억될 수도 있으니까."

-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알렉산더 맥킨이 교통사고로 발목이 절단된 육상선수를 패션모델로 내세운 일이나, '우리는 옷을 파는 게 아니라 철학을 판다'는 베네통의 브랜드 컨셉트는 '역발상'인데.
"역발상이 중요하지만, 존재 이유에 맞는 역발상이어야만 한다. 어색한 걸 친근하게 만드는 전략이 역발상은 아니다. 자칫 역발상을 잘못 쓰게 되면 지금까지의 얘기를 부정하는 꼴이 돼 정체성의 혼란을 준다. 자신 없으면 바꾸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는 한 컷 한 컷 찍어가는 영화 필름과 같다. 한 장 한 장을 모아 쭉 돌리면 잘 된 사진들은 개연성이 있으면 영화가 되기도 하지만, 잘못된 경우에는 하얀색 그림만 나온다."

"브랜드 네이밍을 할 때 1000~2000개 가량의 후보군을 스크린한다"

- 디자인·PR·광고·리서치·법률자문 등 브랜드 컨설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일들이 많다.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나.
"브랜드 컨설팅의 경우 먼저 내부 조사부터 한다. 내부에서 생각하는 브랜드 인식과 실제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의 인식은 차이가 크다. 내부 조사에 앞서 외부 조사를 먼저 하면, 다들 그 결과가 자기 생각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내부 조사 후에 소비자 조사를 벌여 확인한 차이의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런 뒤 브랜드의 의미와 방향, 철학 등을 정리한다. 고객들이 생각했던 이미지와 기업이 가려고 하는 방향에서 접점을 찾고, 아이덴티티를 찾는다. 모든 브랜드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메타브랜딩이라고 하면 열정, 나이키는 스포츠 정신, 바디숍은 환경과 자연, 볼보는 안전…. 고객들이 어떤 단어를 떠올릴 때 내 브랜드를 먼저 생각나게 하는 게 목표다."

- 브랜드 네이밍 작업도 만만치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브랜드 네이밍을 할 때 1000~2000개 가량의 후보군을 스크린한다. 상표권 등록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30개 정도를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준다. 로고 디자인의 경우 200~300개 후보군 가운데 10개 가량을 제시한다. 최근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로고를 활용한 어플리케이션이다. 단순히 로고 하나가아니라 로고가 적용되는 환경이나 응용이 중요하다."

- 브랜드 컨설팅과 네이밍을 할 때 가장 힘든 과정은.
"컨설팅을 할 때 고객을 설득하는 게 가장 힘들다. 기업은 주로 단기적인 관점에서 효과를 요구한다. 특히 전문 경영인의 회사이거나 영업이 강한 곳일 경우 매출을 지상 목표로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브랜드 컨설팅 작업을 설득하기 어렵다. 네이밍은 포화 상태인 기존 상표를 피해나가는 게 무엇보다 어렵다."

▲ SK의 'OK캐쉬백', 삼성전자의 '하우젠', KT&G의 '타임',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등의 브랜드가 메타브랜딩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한국어 이름에 무척 애착을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메타브랜딩에서 만든 브랜드 네이밍을 보면, 하우젠·타임·렉스턴·OK캐쉬백·산타페 등 대부분이 영어 이름이다.
"한국어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지금도 많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비즈니스를 운동으로 하면 안된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일을 의뢰한 사람의 관심사가 뭐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글 이름을 추천하고 싶어도 트렌드에 맞지 않거나, (기업에서) 잘 선택하지 않는다."

- 영국 BBC에서 제작한 '꼬꼬마 텔레토비'의 국내용 한국어 이름을 지은 것에 대해 자부심이 남 다른 것 같다. 그 밖에 기억나는 네이밍 작품들은.
"'꼬꼬마 텔레토비'는 내 최대의 치적이다(웃음). '바다원'도 애착이 간다. 멸치만 팔아서 2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다. 육지에 풀무원이 있다면, 바다에는 바다원이 있다는 컨셉트다. OK캐쉬백도 사연이 있다. 원래 현금을 돌려준다는 의미에서 'CASHBACK'으로 하려고 했다가, 나중에 'CASHBAG'으로 결정했다. 브랜드의 확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개인적으로 '튀는' 브랜드를 좋아하지 않는다. 브랜드는 장기적이어야 한다. 명품 브랜드는 아주 트렌디하지 않다. 표면적인 것으로 꼬시는 건 오래 못간다. 가장 중요한 건 철학, 제품의 본질로 꼬셔야 한다. 그걸 표현해 내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아야 한다. '하나의 비즈니스가 완성되는 데에는 10년이 걸린다'는 소니 모리타 회장의 말에 공감한다. 하나의 브랜드를 완성하는 데는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회사 이름은 25년, 제품 이름은 최소 3~5년 이상의 생명력을 가져야"

- 브랜드 네이밍 작업에서의 원칙과 금기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발음이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소리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부정연상을 꺼린다. 제품 속성 지향적으로 가는 이름이나 가벼운 이름도 배제해야 한다. 옷처럼 브랜드도 패션성을 띠지만, 오래 가는 브랜드나 힘이 있는 브랜드는 단지 가볍거나 유행을 좇지 않는다. 회사 이름은 25년, 제품 이름은 최소 3~5년 이상의 생명력을 가져야 한다."

- 브랜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도 하는데, 어떤 기준을 적용하나.
"브랜드 가치 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해서 요즘은 잘 안한다. 프라이스 프리미엄이 중요한 잣대다. 예를 들면 (같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참이슬일 때와 참이슬이 아닐 때의 소주 가치가 다르다. 100원이라도 더 비싸도 그걸 사려고 하는 증가 폭, 그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힘(선택 확률), 재주문율 등을 통해 산업적인 수익율을 계산하면 브랜드 가치도 화폐로 환산할 수 있다.

다만, 기존의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브랜드가 루머나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어느 회사의 브랜드 가치가 1조라고 해도 이미지가 무너지는 타격을 받게 되면 한순간에 5000억 원으로 반토막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런 브랜드 가치 계산법은 없다."

메타브랜딩은 톡특한 기업문화로도 주목 받고 있다. 11년 전 회사를 창립할 때부터 주 5일제 근무를 시행해왔고, 지금은 주 4일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워를 피하기 위해 10시 출근제를 도입했고, 월요시네마와 수요스터디 등 요일별로 색깔있는 재충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비록 무급이긴 하지만, 직원 누구나 1년에 한 달 동안 '안식월'을 가질 수 있다. 단, 이 기간 동안 반드시 하루 이상은 해외여행을 다녀와야 한다.

지금도 그다지 큰 규모의 회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메타브랜딩은 초기부터 자신들을 '리딩 컴퍼니'로 규정하는 당돌함을 보여왔다. 박 대표의 '리딩 컴퍼니' 개념은 "실험적으로 앞서 가는 회사"이니, 그런 면에서 보자면 억지 주장만은 아니다. "좋은 네이미스트에게는 깊이가 있어야 한다"는 박 대표의 꿈은 "경영학 교과서에 사례로 나오는 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기업의 질은 제품의 질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명제로 보자면, 아이러니컬하게도 메타브랜딩의 성공은 그들의 고객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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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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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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