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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생방송 음악캠프> 성기 노출 방송으로 각 언론사에서는 난리가 났다.

'갈 때까지 간 인디문화'라든가 '홍대클럽문화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기사와 뉴스들이 쏟아지더니 급기야 이명박 서울시장이 퇴폐공연 밴드들의 블랙리스트 작성과 점검을 지시하였다.

노출방송에 대해서 아연실색하던 사람들도 이것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나선다. 이것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않은 채 '재발 방지'라는 미명아래 시행되는 무조건적인 단속과 감시, 제2의 자유문화 사살이라는 말이 나올법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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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폐공연 블랙리스트? 지금이 독재시대인가"

그 애들 다 그렇게 노느냐고요?

▲ 이명박 서울시장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여론은 이미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가지를 뻗고 나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그 애들은 다 그렇게 놀아?"라는 것이다. 그랬기에 이명박 시장이 일단 다 도마 위에 올려놓고 보자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 결과가 '퇴폐 공연밴드 블랙리스트 조사 착수'에 이른 것이다.

과연 인디밴드라고 불려지는 음악인들이 음악보다는 퇴폐 향락문화에 앞장서는 스트리퍼들인가? 모든 인디 밴드들이 단속의 대상이 되어 음악 활동을 해야 하는가.

'일부' 음악보다 시선을 즐기는 '연기자'들이 포함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중파에서 이른바 '붕어'라고 부르는 라이브 안 되는 이들도 가수에 속해 있지만 우리는 모든 가수가 '붕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렇듯 일부 부적절한 퍼포먼스를(부적절이라는 단어의 기준도 각자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여주는 인디밴드들이 클럽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모든 인디밴드들이 그렇지는 않다.

그렇다면 자신 있으면 공연하고 검열을 받으면 될 것 아닌가 하고 물을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블랙리스트 작성과 단속을 누가 하느냐는 것이다.

음악을 판정하는데 음악가는 없다?

이명박 시장은 각 구청별로 관할 지역에서의 퇴폐공연이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하여 점검을 지시했다. 그렇다면 이것을 공연장의 문화를 이해하는 음악인들이 할 것인가. 공연에 대한 정보를 이론이 아닌 실제로 겪고 느껴본 사람들이 각 구청에 몇이나 있을까. 이건 말 그대로 책상 위에서 펜대 굴려 만든 기준으로 대강 좀 눈에 거슬린다 싶은 인디밴드들을 저질 밴드로 몰아 '특별 관리'하자는 것이 아닌가.

관리 대상자들은 어디를 가나 그 꼬리표가 붙을 것이고 이 사회의 통념상 기를 펴고 원하는 음악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이것은 '일단 시행해보고 불합리하면 그만하자'라는 식으로 두루뭉술 넘어갈 수 없는 문제이다. 왜냐, 예술이라는 분야는 정신적인 억압과 박해를 받고선 그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정신노동'이기 때문이다.

한번 낙인이 찍힌 젊은 음악인들은 시행이 중단된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자유롭게 음악 활동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멀지 않은 과거, 사전검열로 인해 가차 없는 커트와 금지처분을 받은 한 만화가가 그 이후에도 아주 오랫동안 스스로 움츠리며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는 이야기와 같은 결과를 낳는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퇴폐' 공연문화를 잡고 싶다면, 꼭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특별 관리'를 하고 싶다면 공연 문화에 대한 체험과 이해가 풍부한 음악인 최소 세 명을 각 구청에 배치하고 그들을 대동하고 시작하라.

회도 뜰 줄 모르는 사람에게 회칼 맡겨서 죄 없는 생선들까지 난도질당하는 상황은 절대 만들어서는 안 된다.

단속 대상이 인디밴드뿐인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하에, 트렌드라는 이름 하에 많은 방종들이 우리가 알게 모르게 공중파에 노출되고 있다. 전라의 노출만이 대중을 모욕하는 것인가. 망사로 짠 그럴 듯한 속옷을 겉옷인 양 걸치고 실리콘을 흔들어대는 것도, 발라드 가수가 코 한번 찡긋, 입 한 번 벙긋거리다 들어가는 것도 대중을 모욕하는 것 아닌가. 왜 공중파를 등진 채 자신들의 음악을 추구하는 인디밴드들만 송두리째 된서리를 맞아야 하는가.

'카우치'가 한 행동은 관객에게 보여주는 퍼포먼스의 수위 조절 실패, 장소 선택의 실패라는 것만으로도 욕을 먹어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자신들과 같이 음악 하는 동료들에게 돌아갈 화살에 대해 전혀 생각지 않은 무책임에 더 죄를 두고 싶다.

하지만 음악을 줄자로 잰 듯 나란히 열 맞춰 놓고 튀어나오면 자르고 삐져나오면 반 토막 내는 기준이라는 것을 세우는 것도 정말 '재미있는' 발상이다.

자, 그럼 우리는 기준에 맞는 반듯한 음악만 들어주면 되는 것인가?

차라리 사전에서 '음악'이라는 단어를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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