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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5월 광복 60주년 기념 기획으로 역사학자이자 연변일보 기자로 만주지역 항일투쟁사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연변조선족문화발전추진회 소속 리광인 선생과 함께 김일성 유격대의 항일 유적지를 취재하였다.

▲ 육문중학교 김일성 주석 기념관의 전경
ⓒ 이창기
김일성 주석과 항일 투사들의 투쟁전적지를 중심으로 연구한 리광인 선생은 김일성 주석이 학생운동을 했던 길림시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길림에 가면 지금도 김일성 주석이 도서관 서기로 활동하면서 사상을 배우고 깨우쳤던 육문중학교에 김일성 주석의 학생운동 시절의 흔적이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리광인 선생이 길림에서 안내해 줄 사람을 찾아 약속을 잡았는데 그만 당일 일이 생겨 나오지 못하게 되어 뜻하지 않게 홀로 취재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진 중심으로 육문중학교를 살펴보겠다.

연변에서 기차로 7시간 넘게 가면 돈화를 지나 길림시가 나온다. 철길 옆으로는 가도가도 끝없는 만주의 벌판이 펼쳐졌다. 그 벌판의 중간 중간 높은 산과 밀림이 펼쳐져 있었다.

▲ 길림 육문중학교 김일성 주석 기념관에 걸려 있는 김 주석의 청년시절 사진
ⓒ 이창기
연신 차창 너머로 사진기 셔터를 눌러대고 있을 때 마주보는 앞자리에 앉아 있던 20대 초반의 중국 한족 처녀가 무슨 일을 하러 가는가를 물었다. 통역은 옆에 앉은 조선족 동포가 해주었다.

김일성 주석의 유적지 길림 육문중학교를 간다고 하자 그녀는 길림 어느 공원에 가면 김일성 주석의 유적지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정확한 장소를 글로 적어달라고 부탁하자, 그 자리에서 오즉춘이라는 자신의 이름과 함께 북산공원을 적어주었다.

▲ 중국 길림성 육문중학교 도서관 마당에 서 있는 김일성 주석 동상
ⓒ 이창기
그녀는 항일유격근거지가 있었던 왕청에서 산다고 했다. 나는 차에서 만난 중국의 젊은 처녀도 김일성 주석의 유적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데 놀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북산 공원의 약왕묘 지하실은 김일성 주석이 청년학생운동을 하던 시절에 항일 청년조직의 비밀 회합장소로 이용했던 곳이라고 했다.

길림역에 내려 겨우겨우 지도에서 육문중학교 위치를 찾아 택시를 탔다. 육문중학교는 길림을 가로지르는 강 바로 앞 경치 좋은 곳에 신식 건물로 자못 웅장하게 서 있었으며 교문 앞에는 파란 운동복을 입은 학생들이 재잘거리고 있었다.

▲ 길림 육문중학교의 도서관에 있는 소년 김일성 주석의 반신상과 사진
ⓒ 이창기
신식건물을 돌아 뒤로 가니 거기에는 고색창연한 기와를 얹은 고풍스런 오래된 건물이 나왔고 그 마당 한 가운데 커다란 동상이 우뚝 서 있었다. 설마 저 동상이 김일성 주석 동상이랴 싶었는데 가까이 가보았더니 청년 김일성 주석이 유격대 군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형상화되어 있었다.

중국 내 조선족과 김일성 주석과 관련된 항일 유적지들이 사실 거의 방치되다시피하고 있는 현실을 취재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육문중학교 도서관 앞에 서 있는 동상이 잘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 육문중학교 김일성 주석 도서관 기념실 풍경
ⓒ 이창기
기념관 사무실은 중국 처녀가 홀로 지키고 있었다. 사전으로 겨우 대화를 주고받아 관람료를 내고 도서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도서관은 완전히 기념관으로 꾸며져 있었다. 방이 네 개 있는데 하나는 김일성 주석이 도서관 서기로 일하던 교실 기념관이고 다른 두 개는 북한에서 육문중학교에 보낸 선물을 모아놓은 선물 기념관이었으며 나머지 하나가 접견실이었다.

▲ 김일성 주석이 다니던 시절의 육문중학교 배지
ⓒ 이창기
도서관 기념실에는 옛날 책상이 그대로 놓여 있으며 동으로 만든 김일성 주석의 소년시절의 상반신 조각상이 놓여 있고 그 뒤 벽에는 소년시절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리고 제일 앞에 있는 책상에는 김일성 주석이 서기로 일하던 책상이라는 푯말과 함께 꽃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작은 유리함에는 육문이라는 글씨가 선명한 학교 배지와 교복단추가 놓여 있었다. 아마 당시에 사용하던 것인 모양이다.

중국말을 할 수 없으니 안내원에게 김일성 주석이 여기서 무슨 활동을 했는지를 물어볼 수 없어 답답하였다.

▲ 중국 길림 육문중학교의 김일성 주석 기념관의 선물진열실
ⓒ 이창기
선물을 전시해 놓은 선물 기념관에는 북한에서 육문중학교에 보낸 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벽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련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김일성 주석의 유격대원이자 아내였던 김정숙 대원과 함께 찍은 사진 등 유격투쟁을 담고 있는 사진이 많았다.

▲ 길림 육문중학교 김일성 주석 기념관에 걸린 유격대 군복 복장의 김일성 주석과 아내였던 김정숙 유격대원의 사진
ⓒ 이창기
선물은 주로 학습교재로 쓸 수 있는 피아노, 가야금과 같은 악기에서부터 수달과 사슴, 매 등의 동물 표본도 있었으며 북한의 문화적 재능이 담긴 도자기와 여러 예술품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특히 김일성 주석의 <세기와 더불어> 전권이 정면에 전시되어 있는 것도 특징적이었다. 그리고 선물들에 담긴 글에는 조·중 친선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이 기념관은 육문중학교에서 개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조성한 것으로, 입구의 돌비석에는 적혀 있다.

▲ 길림 육문중학교 김일성 주석 기념관 입구에 길림성 인민정부에서 세운 표식비
ⓒ 이창기

덧붙이는 글 |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자주민보에 연재를 시작하는 기사입니다. 지난 5월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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