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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박상연씨가 자신의 방안 침대에 누워 강아지 밍키와 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알립니다] 노충국씨를 돕는 방법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삶을 살고있는 노충국씨의 사연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되자 각지에서 노씨를 돕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네티즌 여러분들께서 이 기사에 보내주시는 '좋은기사 원고료'를 전액 노씨에게 보내기로 했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어이없는' 일은 노충국씨뿐만 아니었다. 지난 2월 전역한 박상연(24)씨도 제대 한 달여 만에 위암 3기 판정을 받고 현재 투병 중이다. 박씨는 특히 제대 직전 군병원의 내시경 검사에서 이상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가 제대 뒤 민간병원에서 위암 3기 판정을 받아 군 의료체계의 심각한 실상을 드러냈다.

2003년 1월 16일 입대한 박씨는 육군 39전차대대 본부중대에서 복무하던 중 식사 후 가슴이 막히는 듯한 증상이 한 달여 간 계속되자 지난해 11월 19일 국군양주병원을 찾았다. 당시 진료기록에 따르면, 병원 측은 흉부 엑스선 촬영 뒤 항궤양제 등 먹는약 14일치와 분무형약을 처방하고 박씨를 돌려보냈다.

그러나 박씨의 고통은 멈추지 않았고 한 달이 지난 작년 12월 28일 같은 병원을 찾아가 '증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조금만 식사를 해도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심전도 검사 결과 이상이 없었고, 3일 뒤 혈액 및 소변검사, 흉부 엑스선 촬영, 상부소화관 내시경 검사를 했으나 '특이 병변은 없었음'이라는 진단을 받았다(진료기록지 사진 참조).

"계속 아파 미칠 지경이었다"... 제대 뒤 '위암3기'

▲ 2004년 12월 박상연씨의 내시경 검사내용이 기재된 진료기록. '내시경 검사시 호흡곤란 심하게 호소하고 가슴답답하다고 해 십이지장 진입직전에 중단. 일단 특이병변은 없었음'이라고 적혀 있다.
이후 박씨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지난 2월 7일 제대한 박씨는 1주일 정도 지난 뒤 서울 아산병원을 찾았다.

아산병원 측은 '군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했으나 이상이 없는 걸로 나왔다'는 박씨 말에 호흡기질환 여부를 검사했다. 그러고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자 병원 측은 내시경 검사를 해보기로 하고 검사날짜를 잡았다.

결국 박씨는 3월 16일 내시경 검사에서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7일만에 암세포가 번진 위와 비장 전체를 잘라내야 했다. 다섯 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수술 뒤 4월 4일 퇴원한 박씨는 식도 등에 번진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지금까지 6번의 항암치료를 또 받아야 했다.

군 병원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던 박씨는 4개월만에 위암 3기의 중환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군 병원은 진료과정에서 박씨의 병증을 발견하지 못했다.

박씨는 "처음 군병원에 갔을 때 A군의관이 '폐렴 아니냐'고 하면서 분무형약과 먹는약을 처방했다"며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또 병원에 가니 이번엔 B군의관이 내시경을 하자고 했는데 공복이 아니라 못하고 3일 뒤 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다시 갔다"고 말했다.

검사는 A군의관이 맡았다. 박씨에 따르면 A군의관은 내시경 검사를 한 뒤 "십이지장까지는 못 보고 위까지는 봤는데 깨끗하다"고 진단했다. 박씨는 "그때도 A군의관이 계속 '폐쪽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약만 받아왔다, 그런데 계속 아파 미칠 지경이었다"고 당시 고통을 전했다.

박씨는 이보다 앞서 입대 후 9개월이 지난 2003년 10월에도 '위궤양 의증' 진단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복통과 구토증세를 호소했던 박씨는 국군덕정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부대로 복귀했다. 그러나 어지러움 증세가 계속됐고 검은색 대변이 나와 4일 뒤 다시 진료받은 결과 '위궤양 의증'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2주간 입원치료를 받은 뒤 부대로 되돌아왔고, 1년여 만에 위암 환자가 된 셈이다.

"군의관은 내시경 검사 후 '깨끗하다'고 했다"

25일 오후 서울 자양동 자택에서 만난 박씨는 계속된 항암치료로 머리카락과 눈썹이 다 빠진 상태였다. 176cm에 70kg였던 건장한 체격도 몸무게 50kg이 되어있었다.

위가 없는 박씨의 식사량은 아주 적다. 박씨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해 아쉬운 때가 많다"면서 "제대하면 등록금을 마련해 복학하고자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학교 2학년을 휴학하고 입대한 박씨는 춤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방안에 누워 지낸다. 강아지 밍키가 가까운 친구가 됐다.

박씨는 "우리 부대는 병사들이 아프다고 하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주는 편이었다"면서 "아픈데도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니 아프다고 하면 '얘가 일 안하려고 꾀부리는구나'라고 생각할까봐 아파도 일부터 했다"고 털어놨다.

군에서 불교 군종병 임무를 겸했던 박씨는 이날 침대에 누워 '약사여래본원경'을 읽고 있었다. 약사여래는 불교에서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재앙을 없애주는 부처'로 통한다. 박씨는 약사여래본원경을 "수도 없이 읽었다"고 했다.

아버지 박홍신(53)씨는 "처음 위궤양 의증 진단을 받았을 때 병가라도 내 민간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았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가서 소속 중대장에게 '민간 종합병원검사에서 검사받을 수 있도록 병가를 내달라'고 했는데 규정상 안 된다고 하더라"면서 "며칠 뒤 전화가 와서 '위궤양 의증과 빈혈증상이니 걱정말고 있으라'고 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버지 "탈영시켜서라도 민간병원에서 치료받게 해야"

▲ 박상연씨가 입대하기 전 찍은 가족사진. 가장 오른쪽이 박씨로 건강한 모습이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아버지 박씨는 무엇보다 내시경검사를 하고도 위암을 진단하지 못한 군의관을 원망했다. 그는 "아산병원에서 처음 진료받을 때 군병원 내시경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다는 것 때문에 호흡기 질환을 의심, 위암진단에 한 달 정도 더 걸렸다"며 "차라리 군에서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더 일찍 수술할 수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박씨는 "둘째 아들도 지금 군대에 있는데 '조금이라도 아프면 집으로 바로 연락하라'고 신신당부했다"며 "탈영을 시켜서라도 민간병원에서 치료받게 해야지, 군대 안에서 치료받게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아직 아들이 복무했던 부대나 진료한 군 병원에 항의하거나 배상을 요구하진 않았다. 당장 아들의 치료가 급했기 때문이다. 대신 아들을 진료한 군 병원들을 찾아가 진료기록 사본을 발급받는 등 관련 증거자료를 모아뒀다.

<오마이뉴스>는 내시경 검사를 하고도 위암을 발견하지 못한 국군양주병원 A군의관에게 박상연씨 사례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연락했으나 지난 4월 전역한 상태였다. 다만 그와 잠시 같이 일했다는 한 군의관으로부터 A군의관이 내과전문의였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A군의관은 이미 제대해 진료기록을 볼 수 없어 뭐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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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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