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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그림들 가운데 종교와 관련한 그림을 감상하는 느낌은 특별합니다. 일반 그림들과는 다르게 성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건하고 신비하며 장엄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성화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아래의 두 그림은 기독교와 관련한 다른 그림들처럼 많이 만날 수 있는 그림이 아닙니다. 예수의 죽음이나 부활, 이적이나 병고침, 그리고 비유에 관한 이야기들처럼, 많이 알려진 내용의 흔하고 일반적인 그런 작품이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예수의 하루 일과 가운데 매일 일어나는 일도 아닌, 어느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린 것입니다. 다른 날처럼, 이 날도 갈릴리 지방을 돌아다니며 성경 이야기도 가르치고, 병자도 고쳐주며, 질문에 설명도 해준 후, 한 촌에 들렀다가 마리아란 여인으로부터 초대를 받아 들어간 집에서의 예수를 그림 작품입니다.

이렇게 어느날의 우연에 불과한 이야기를 그린 것이기에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림이 아니며, 이런 그림을 본 적이 있는 분들도 극히 드물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도 최근에 운좋게 만난 소중한 그림들입니다. 그것도 같은 사연을 또 다른 분위기로 화폭에 담아낸 두 화가의 그림을 비교하여 감상하려고 합니다. 두 그림과 작가를 차례로 감상하고 소개할 것입니다.

이 두 그림의 근거가 되는 내용은 성경책에서 그 구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66권이나 되는 그 많은 성경책 가운데, 예수가 태어난 이후에 쓰여졌으며, 누가라는 예수의 제자가 쓴 책 안에서도 다음의 짧은 네 구절이 그 내용의 전부입니다.

저희가 길 갈 때에 예수께서 한 촌에 들어가시매, "마르다"라 이름하는 한 여자가 자기 집으로 영접하더라. 그에게 "마리아"라 하는 동생이 있어, 주의 발 아래 앉아 그의 말씀을 듣더니, 마르다는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한지라.

예수께 나아가 가로되,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지 아니하시나이까. 저에게 명하사 나를 도와주라 하소서." 주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그러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 한 가지만으로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것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누가복음 10 : 38 - 42)


▲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서의 그리스도(Christ in the House of Martha and Mary), 1886. Oil on canvas. The Russian Museum, St. Petersburg, Russia
ⓒ 지미라즈키

▲ 지미라즈키의 초상
ⓒ Don Kurtz
위 그림의 작가 지미라즈키(Henryk Hector Siemiradzki, 폴란드, 1843-1902)는 학구적인 화가였습니다. 어린시절과 청소년기를 러시아, 카키프(Kharkiv)에서 보냈으며, 1864년 카키프대학 자연과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그 후부터 1870년까지 페터즈(Saint-Peters)시에 있는 순수예술(Fine Arts)대학에서 그림을 공부했습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문적인 고전주의를 고수하면서 어렵게 일하며 공부를 마쳤습니다. 그 후, 로마에 정착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는데, 모스크바 교회에서 그의 프레스코(fresco, 갓 바른 회벽 위에 수채로 그리는 방법) 화법을 볼 수 있습니다. 파리와 로마에서도 전시회를 가졌으며, 판매된 그림값을 국가에 기부하는 애국자였다고 합니다. 1902년 로마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위 그림은 평화롭기 그지 없습니다. 큰 나무 그늘과 담쟁이 같은 덩쿨 사이로 비추는 햇살이 화면 가득 부드러움을 더해줍니다. 물동이로 보이는 주방기구를 들고오는 여인의 앞 쪽 계단에서 한가로이 모이를 쪼고 있는 비둘기는 인적에는 아랑곳 없이 마냥 평화롭기만 합니다. 곱게 피워낸 하얀 장미도 마리아와 함께 예수의 이야기를 듣는 듯 귀를 쫑끗 세우고 있는 모습이 마리아만큼 정겹고 아름답습니다.

▲ 그리스도와 마리아, 마르다(Christ in the House of Martha and Mary), 1664-5, Oil on Canvas, 63" x 56" (160 x 141 cm)
ⓒ 베르메르

▲ "The Procuress(1656)"란 그림으로, 베르메르의 자화상으로 추정하며,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 베르메르
위 그림의 작가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Johannes Jan Vermeer, 네덜란드, 1632 ~ 1675)는 피카소나 반 고흐만큼 대중적으로 유명한 화가는 아니며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17세기 북구 유럽화단을 대표하는 네덜란드 사실주의 화풍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화가입니다. 그러나 그가 죽은 후 잊혀졌다가, 19세기가 지나서야 작품에 대한 진가가 발견되었으며, <버지널 앞의 여인>이란 그의 그림은, 지난 2004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3000만달러(약 345억원)에 팔렸다고 하니, 그 명성이 고흐 못지 않습니다.

베르메르는 네덜란드의 델프트(Delft)에서 1632년에 태어났습니다. 화가의 아들로 태어나 1655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직업을 계승하였습니다. 1653년 델프트의 화가협회에 등록하여 활동하였으며, 현존하는 작품은 40점 정도인데, 거의 소품들로서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의 가정생활을 그린 것이 대부분입니다. 불과 2점이지만 풍경화도 있으며, 오늘 감상하는 그림처럼 종교를 제재로 한 것도 있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빛을 이용한 미묘한 색조(色調)가 아주 돋보이는데, 붉은색, 짙은 초록색, 노란색의 정묘한 대비를 보여주는 실내정경은 마치 비 개인 날 아침의 새벽 대기(大氣)를 생각나게 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전체적으로 맑으면서도 부드러운 빛과 은은한 색깔을 조화시킴으로써, 조용한 정취를 느끼게 해주며, 서로가 친밀한 관계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위 두 그림의 내용을 다시 정리합니다. 길 가던 예수가 한 촌에서 마르다란 여인의 초대로 그녀의 집에 잠시 쉬고자 들어갔습니다. 그녀의 동생 마리아는 예수의 발 앞에 앉아 예수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으며, 음식이 든 물건을 들고 있는 마르다는 예수께로 오거나, 무어라 묻고 있는 듯 보이는 장면입니다.

베르메르의 그림을 성경책에 있는 내용에서 보면, 서 있는 마르다가 턱까지 괜 채 경청하는 마르다에게 일러 내 일을 도와주라고 예수께 부탁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예수는 마르다에게 단호히 거절합니다. 차라리 한두 가지만 준비하는 것으로도 만족하니, 마리아가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좋아함을 오히려 빼앗지말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위 지미라즈키의 그림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주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친밀하게 이야기나누고 있는 예수와 마리아에게로 부엌에서 일하던 언니 마르다가 주방기구를 들고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신의 음식 만드는 일을 도와달라고 마르다가 예수께 부탁하기 바로 전의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예수와 마리아의 모습은 마르다의 일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무척 다정해보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성껏 준비하여 푸짐하게 마련한 음식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위의 성경 내용과 그림에서 유추해 볼 때, 그림의 예수는 푸짐하게 잘 차려진 음식으로 대접을 받는 것보다는, 발 앞에 곱게 앉아 경청하는 마리아처럼, 그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함께 이야기나누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더 좋아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베르메르의 그림에서 예수가 의자에 편안하게 기댄 모습이나, 지미라즈키의 그림에서도 마찬가지로 편하게 앉아 손짓까지 곁들여 얘기하는 모습에서 볼 때, 그림에 등장하는 세 사람 모두 격식 없는 참 편안한 사이였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주방 일을 돕는 것이나 그렇지 않아도 좋다는 예수의 대화와 이런 이야기들을 쉽게 나눌 수 있던 것을 볼 때, 서로 알고 자주 보았던, 편안한 관계였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집니다.

덧붙이는 글 | 지미라즈키의 그림과 글은 두산백과사전과 Olga's Gallery
(http://www.abcgallery.com/S/semiradsky/semiradskybio.html), 아름다운 미술관(http://cafe.naver.com/jsseo43)에서, 그리고 베르메르의 그림과 글은 두산백과사전과 Essential Vermeer(http://essentialvermeer.20m.com), About Vermeer Art (http://www.about-vermeer-art.com/vermeer/index.html)에서 영문을 발췌, 번역, 종합하여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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