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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민속박물관 "빛" 기획전의 조족등.
ⓒ 국립민속박물관
올해가 광복 60주년이라는 사실은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다. 8월도 지나고 이제 광복 행사는 모두 끝난 듯도 싶은데 거리에서 화려하게 행사를 치르진 않았지만 광복의 의미를 또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는 일이 있다.

1887년 경복궁에 처음으로 전등이 켜졌다. 그러니까 올해가 전깃불이 켜진 지 118주년이 되는 해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그때 건청궁 앞마당에 세워졌던 전등을 복원하는 이벤트와 함께 근현대의 조명기구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지난 8월 3일부터 시작된 국립민속박물관의 '빛/Light - 燈, 전통과 근대' 전시는 오는 10월 10일까지 장기전시를 통해 국민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빛의 오랜 역사에 대해 이해케 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 문명을 가능케 했던 빛의 발전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깃불이 들어오기 전 조상들이 일상에서 사용했던 각종 등화구들을 먼저 익힌 다음, 아스라한 옛날의 추억을 떠올린 개화기의 각종 전구, 전등들을 전시하고 있다.

과거의 조명기구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초와 촛대, 그리고 가난한 환경에서 주경야독하는 의지의 젊은이와 함께 하는 등잔.

특히 초와 촛대는 일상에 대단히 긴요한 물품이기도 하지만, 전통시대의 각종 의례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절에서 드리는 불공이나 민간의 혼례 그리고 궁중의 연희와 제례에도 반드시 촛불을 켜서 그 의미를 갖추었던 것이다. 전통시대에 가장 널리 사용되었던 초와 촛대의 다양한 종류와 모양, 크기에 대해 잘 정리하고 있다.

▲ 근대기의 등화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소품들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 국립민속박물관
특히 전시실의 마지막 부분에 특별히 마련된 무신년진찬의궤를 확대시킨 감상부스는 눈길을 끈다. 이 무신년진찬의궤는 1848년 순조비(妃)인 순원 왕후의 육순 잔치 장면을 그린 것으로 보통 의궤가 의례 및 복식 등의 시각으로 보여졌던 것과는 달리 의궤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와룡촛대, 목룡촛대, 화촉 등 전기가 도입되기 전의 각종 등화구들을 특별히 플래시화해서 한눈에 파악케 한 점이 이채롭다.

물론 그 와룡촛대, 목룡촛대 등은 전시실에서 실물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진찬의궤의 내용이 바로 육순잔치인 점이 올해 광복 60년과의 의미를 다른 면에서 설명해주고 있다. 내년이면 광복도 환갑을 맞는 것이다. 환갑이란 자기가 태어난 해, 즉 간지(干支)가 되돌아 왔음을 의미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유추될 수 있는 다양한 의미들에 대해서는 각자가 고심해볼 문제이다.

이번 전시에는 메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있는 전시설명회를 통해 전시 내용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매주 토요일에는 가족 단위로 종이접등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교육과 체험의 장도 열린다.

▲ 무신년진찬의궤의 등화구들을 확대. 강조시킨 전시실 모습
ⓒ 국립민속박물관
재료비 5천원을 내야 하지만 박물관 기념품점에서 접등이 그 3배 정도인 것을 감안한다면 직접 만드는 기쁨까지 얹어주니 정말 놓치기 아까운 기회이다. 이 체험은 사전에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로 신청해야 가능하다. 매주 신청자가 넘쳐 일부는 순서가 밀리고 있다고 한다.

등잔불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어린이들은 이 등잔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요즘 전등만 보고서는 등잔 밑이 왜 어두운지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극 등에서 스쳐보았던 각종 등화구들에 대해 이해를 함으로써 빛의 역사를 몸에 지닐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요즘의 손전등과 같은 조족등이나 혹은 현대에도 훌륭한 집안 장식조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접등 등은 전통시대 유물이 아니라 바로 실생활에도 활용할 수 있는 우리 문화유산임을 알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 이번 기획전시를 통해 국립민속박물관의 시야가 넓어짐을 느낄 수 있다. 민속문화와 유물이 과거 전통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현재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전시를 통해 말하고 있다. 문화 특히 민간의 문화는 박물관에 가둘 수 없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은 것이기에, 시기에 얽매이는 고답적 자세는 오히려 반문화적일 수 있기 때문에 전통시대와 현대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는 이와 같은 전시기획은 참신하게 받아들여진다.

▲ 매주 토요일 가족체험현장에서 접등을 만드는 모습
ⓒ 국립민속박물관

덧붙이는 글 | 관람 및 체험문의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 (02) 3704-3171
               섭외교육과 : (02) 3704-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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