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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일제의 침략으로 고향을 등지거나 잃었던 해외동포들의 영원한 안식처인 국립 '망향의 동산'(천안시 성거읍). 지난 1972년 10월에 준공, 총면적 35만9288㎡에 묘역만 5만1485㎡인 망향의 동산에는 징용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사할린까지 끌려가 운명을 달리한 해외동포들이 안장돼 있다.

특히 이 가운데에는 징용의 대표적 희생자인 일본군대 위안부 14명도 안장돼 있다. 생존해 있는 일본군대 위안부 10명도 안장을 예약해 놓고 있다. 일제의 만행으로 한많은 삶을 살다가 고인이 된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망향의 동산 복판에는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위령탑, 박 전 대통령의 친필에 이은상의 헌시

▲ 망향의 동산 위령탑 모습.
ⓒ 윤평호
높이가 15.5m, 폭 23m인 망향의 동산 위령탑은 그러나 탑신에 양각된 '망향의 동산'이라는 글씨가 친일 논란이 종식되지 않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이다. 또한 탑신 아래 새겨진 탑의 헌시도 친일혐의와 독재정권 부역 경력으로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 노산 이은상 시인의 작품이라 망향의 동산이라는 성격과 어색함을 연출하고 있다.

일제시대 때 '다카키 마사오'라는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한 바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일제의 만주군관학교와 일본 육사를 나와 일제 괴뢰군인 만주군에 몸담았던 행적으로 친일인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은상 시인은 일제 강점기 당시 침략전쟁의 전초기지였던 조선군 사령부에 비행기를 헌납한 문명기의 묘비명을 쓰며 그를 '명망 높은 사회 사업가'로 지칭했다. 또한 1960년 3·15 부정선거 당시 이승만을 옹호하고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자중을 촉구하는 등 양지만을 쫓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열린사회희망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마산시가 몇 해 전부터 이은상기념관 건립사업을 추진하자 이은상의 독재부역 경력과 친일의혹을 제기하면서 반대운동을 벌여 왔다. 결국 지난 5월 마산시의회는 기념관 명칭을 마산문학관으로 변경하는 조례안을 의결했다.

시민사회단체들, "망향의 동산 성격과 맞지 않다"

▲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글씨에 이은상의 헌시가 새겨져 있는 위령탑.
ⓒ 윤평호
망향의 동산 위령탑에 새겨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과 이은상의 헌시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놓았다.

김숙진 열린사회희망연대 사무국장은 "매문행위와 곡학아세를 일삼은 이은상의 시가 망향의 동산 위령탑에 새겨진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도 "이은상은 일제가 만주국에서 발간한 친일어용신문인 <만선일보>에서 활동하는 등 친일 혐의의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길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위원장은 "일제의 직접적 피해자들이 안장된 곳에 세워진 위령탑의 글씨가 일본군 출신인 박 대통령의 친필이라는 것은 역사적 모순"이라며 "돌아가신 원혼들이 분통을 터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외협력부장은 "현재 친일문제는 아직도 청산되지 않았다"며 "망향의 동산 위령탑 문제도 시정하고 바꿔 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망향의 동산 측은 "망향의 동산은 독립운동가들이 묻힌 곳은 아니다"며 위령탑의 박 대통령 친필이나 이은상의 헌시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덧붙이는 글 |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347호에도 실림.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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