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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우리사주조합 인수참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결성 기자회견에서 정창두 대우건설 노동조합 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국민세금인 공적자금이 들어간 기업의 매각에 기업 구성원이나 당사자, 국민들이 참여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정창두 대우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정 위원장은 이어 "IMF 이후 수많은 기업들이 투기적 외국자본과 재벌에 매각됐지만 결과는 어떤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고용 등 투자 확대보다는 자산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로 기업 경쟁력만 더욱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을 인수한 재벌들은 그들만의 체제만 더욱 공고히 해왔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을 포함해, 대우조선해양, LG카드, 브릿지증권 등 4개 기업 노동조합이 향후 매각과정에서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공적자금이 들어간 기업의 매각에 노동자 등 기업 구성원과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방식은 현행 법에 보장된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매각 참여다.

업계 지형 바꿀 초대형 인수합병(M&A) 앞두고 기업 지배구조 실험

이들 4개 기업 노동조합은 25일 오전 서울 을지로 브릿지증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사주조합의 기업인수참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기업 구성원과 국민이 기업의 주체가 돼, 최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감시와 견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정창두 위원장은 "현재 참여하고 있는 4개사 이외,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 노동조합도 현재 내부 조합원들의 의사를 묻고 있다"면서 "조만간 합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우종합기계 등 개별기업 노동조합에서 기업매각을 앞두고 지분인수 의사를 밝힌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여러 기업 노조가 연합전선을 형성하면서 매각과정 참여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들의 행보는 향후 매각과정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25일 오전 공대위 기자회견장에는 정창두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이세종 대우조선해양, 황원섭 LG카드, 강승균 브릿지증권 노조 위원장 등 4개사 노조위원장이 모습을 보였다. 당초 공대위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노조위원장은 보이지 않았다.

'차입형 우리사주제도(ESOP)'를 통한 지분인수...공대위 차원의 연대 파업도

공대위 대외창구 역할을 맡은 김필수 브릿지증권 수석부위원장은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위원장도 공대위의 출범 취지와 방향에 대해 이미 공감하고 있다"면서 "현재 각 회사 내부 조합원들에게 의견을 묻는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대위 출범에 공식 합류한 곳은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LG카드, 브릿지증권 등 4개사다. 여기에 현대건설과 하이닉스까지 합할 경우 6개사로 늘어난다. 건설과 조선, 금융 등 각 산업에서 업계의 지형도를 바꿀 수 있는 대형기업들이다. 브릿지 증권을 뺀 나머지 기업들의 경우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지분 매각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다.

이들 6개 기업 노조의 연합전선은 지난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들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매주 모처에 모여 지분인수 방안 등에 대해 논의를 해왔다.

이들이 참여하는 방법은 '차입형 우리사주제도(ESOP)'를 활용하는 것이다. 차입형 우리사주제도는 우리사주조합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우리사주를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비상장기업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다음달 법이 바뀌게 되면 상장기업도 해당된다.

정창두 공대위 위원장은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지분참여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전제한 뒤 "지분 인수에 참여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선진형 기업지배구조를 만들고, 특정 대주주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통해 기업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기업 발전을 통해 이익을 국민과 함께 나누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우리사주조합의 지분 참여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참여 회사들의 매각 일정과 내용이 다른 점을 감안해, 우선 각 회사별로 역량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이어 우리사주조합 참여를 위한 국회 공청회 등을 개최하고, 최후에는 연대파업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우건설과 대우조선 매각이 공대위 실험 시금석될 듯

▲ 25일 '우리사주조합 인수참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결성 기자회견에서 대우건설,현대건설,LG카드 등 5대 주력기업 매각에 노조가 인수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공대위의 '우리사주를 통한 지분참여' 실험의 첫 번째 대상은 대우건설이다. 이미 시티그룹과 삼성컨소시엄으로 구성된 매각 실사단이 다음달로 실사작업을 마무리한다. 대우건설 노조는 우리사주조합 컨소시엄을 구성해 매각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노조 쪽에선 정부가 우리사주조합 컨소시엄의 인수참여 허용을 입찰조건에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모든 인수희망자는 우리사주조합을 인수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고려하도록 입찰조건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창두 위원장은 "입찰조건에 명시하는 것이 어렵다면, 우선협상자 선정에서 우리사주조합 컨소시엄에 가점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만약 경영권 침해가 우려된다면 (우리사주조합이) 20%까지는 아니라도 10% 정도까지 지분참여를 낮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45.4%를 가지고 있다. 이어 대우캐피털(8.39%)을 비롯해 우리은행(5.5%), 현대카드(2.7%), 서울보증보험(2.63%), 조흥은행(2.63%), 한미은행 외 2개 금융기관(5.94%) 등이 주주로 돼 있다. 우리사주조합은 3.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관심거리다. 최대주주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 지분 31.2% 가지고 있다. 2대 주주인 자산관리공사는 19.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노조는 직원들의 퇴직금 등을 통해 자산관리공사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세종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은 "자산관리공사 지분은 시가로 7000억원 정도"라며 "이 정도는 현재 직원들의 퇴직금, 상여금 등으로 직접 돈을 마련해 인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산은은 국책은행으로서 국가기간산업을 육성 발전시킬 의무가 있다"면서 "산은법에 따라 지분을 부분적으로 매각해야 하며, 일괄 매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LG카드 노조는 "구체적인 매각 일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소문만 나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만간 매각 방향에 대한 토론 등을 통해 노조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이들 공대위의 향후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와 채권단이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인수 참여에 부정적인데다, 공대위의 연대투쟁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도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차입형 이솝(ESOP)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하지만 금융권에서 우리사주조합에 돈을 빌려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쪽에서 공대위의 주장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각 기업의 매각일정이나 내용도 다른 상황에서 공대위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공대위 관계자는 "경영참여가 목적이 아니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후 기업이 발전하고 수익을 국민과 공유하고,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정부가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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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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