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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일벗은 천부경> 겉표지
ⓒ 창천사
근래 들어 우리 한민족의 뿌리를 찾고, 한민족의 시원을 탐구하는 책들이 자주 출간되고 있다. 비슷한 제목들의 책들이 서점가에 진열되어 있는데 그 대표적인 책들 중의 하나가 <한단고기>(임승국 번역.주해), <통곡하는 민족혼>(안원전), <삼일신고>(최동환 해설), 그리고 이번에 증보판으로 나온 조하선의 <베일벗은 천부경>이다.

이러한 책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우리 민족의 시원을 환인천제의 환국 시대, 환웅천왕의 신시배달국 시대, 그리고 단군 시대에 두고 기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신화로 치부해왔던 상고시대의 역사를 위의 책들의 저자는 사실적 역사로 인식하고 서술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역사란 사실적 사료를 바탕으로 한 기록만을 인정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 책의 내용은 어쩌면 허황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신화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신성화한 것임을 인식한다면 한민족의 위대성을 이야기 하고 있는 책들을 무조건 경원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부 혹자들이 '세계화 시대'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민족의 뿌리를 찾아 그 정신을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는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천부경>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보고 있다.

특히 이들 책들은 지금까지 왜곡, 말살된 채 축소지향적인 역사만이 우리의 역사라고 배워왔던 세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천부경>이란 무엇인가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만물은 하나에서 시작되었으며 그와 같은 시작은 끝이 없이 계속되고)로 시작하여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 (시작된 하나는 끝이 있으며, 그 끝나는 하나하나는 끝이 없이 계속된다)로 끝맺음을 하고 있는 <천부경>. 그렇다면 천부경(天符經)이란 대체 무엇인가? 저자는 <천부경>을 우주 원리를 담고 있는 우리 민족 최대의 경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저자가 쓴 서문의 말을 빌려 보자.

"천부경은 우리나라의 정신적 . 사상적 뿌리를 이루는 민족 고유의 성전(聖典)이다.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고,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다는 개천절 노래 가사처럼 우리의 정신적 뿌리, 우리의 영적인 새암과 같은 경전이 바로 천부경이다. 이 천부경을 가지고 우리의 단군 할아버지와 환웅, 환인 천제가 그 가르침의 바이블로 삼았던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천부경>이 환인, 환웅, 단군 시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우리 민족의 뿌리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다만 사료의 부족과 연구의 부족으로 <천부경>에 대한 학문적 체계가 갖춰지지 못한 탓에 위경으로 의심받고 있지만 저자를 비롯한 천부경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천부경>이 세계의 모든 종교, 철학, 사상의 뿌리가 된다고 단언하고 있다.

민족 경전인 <천부경>과 유대 신비 철학인 '카발라'의 관계

또한 <천부경>이 서양에서 폭넓게 연구되고 있는 유대인의 신비 철학인 '카발라(kabbalah)'와의 밀접한 연관성을 통해 <천부경>의 의미를 파악하고 있다. 천부(天符)란 하늘의 인장을 의미하는데, 하늘의 인장이란 우주, 존재계의 심벌(상징)을 가리키는데, 그것을 '카발라'의 '생명나무'라고 말하고 있다.

'카발라'를 연구해 온 많은 사람들은 카발라의 기원을 이 세상의 문명의 시원에 두고 있다. 지상의 모든 종교, 철학, 사상이 카발라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할 정도다.

그럼 '카발라'라는 단어는 어디서 왔는가? 저자는 환웅 1세의 이름인 거발환(kaballhan)을 카발라(kabbalah)의 어원으로 보고 있다('태백일사' <삼신오제본기>에는 '거발환'이 환인 1세의 이름이라고 함).

"오랜 후 천재 환인이 나와 백성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그를 안파견 또는 거발환이라 불렀다. 소위 안파견이란 하늘을 계승하여 일어선 아버지라는 뜻이 이름이다. 소위 거발환이란 천지인(天地人)을 하나로 정한다는 뜻의 이름이다."

이는 '거발환'이 천제의 호칭이면서 그 자체에 철학적 의미까지 함축되어 있음을 알게 해준다. 또한 세상의 모든 종교, 철학, 사상이 천부경과 카발라에서 나왔다고 보는 것도 둘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정황을 두고 저자는 천부 사상의 심오함을 지니고 있는 <천부경>과 예부터 비밀스럽게 전해져 내려오는 유대인의 신비철학인 카발라가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천부경>과 카발라. 둘이 어떤 관련성을 맺고 있건 없건 그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카발라는 여러 학문적 체계가 갖춰지고 있는데 비해 우리 <천부경>은 아직 그 연구가 부족하여 믿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음은 아쉬운 면이라 하겠다.

천부경 전래

<천부경>은환인. 환웅 천제의 환국시대에서부터 녹도문자(鹿圖文字)로 전해내려오던 것을 신라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이 태백산(또는 백두산)의 옛 비석에 새겨진 것을 해독, 한문으로 번역하여 후대에까지 전해져왔다고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천부경>으로는 계연수(桂延壽)가 1916년에 묘향산 석벽에서 발견하여 이듬해인 1917년에 대종교측에 전해졌다는 묘향산 석벽본이 있고, 고려말 학자로서 단군세기의 저자인 이암의 현손인 이맥(李陌)의 태백일사(太白逸史)본, 그리고 최치원의 후손인 최국술이 1925년에 편찬한 최문창후전집에 들어 있는 최고운 사적본 등에 천부경의 내용이 전해져 내려온다고 한다.
필자는 4년 전부터 수박 겉핥기 식이지만 <한단고기>를 비롯한 관련 서적을 읽어 왔다. 짧은 머리로 그것들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우리 민족의 뿌리, 그 웅대한 사상과 시원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내적 희열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천부경>은 세상에서 가장 난해한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81자의 글자 속에 우주의 모든 비밀을 담고 있는 책. 그 비밀을 범속한 우리가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 만큼 어렵고 심오하다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하선의 <베일 벗은 천부경>은 <천부경>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우리 민족에 대한 크나 큰 자긍심을 갖게 하는 책이라 할 것이다. 또한 곁에 두고 늘 가까이 하면서 우리 한민족의 혼을 조금이나마 맛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라 생각된다.

베일 벗은 천부경

조하선 지음, 창천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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