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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11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을 갖는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
ⓒ 청와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6월 11일 미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를 빨리 해결하겠다"면서 "신속히 하도록 강하게 지시하겠다"고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약속한 것으로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회담록에 의해 확인됐다.

그런데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해선 미 의회 등의 명백한 지지가 있어야 한다"며 "FTA 체결을 원한다면 스크린 쿼터, 쇠고기 수입 문제 등 통상현안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17일 경주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에 대한 한국측의 양보가 예상된다.

노 대통령 "(쇠고기 수입재개 절차를) 신속히 하도록 강하게 지시하겠다"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 정상회담 회담록에 따르면, 당시 백악관 오찬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먼저 "쇠고기 문제 외에 다른 통상문제가 있습니까"라고 묻자 노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는 빨리 해결하라고 지시했으나 공무원들이 법적 절차를 지체하는 것 같다"면서 "빨리 해결하겠다"고 말해 '전향적 해결'을 약속했다.

그러자 부시 대통령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전제하고 "어느 누구도 상한 쇠고기를 먹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로서는 국민들을 확실히 안심시킬 필요가 있음을 이해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아울러 부시 대통령은 "저 역시 우리 국민들에게 그들이 먹는 쇠고기가 안전한 쇠고기임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공무원들이 대통령보다는 감사원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재치와 유머 섞인 농담을 했고, 이에 부시 대통령은 웃으면서 "우리는 병든 쇠고기 수입을 막아야 한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재개 절차를) 신속히 하도록 강하게 지시하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 뒤에 "수만명의 한국인들이 미국을 방문해서 미국 쇠고기를 먹고 나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덧붙여 '사실상 미국 쇠고기 수입금지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6월 말 관련 보도에 청와대는 부인했지만...

청와대는 지난 6월 23일 일부 언론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자,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정상간 대화 내용을 일일이 확인해 주는 것은 어렵다"며 "그러나 그런 발언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당시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어 "노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여부를 점검하는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컨대 '수입 재개'를 빨리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수입 재개를 위한 절차'를 빨리 하겠다는 것이라는 군색한 해명이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회담록에서 확인한 "(쇠고기 수입재개 절차를) 신속히 하도록 강하게 지시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거듭된 약속은 결국 '쇠고기 수입재개를 빨리 하겠다'는 말과 부합된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경우 보건의료단체,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17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쇠고기 문제 다시 대두될 듯

미국산 쇠고기는 현재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수입이 금지된 상태며, 얼마 전에도 미국에서 또다시 광우병 소가 발견됨에 따라 수입 재개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국가는 멕시코와 일본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현재 노 대통령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부시 대통령과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할 때 한·미 FTA 협상 개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17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노 대통령의 쇠고기 수입 재개문제에 대한 '전향적 양보'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은 15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귀국은 광우병을 이유로 유럽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수입 금지 조처를 취했지만 한국에는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자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수입을 강요하고, 세계 대부분의 나라로부터 문화다양성을 지키는 보루로 평가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스크린쿼터제도 축소를 강요하고 있다"면서 "무역 및 투자자유화와 관련한 모든 압력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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