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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전투의 흔적을 모아 교육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 다부동 전적기념관이다. 이 곳에는 기념관 말고도 조지훈 시비 '다부동에서', '구국경찰 충혼비' '백선엽장군 전적기념비' 등이 세워져 있다. 다음은 구국경찰충혼비의 내용 일부이다.

당시 경찰 총수인 조병옥 내무부장관은 "대구를 적에게 내주는 것은 나라를 내주는 것과 같다"며 우리 경찰만이라도 대구를 반드시 사수하여야 한다는 필사의 굳은 결의로 공포에 사로잡힌 70만 대구 시민을 보호하고 군과 더불어 대구 방어에 큰몫을 다함으로써 맥아더 장군이 주도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적 발판을 만들어 전쟁 국면을 반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구국경찰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였다.

▲ 왜관 다부동 전적기념관에 세워져 있는 구국 경찰 충혼비
ⓒ 정만진
구국경찰충혼비 속에 등장하는 조병옥의 이름을 본 방문객 중에서 김익렬의<4.3의 진실>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 선 채 한참 동안 혼란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1994년 전예원에서 출판된 이 책의 다음 대목 때문이다.

나는 경찰의 최고 책임자인 조병옥씨와 토벌사령관 김정호씨가 제주도에서 동족에게 자행한 초토 작전의 만행을 민족적 양심에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이것은) 나의 유언이다. 침묵을 지키기에는 역사의 증인으로서 양심의 가책이 너무 컸다


김익렬이 남긴 유고의 한 대목이다. 김익렬, 그는 누구인가. 1921년 경남 하동 출생이다. 일본 고베(神戶) 상업학교를 졸업하고 후쿠지야마(福知山) 육군예비사관학교를 졸업하였다. 일본군 소위로 해방을 맞이하여 귀국한다. 젊은날의 이력이 이러하니 그는 독립운동가는 아니다. 어쨌거나 군사영어학교를 졸업한 뒤 소위 임관을 하게 되고 1948년에는 제주비상경비사령부 제9연대장으로 있다가 제주지사 등 아무도 수행하지 않으려 한 '제주 민병대와의 교섭대표단' 책임을 맡게 된다.

그는 유서를 남기고 한라산으로 들어가지만 마침내 민병대 대표 김달삼과 합의를 성사시킨다. 하지만, 귀순 방해 공작을 편 경찰의 습격으로 평화는 깨졌고, 김익렬은 용공분자로 몰려 여수 14연대장으로 보직 변경당한다. <4.3의 진실>은 그가 남긴 '유언'이다.

과연 이 나라의 대단한 상류층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구국경찰충혼비는 조병옥을 구국의 영웅이라 하고, 제주민병대와의 교섭대표단장을 맡았던 김익렬은 그를 '민족적 양심에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데, 진정 진실은 무엇인가.

제주 4.3사태가 일어난 원인이 무엇인가. 신복룡은 <한국분단사연구>에서 '첫째, 경찰의 가혹 행위였다'고 말한다. 한국분단사연구를 계속 읽어보면, 당시 제주 사태의 진상 조사를 맡았던 최란수 경감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최근 제주도를 시찰하고 돌아온 중앙의 경찰관 등도 폭동의 원인이 경찰에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사실이다. 해방 직후 경찰 행정 책임자들의 부패로 말미암아 좌익 진영의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모든 훈련을 방임하고 제주도를 공산혁명의 거주지로 만들게 하여 사상적, 정치적, 경제적 혼란을 이용하여 민중의 불평불만을 그때 그때의 투쟁 형식으로 폭발시켰다.

부패한 경찰은 모리배와 결탁하여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이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 과거에 밀수의 전력을 가진 자나 그런 자들이 섬 밖으로 도피해버릴 경우에 경찰은 그들의 가족을 붙들어다가 고문해서 돈을 뜯어내며, 이것도 여의치 못하면 그들의 가축을 끌어다가 잡아먹든지 팔아먹었다. 또 고문치사가 여러 곳에서 발생했으나 상부에서 알까 두려워 바다에 암장한다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내용도 있었다.'

가진 권력을 이용하여 개인적 부귀영화만 획책하는 자들을 어찌 지도자로 떠받들고 따를 수 있나. 전쟁이 일어나자 그 길로 부산까지 도망간 이승만, 제주도에서 양민을 학살하는데 앞장선 조병옥 등 유명 지도자들이 참으로 구국의 영웅이고, 지도자였던가. 차라리 힘없는 병사, 순경, 민중이야말로 진정한 구국의 영웅이 아니었을까!

노중국의 <백제부흥운동사> 한 권을 다 읽어도 부패와 향락의 대명사 의자왕이 싸우는 장면은 단 한 군 데서도 발견되지 않고 그저 백성과 병사들만 부흥운동에 목숨을 걸지 않던가!(계속)

덧붙이는 글 | 대구경북시민신문 9월 첫째주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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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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