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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처서(處暑)를 지나 백로(白露)를 앞두고 있는 가을의 문턱에서 이제 서서히 '독서의 계절, 가을'이라는 문구가 언론매체에 한참 오르내릴 때이다. 이맘때면 학사 일정상 2학기가 시작되면서 학생들은 다시금 학업에 전념하는 시기이고, 직장인들은 대부분 여름휴가를 마치고 한해의 절반을 훌쩍 넘긴 1년 3분기 끝자락에서 더욱 더 생각이 깊어지는 시기이다.

이렇듯 날씨가 선선해지는 계절상의 변화도 한몫을 하지만, 서서히 한해의 결산을 되돌아보게 되는 요즘 시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책을 접하기가 좋은 때이다. 왠지 공허한 심정에 마음 한켠에 따스한 삶의 향기를 안겨주는 시집 혹은 수필집을 찾거나, 미래 삶에 대한 준비에 소홀함이 없을까 해서 경제, 경영서나 실용서를 찾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요즘엔 출퇴근 지하철 내에서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는 승객들이 눈에 자주 띈다. 이동하는 중이라도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책을 읽는 습관만 제대로 들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독서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흔들림이 잦고 시각적으로도 산만할 수밖에 없는 일반버스에 비해 지하철은 이동하면서 책을 읽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다보면 일부 지하철역내 짜투리 공간에 마련된 ‘지하철문고’나 ‘독서마당’ 등을 간혹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공간이 마련된 역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한두 개의 책서고와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좌석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공간은 주로 직원이나 공익근무요원들이 지켜볼 수 있는 매표소에서 가까운 모퉁이공간에 마련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 천편일률적인 전집위주의 도서가 비치된 한 역사의 지하철 문고
ⓒ 유태웅
지하철 문고는 현재, 천편일률적인 전집류와 위인전, 철 지난 잡지들

문제는 이러한 공간이 당초 ‘지하철문고’나 ‘독서마당’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의도대로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사람들이 바쁘게 오고가는 지하철 역사이기 때문에 한가롭게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의문점을 가져볼 수는 있다.

반면, 이러한 장소성에도 불구하고 ‘지하철문고’나 ‘독서마당’이 당초 취지와 목적대로 설치되면서 그에 따른 운영과 관리가 제대로만 이루어졌다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사람들의 관심과 이용도는 높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출퇴근은 물론 회사업무와 관련해 평소 외근할 때에도 반드시 이용하곤 하는 ‘지하철 마니아’입장에서 관찰해 온 바로는 이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 아무도 찾지않을 <국제경제학>, <대한민국출판물목록집>이 비치되어 있는 한 지하철 문고
ⓒ 유태웅

▲ 과월호는 물론 2003년도 잡지까지 비치되어 있는 한 역사의 지하철문고
ⓒ 유태웅
먼저, 사람들이 시간 제한 속에 바삐 이동하는 가운데 잠시 머물러 책에 대한 정보을 얻거나 잠깐의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그러한 공간 활용도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오래되고 두꺼운 여러 권의 전집류에 천편일률적인 위인전집과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잡지류와 아동서적들이 거의 무방비상태로 비치되어 있다. 이러한 책들을 대여해 갈 사람은 커녕 그 자리에 앉아 읽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는 6호선 한 지하철 역사 내에 마련된 ‘독서마당’에는 <국제경제학> <가정백과사전> <대한민국출판물 목록집> 등이 버젓이 전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독서마당’에서 대학교 교재같은 <국제경제학>을 찾을 사람이 관연 얼마나 될 것인가. 또한, <대한민국 출판물 목록집>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책을 읽을 사람들을 전연 고려하지 않은 서고 채우기용이자, 전시용 도서들이라고 판단할 수밖에는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 ‘지하철문고’나 ‘독서마당’은 해당 지하철 역사에서 관리주체가 되지만, 개인이나 인근 지역교회나 회사, 상점 등에서 홍보용으로 도서를 기증받아 운영되고 있다. 다양한 도서들을 기증하고 적극적인 운영주체가 되어야 할 지역단체의 지속적인 관심부족과 독서공간을 마련하고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지하철 관계자들의 안이함으로 인해 ‘지하철문고’는 아쉽게도 마치 있어도 없는 것 같은 ‘왕따신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 교인수 2만여명의 대형교회에서 기증한 도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 역사의 허름한(?) 지하철문고
ⓒ 유태웅
지하철 역사 내에 문고나 독서공간을 만들려면 그 근본취지대로 제대로 활용이 되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실행력을 가지고 관리, 운영해 나가야 한다. 단순히 전시용이나 넓직한 공간에 모양새만 꾸며 놓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독서공간과 문고로써 그 기능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공간활용에 있어 큰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이다.

지하철문고 활용 높이기 위한 3가지 제안

▲ <한 대형서점의 서평소개용 게시판> 이런 것을 지하철문고에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
ⓒ 유태웅
첫째, 서평이나 책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는 게시판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 대부분 매주 금요일이나 주말마다 발행되는 신간소개나 서평을 소개한 신문들을 스크랩해 게시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번이나 격주단위로 스크랩 내용을 바꿔가며 운영해 나가면 좋을 것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책에 대한 정보를 지하철역사내에서 쉽게 공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기에도 질리고 마는 전집류나 철 지난 잡지, 해묵은 도서들 보다는 훨씬 흥미를 돋울 것이다.

둘째,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을 중심으로 한달에 한번씩 무료로 발간, 배포되는 <책과 사람>이나 <북새통>같은 ‘책에 대한 정보를 다룬’ 무료책자들을 비치해 두는 것이다. 평소에 서점을 방문할 기회가 많지 않은 사람이나 ‘무슨 책을 읽을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안기는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료로 배포되는 이 책들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생각보단 그 내용들이 매우 실속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도 현재 비치된 책들을 대부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거의 천편일률적인 전집류나 위인전, 아동도서 중심의 지하철 문고로는 더 이상 그 활용도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의 도서기증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제고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면서 다양한 단행본이나 실용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단편집을 중심으로 문고의 내용을 바꿔나가야 한다.

▲ 이왕 만들어 놓은 지하철 독서마당, 제대로 좀 운영해야 하지 않겠는가!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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