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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안기부의 도청테이프에 등장하는 '삼성 떡값' 수수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해 검찰의 수사 여부가 주목된다. 검찰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으로 노 의원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실명이 공개된 전ㆍ현직 검찰 간부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수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22일 '노 희원이 홈페이지에 도청테이프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냐'는 질문에 "수사담당자로서 법률적 내용에 대해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을 불러 수사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앞으로 수사계획에 대해서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실명으로 거론된 전ㆍ현직 검찰 인사들이 검찰 수사를 의뢰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실명으로 거론된 인사들이) 고발할 경우에는 절차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삼성 떡값' 연루 검사 "법적 대응"... 검찰 "절차 따라 처리"

이와 관련, 도청 'X파일'에서 삼성으로부터 연말에 '떡값'을 받은 것으로 거론된 안강민 전 대검 중수부장(당시 서울지검장)은 "결코 떡값을 받은 일이 없다"며 "(노회찬 의원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중수부장은 "안그래도 이전에 내가 아는 국회의원 한 사람이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해서 내가 내 이름을 빼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적인 검토를 통해 (결백을 증명할) 방법을 찾겠다"며 "명예훼손 소송이든 다른 것이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의원에 의해 '떡값 검사'로 실명이 공개된 김진환 전 서울지검장(당시 서울지검 2차장검사)도 "나는 (녹취록에) 실명으로 등장하지도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회찬) 의원이 면책특권을 악용해 무책임하게 질의하고, 과다하게 유추해석해 실명을 공개하는 등 명예를 훼손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을 포함에 노 의원에 의해 실명이 공개된 전ㆍ현직 검찰 인사 2∼3명이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어, 이들이 노 의원을 고발할 경우 검찰 수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앞서 노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법사위에서 'X파일'에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거명된 전ㆍ현직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뒤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같은 내용을 개인 홈페이지에도 실었다. 이는 곧바로 도청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논란을 낳았다.

또 형법 307조는 허위사실뿐 아니라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사람에 대해서도 처벌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노 의원의 실명 공개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헌법 45조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 의원의 국회 발언이나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는 면책특권 범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만 노 의원이 '떡값 검사' 7인의 실명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에 포함되느냐를 두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노회찬 의원은 "(나를) 기소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는 입장이다. 노 의원은 "면책특권 범위 안이니 밖이니 말들이 무성한데, 국민이 알 필요도 없는 내용을 공개하고 부당하게 사리를 추구했다면 스스로 면책특권을 포기할 것"이라며 "나 스스로 손목에 수갑을 채우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나라와 국민에 도움이 된다면 법의 잣대에 개의치 않고 나는 한다"며 "다시 또 이런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나의 행동은 똑같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네티즌연대'와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삼성 떡값'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전ㆍ현직 검찰 간부를 각각 경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경찰 수사를 지휘하게 될 검찰은 노 의원에 대한 처리를 두고 여러모로 고민에 빠졌다.

'미림팀' 전직 안기부 차ㆍ부장 3∼4명 금주 소환

한편 검찰은 불법 도청조직 미림팀 활동 당시 옛 안기부 국내담당 차장이나 안기부장을 지낸 인사 3∼4명을 이번 주중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미림팀 도청과 관련 전직 (안기부) 차장급과 부장급에 대한 조사를 금주 중 시작하기 위해 3∼4명과 접촉 중"이라며 "차장급이 먼저 대상이 될 것 같고, 이들 중 2∼3명은 이번 주에 조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림팀이 활동했을 당시 안기부 차장을 맡았던 인사는 오정소ㆍ박일룡씨 등이며 안기부장을 지냈던 인사는 김덕ㆍ권영해씨 등이다.

검찰은 특히 국정원이 법원 영장없이 자체 개발한 감청 장비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휴대전화를 도청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은 김대중 정부 때 국정원에서 감청을 담당했던 전ㆍ현직 직원들을 이번 주부터 불러 휴대전화 도ㆍ감청 실태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천용택 전 국정원장을 가급적 이번 주중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검찰은 전 미림팀장 공운영씨에 대해서는 23일경 공갈미수 및 국정원직업법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 구속기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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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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