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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통한 표정으로 회의에 참석해 있는 자민련 김학원대표와 이인제 의원.
ⓒ 장재완
심대평 충남도지사가 추진하는 중부권신당과 통합을 추진해 오던 자유민주연합이 '독자 행보' 쪽으로 이후 행보의 가닥을 잡았다.

자민련은 18일 오전 대전 유성구 아드리아호텔에서 주요 당직자와 단체장 및 지방의원 등이 참석한 연석회의를 열고 신당과의 통합 등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김학원 대표와 이인제 의원, 김한선 사무총장, 이규항 대변인, 가기산 서구청장, 김무환 부여군수 등 단체장 및 지방의원 80여명이 참석했다.

서운한 자민련 "우리가 도둑질 했나? 역적질 했나?"

이날 회의는 신당에 대한 이인제 의원의 성토로 시작됐다.

통합추진 과정 설명에 나선 이 의원은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도 "지난 3일 심 지사, 정진석 의원, 류근찬 의원, 김낙성 의원 그리고 저, 5인이 만나 공동창당선언과 공동실무기구 구성, 10일 창당선언 등 3가지를 합의했다"며 "그런데 심 지사가 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자민련 의원 3명이 탈당하고 개인적으로 들어오라고 했다고 하여 그게 사실인지 저는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뒤 혹시 무슨 오해가 있는가 해서 5명의 의원과 신국환 의원, 심 지사가 참여하는 7인 회의를 제안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아무런 응답도 없이 무시한 채 내일 독자적인 창당을 한다는 언론 보도만 듣고 있다"며 "합의를 이루고 나면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하는데 정말 일일이 더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 의원에 이어 인사말에 나선 김학원 대표도 "심 지사가 탈당한다고 해서 그 전에 여러 번 만나 '탈당하면 공멸하는 것이다,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뭐든지 좋다, 어떻게든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며 "그러나 결국 당을 뛰쳐나갔다"고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김 대표는 "또 8월 22일 대전에서 심 지사를 단 둘이 만나 통합하기로 했고, 9월 25일에도 전화통화를 통해 통합하기로 합의했었다"며 "그런데 돌연 화룡정점만 남은 줄 알고 홀가분한 생각으로 만난 9일 심 지사가 개별적으로 탈당해서 들어와야 한다고 해서 당혹스러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자민련이 도둑질을 했나? 역적질을 했나? 이미 많은 국민들이 두 세력이 통합한다고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탈당하고 들어간다고 새로운 당으로 보여지겠는가"라며 "그 날 그 자리에서 신국환 의원을 공동대표로 하기로 했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공동대표가 그렇게 결정되는 것인지 몰랐다"고 불쾌한 심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신당 가면 공천받겠나, 자민련에서는 선거 나가는 기쁨이"

▲ 18일 대전 유성구 아드리아호텔에서 열린 자민련 주요당직자 및 지방의원 합동회의
ⓒ 장재완
이러한 지도부의 성토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자연스럽게 신당과의 통합보다는 독자행보를 걷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윤석환 자민련 대전시당 고문은 "통합도 좋다, 그러나 저 쪽에서 손을 내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선문답만 해서야 되겠는가"라며 "우선 중앙 핵심당직자들이 총궐기해서 지방선거를 대비해서 뛰는 쪽으로 하고 추후에 통합을 하든 말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운 논산시의회 의장도 "며느리가 바람나서 나가서 새살림을 차리고 구신랑 보고 오라고 하면 가겠는가"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민련이 힘차게 독자적으로 밀고 나가서 우리가 우세할 때 그 사람들이 합치자고 나오는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대표를 중심으로 독자적으로 밀고 나가자"고 말했다.

김익수 전 보령지구당위원장은 "남은 우리라도 다시 한번 결속해서 결연한 의지로 나아가야 한다"며 "신당 쪽에서 요구하는 대로 하려면 차라리 자민련을 해산시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성훈 도의원도 "개별적으로 탈당하고 들어가면 우리 지분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받을 수 있겠는가"라며 "당대당 통합 이외에는 절대 안 된다, 자민련에서는 다 떨어질 망정 선거에 나가는 기쁨이라도 얻을 수 있는데 신당으로 가면 선거에 나오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당대당 통합밖에 없다"... 독자행보 외치면서도 통합 여지 남겨

이러한 의견들에 대해 김 대표는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기들끼리 당헌 만들고 당명 정한 뒤 우리보고 들러리 서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당대당 통합밖에는 함께 할 길이 없다"고 독자적 행보를 걸을 것임을 잘라 말했다.

이들은 다만 이날 채택한 <시국결의문>을 통해 "신당과의 통합이 오늘의 국가적 위기상황과 충청지역민은 물론, 국민 여망에도 부응하는 것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 한다"며 신당에 대해 통합을 위한 성의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신당 창당준비위원회가 출범하는 25일 전까지만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통합논의를 새롭게 할 수도 있다는 것.

자민련은 이날 모아진 의견을 토대로 집행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독자적 행보에 대한 결의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통합이 무산될 경우 둘 다 망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독자 행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버티는 자민련에 신당 측이 과연 손길을 내밀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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