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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둘러싼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여야 정치인을 상대로 '대연정'을 비롯해 선거구제 개편, 개헌 등 정치 전반의 구조 개편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듣는 인터뷰 또는 기고문을 실을 예정이다. 이글은 세 번째로 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 인터뷰이다. <편집자주>
▲ 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 대통령의 '2선 후퇴·임기 단축' 발언이 나온 뒤로 열린우리당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특히 연정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인 김영춘 의원은 "노 대통령이 이렇게 불퇴전의 각오로 나온다면 아예 문제의식을 확대해보자"며 연정을 포함한 개헌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는 여권의 첫 공식적인 개헌 주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의원은 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기왕에 임기까지 걸고 나왔으니 더 큰 도박을 하시라"며 "지역구도 타파라는 의제에 머물 것이 아니라 양극화, 경제활성화 등 국가적인 의제를 놓고 야당과 정치 대협상을 벌이자"고 역제안했다.

이어 김 의원은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에 나아가 정·부통령제-4년 중임제 개정을 골자로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게 되었다"며 "100년 국가모델을 설계하는 차원에서 연정을 다룬다면 정치권을 비롯해 국민들에게도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내각제 개헌에 대해선 "민주주의의 본원적 원리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가장 좋은 제안이지만 토론과 타협이라는 정치문화가 일천한 상태의 한국정치 현실에선 맞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김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제기한 '개헌이라는 큰 틀에서 선거구제개편도 논의하자'는 주장과 맞닿아 있어 야당의 반응이 주목된다.

"내각제는 반대... 정부통령제·4년 중임제가 맞아"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이 제안한 한나라당 대연정에 대해 "통합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반대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입장 변화에 대해 김 의원은 "지난 청와대 만찬에서 2선 후퇴·임기 단축 등의 발언까지 하는 걸보고 어제 하루 종일 고민을 했다"며 "대통령이 선거구제 개편과 연정을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거의 100%인 상황인데 당이 이를 무시하고 생뚱 맞게 간다면 당과 대통령의 의제설정 불일치로 인해 혼란스러워질까 걱정이 됐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덫이 위기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좋은 기회로 만들자고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다. 정치는 무한 가능성의 예술 아닌가. 노 대통령의 연정·선거구제 개편 제안을 정치적으로 결절점을 맺어주려면 개헌이라는 계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마침 대통령이 임기 단축 용의가 있다고 하니 개헌 얘기를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하지만 연정 그 자체만에 대해선 여전히 반대했다. 김 의원은 "지역구도가 대화와 타협 정치에 결정적인 장애물이 된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런 대통령의 문제의식과 해법 사이에는 비약이 있다"며 "선거구제 개편이 대연정을 할만큼 등가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꼽는 우리 사회 최우선 과제는 양극화 문제다. 김 의원은 "아직도 한국 사회는 IMF 체제 이후 강요된 세계화에 제대로 응답하고 있지 못하다"며 "권위주의 체제 하의 국가에 의한 동원적 성장이 아닌 새로운 국가경쟁 모델을 제시해야 하는 숙제를 부여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예상되는 미래의 위기도 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은 현재 거대한 변화와 전환의 분수령 위에 있다"고 전제한 뒤 "통일시대 대비를 비롯해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 중장기적인 국가 과제에 대한 논의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런 선상에서 노 대통령의 선거구제 개편이나 연정론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기 배경에 대해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미끼가 필요한 것 아니겠냐"며 "사전포석의 단계로 일종의 딜(거래)을 제안한 것인데 그런 식의 제안은 야당이 받을 가능성도 없고 국민적 설득력도 없다"고 일갈했다.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가치로 대연정이라는 제안을 받는다면 그 제안을 받는 정당의 지도자 입장에선 떡고물에 야합했다는 부담이 있지 않겠나. 현재 한나라당 체제가 박 대표의 전일적인 체제도 아니고 비주류 입장에서도 받기 어려운 카드다. 나라도 반대하겠다. 낮은 수준의 거래라는 인식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연정을 국가적 과제를 다루는 개헌 수준으로 확대해 정치협상을 벌인다면 명분도 확실하고, 현실가능성도 높다는 주장이다.

"사회양극화 등 국가적 과제로 개헌주제 확대해야"

노 대통령이 조기사퇴 의사를 피력한 것에 대해 김 의원은 "대통령의 본래 문제의식에 더해 사회경제적 의제를 담은 정치 대협상이라는 전제라면 1년 정도 조기사퇴를 왜 못하겠나, 대통령이 먼저 (조기 사퇴의 가능성을) 터주었기 때문에 나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예상되는 반응에 대해 김 의원은 "87년 체제를 극복하고 21세기 국가 발전 모델을 새로 재구축하는 작업에 한나라당이 협상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며 "문제는 한나라당과의 일대일 협상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가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고질병자들은 비주류로 전락하고 최소한의 건강한 애국심을 지닌 세력이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개헌 논의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학계, 시민사회 등도 포괄해 전사회적인 공감대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김 의원은 "지난 청와대 만찬에서 노 대통령의 진정성은 이해하게 되었다"면서도 "지역구도 해소에 관한 '과잉 사명감'을 경계하시라"고 고언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입장에서 당신의 정치를 결산하는 마당에 정치인생을 걸고 관철해온 지역주의 문제에 올인하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그러다가 더 큰 책무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는 대통령이 예수가 아니라 카이사르가 되었으면 좋겠다. 예수는 유대 민족의 해방을 원하는 대중에게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로'라는 말을 했는데 종교와 정치와 분리원칙을 강조한 말이다.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것은 예수가 아니라 유능하고 위대한 카이사르다. 나를 던지는 것이 다가 아니라 나를 던져서 이 나라를 위대한 나라로 만드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다."

김 의원은 "지역주의라는 과제에만 천착하지 말고 양극화의 위기, 통일시대에 대한 대비 등 더 큰 화두로 시야를 넓히시라"며 이같이 말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자신의 화두에만 빠지는 것을 '대통령병'이라 규정하며 "노 대통령도 그 병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민은 노 대통령에게 예수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에 대해선 "너무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하려했던 과욕이 첫 번째 원인"이라며, 또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정책적·실천적 노력이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야당과 언론, 기득권 세력의 저항 등 환경적인 요인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무능하다는 자백"이라며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국민은 결국 얼마나 그 문제에 우리가 집중하고 치열했는가를 평가한다"고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김 의원은 1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마치며 "이제껏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격정적이었던 같다"고 평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 만찬 뒤 하루 종일 고민한' 내용을 종이에 메모해 인터뷰에 임하는 등 한단어 한단어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노 대통령 임기 중에 지역구도 해소하려는 것은 과욕"
'부산·한나라당 출신' 김영춘 의원이 보는 지역주의

ⓒ오마이뉴스 이종호
부산에서 태어나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재선·서울 광진갑)의 연정 반대는 의외였다. 영남 출신의 대통령의 지역구도에 대한 문제의식에 누구보다도 동조할 정치인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과 진단을 달리했다. 정치가 아닌 사회경제적인 문제에서 지역주의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리고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정치 입문해 그 안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실패했다. 한나라당을 에워싼 지역주의 정치 문화로는 안되겠다는 판단이 섰다. 내부 변화를 추동하기 보다 외부 강압에 의해 전체 정치문화를 바꿀 수밖에 없다는 고민에서 탈당했다.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 열린우리당이 창당하고 한나라당도 압박에 시달리지 않았나. 한나라당도 지역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는 변화의 동인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럼에도 다수는 영남지역주의 토대 위에 있다. 사람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을 문제다. 후원회 등 지역에 축적된 구속력의 노예가 되기 십상이다.

정치가 지역주의를 조장한 것 같지만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근원은 따로 있다. 오랜 동안 영남은 사회경제적 패권주의를 형성해 왔다. 영남의 지역주의는 패권적 지역주의다. 그걸 뺏기면 못견뎌 한다. 반면 호남의 지역주의는 소외의식과 아울러 사회경제적, 정치적 배제로 형성된 저항적 지역주의다. 지역주의를 근본부터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사회경제적 문제, 그 뿌리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은 촉진제가 될 수 있을지언정 완전한 해답은 아니다. 오히려 더 잃을 것이 많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에 해결하려는 것은 과욕이다. 더 크게 보셔야 한다. 노 대통령이 뚜벅뚜벅 통크게 가면 결국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몸바치고, 그 씨앗과 거름을 준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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