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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반 친구한테 맞아 죽은 부산 G중학교 H군의 빈소가 부산 백병원 영안실에 마련되어 조문객을 맞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중학교는 의무교육인데 의무교육 받으러 가서 살인을 당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이제는 학교폭력 대책이라기보다 살인대책을 세워야 한다. 교장 등 학교 관계자에 대한 문책을 바라지는 않는다.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교실에서 친구에게 폭행당한 뒤 숨진 아들의 영정을 바라보던 아버지 H씨의 말이다. 6일 오전 부산 백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H군(14)의 빈소에는 유가족들의 통곡소리로 가득찼다.

부산 G중학교 2학년인 H군은 지난 1일 오전 10시45분경 같은 반 친구 C군한테 맞고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다가 5일 오전 숨을 거두었다. 유가족들은 학생 관리소홀과 응급조치 미흡 등을 문제삼고 있다.

이날 사고는 H군이 다른 학생에게 책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C군의 몸을 스쳤고, 이에 C군이 H군의 가슴을 때렸다. 학생들이 웅성거리자 지나가던 체육교사가 현장을 발견했을 당시 H군은 거품을 내뿜고 있었다는 것이다.

체육교사가 119에 전화를 걸었을 당시가 10시 50분이었으며 119 구급차에 실려 백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시각은 11시10분경이었다.

유가족 "병원까지 2~3분 거리인데 응급차 오길 기다려"

▲ H군이 입었던 교복이 빈소에 걸려 있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6일 부검 결과 H군의 사망원인은 '동맥파열'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유가족은 "학교에서 백병원까지 승용차로 2~3분 거리인데 왜 급히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구급차가 오기만을 기다렸는지 모르겠다"며 "C군이 H군을 때리고 쓰러졌을 때 다른 학생들이 말리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유가족은 "C군은 덩치도 큰 데다가 일명 '짱'으로 통했다고 한다"면서 "학생들도 그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을 정도였다는데, 학교에서 왜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C군이 사건 이후 인터넷 카페에 '친구들아 나 카페에 자주 못 들어 갈 수도 있어, 너무 걱정마'라는 글을 썼고, C군이 사건 이후 중간시험을 보러 학교에 왔다는 말도 있다"면서 "C군과 학교측이 반성하는 기미가 없는 것 같다"고 반발했다.

유가족은 "사건 뒤 학교 홈페이지(자유게시판)에 많은 글들이 올라왔는데, 학교측에서 계속 삭제해 항의했다"면서 "학교에서 게시판 글을 일방적으로 삭제한 것은 이번 사건을 숨기려고 한 의도로 보인다"고 거듭 주장했다.

1일 이후 게시판 글을 계속 삭제했던 학교측은 5일부터는 삭제하지 않고 있다.

학교측 "진심으로 사과한다"... 교육장 "학교폭력방지 캠페인 벌일 것"

▲ H군 빈소 앞에는 '학교폭력 추방'이라고 담긴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학교측은 유가족측과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 학생들의 담임교사는 1일까지 신혼여행 기간이었으며, 부담임이 학생들을 담당하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C군이 '짱'이었다거나 계속해서 H군을 괴롭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H군이 의식을 잃은 상태였기에 함부로 옮길 수 없었고, 함부로 옮기다가 상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응급차가 와서 옮겼다"면서 "응급차 안에서도 산소호흡기를 꽂는 등 응급조치를 했는데, 만약에 승용차나 택시로 옮겼더라면 그런 응급조치를 할 수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사건 이후 C군이 중간시험을 보러 학교에 왔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C군은 사건 이후 경찰에서 데리고 간 뒤 학교에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빈소에서 만난 담임교사는 "죄송하다. 교육현장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생겼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울음을 터뜨리면서 그 밖의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당 교육청 J교육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교육청뿐만 아니라 교육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세우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안에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교원 연수를 벌이고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경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데 결과에 따라 해당 학교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가 있을 것"이라며 "스쿨폴리스 강화를 정부측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C군의 부모들이 5일 빈소를 찾아왔지만 유가족측의 거부로 조문하지 못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진술서를 받는 등 C군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유가족들은 H군의 장례식을 7일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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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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