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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티롤에 위치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의 상징인 녹색 거인의 모습.
ⓒ 스와로브스키
며칠 전에 보았던 아래 그림의 녹색거인의 모습이 요즈음 자꾸만 머리에 맴돈다. 오늘은 작정을 하고는, 자료들을 수집하고 그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보기로 하였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세세한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으며, 그 자료들을 정리하는 데에도 적잖은 시간을 필요로 하였다.

검색 내용의 대부분이 수정(크리스털, crystal) 장식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이거나, 이 곳을 여행상품의 한 관광 명소로 소개하는 여행사였고, 또는 어느 호텔이나 결혼식장의 화려한 크리스털 룸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더러는 이 회사 제품을 선호하거나 수집하는 마니아의 글도 적지 않았으며, 같은 이름의 지휘자와 같은 이름의 CF 판타지 소설을 소개하기 일쑤였다.

무엇보다도 보석이나 수정 또는 고급제품들과 그리 가깝게 지내오지 못한 나에게 이 회사와 그 제품들은 그리 관심을 가질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회사의 경영 철학과 제품에 대한 신념 그리고 사회에 대한 환원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 모습은 내게 적잖은 감동을 주었고, 소개를 하여야겠다는 생각에 정리를 하게 되었다. 단순한 흥밋거리와 재미가 될 수도 있으나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적잖이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알아보고자 하였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Swarovski Crystal Worlds)" 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기 전에, 이 곳이 있는 도시와 이 회사의 창시자인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스왈롭스키, 스바로브스키, 스와로브스키)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고, 또 이 회사, 스와로브스키(Swarovski)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덧붙이려고 한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100주년을 맞이하여 설립하였다는 크리스털 월드에 대한 내용을 각각 소개, 정리하였다.

정리를 위한 자료의 수집은 본사 홈페이지인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 http://www.swarovski-crystalworlds.com)와 두산백과사전의 도움을 얻었다. 이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공원의 지도와 개장시간, 요금 등 자세한 안내와 각 전시 작품의 디자이너들에 대한 소개, 그리고 전시(tour) 게시판에서 이 곳에 전시된 주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건의 중에 있지만 이 곳 홈페이지가 아직 한글로는 제공되고 있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 크리스털 월드의 메인 출입구. 크리스털로 만든 작품을 배치하였다.
ⓒ 스와로브스키
이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가 있는 도시,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는 인구 12만의 작은 도시라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일년 사계절 스키를 즐길 수 있는 빙하와 만년설, 산간지방의 독특한 민속과 목조건축물 등이 있어 작은 도시 규모에 비해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그 위에 적당히 번잡함과 조용함, 외래 손님을 반기는 국제성과 푸근한 인심, 그런 이유들로 인해 티롤과 인스브루크는 세계의 휴양관광객들과 스키어들에겐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곳이다.

그 인스브루크에서 차로 20여 분 걸리는 와튼즈(바텐즈, Wattens)에는 수정가공으로 1 세기가 넘게 가업을 일궈, 오늘날 오스트리아 굴지의 기업이 된 스와로브스키 본사가 있다. 테마 파크인 크리스털 월드는 바로 그 옆에 이웃하고 있다. 이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는 오스트리아에서 비엔나의 셸부른 궁전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인스브루크의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상상력을 넓히고 나누는 경영철학

이 회사의 창시자인 다니엘 스와로브스키(D. Swarovski, 1862∼1956)는 유리 산업의 중심지였던 오스트리아의 보헤미안 지방에서 태어났다. 그는 크리스털 컷팅 기계를 발명해 대량 생산했다. 그가 설립한 스와로브스키는 크리스털 제조 및 판매 회사로서, 작은 장식품부터 패션제품에 이르기까지 10만 개 이상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여 세계의 크리스털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창의성과 다양성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회사는 시대를 앞서는 뛰어난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연마기계를 개발하였고,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졌을 때는 크리스털 조각들을 감쪽같이 붙일 수 있는 투명한 접착제를 발명하여 크리스털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다.

1976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제12회 동계올림픽 때에는 크리스털 마우스를 기념품으로 제작하였는데, 이 제품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도약을 하였다. 이 기념품은 식기와 고급 장식품에만 사용되던 크리스털을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었다. 이후에도 다양한 동물 기념품을 제작하였고, 실버크리스털 라인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였다.

주제품 라인은 크게 실버크리스털, 크리스털 메모리, 셀렉션 그리고 보석, 시계 등을 포함한 패션으로 구분된다. 이런 장식품들뿐만 아니라, 천장의 샹들리에와 속옷의 장식이나 침실, 주방, 욕실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식제품들을 생산하며, 심지어 오스트리아 우정사업부와 협력, 크리스털 우표까지 생산 발매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130여 개의 제품이 세계 각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8월,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에 지사 스와로브스키코리아가 설치되었다.

브랜드 정체성을 찾기 위한 대안

▲ 크리스털 월드 안에 있는 식당
ⓒ 스와로브스키
전 세계 크리스털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에서 크리스털을 주제로 구현한 환상의 테마공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는 한 편의 동화처럼 이야기되는 스와로브스키 그룹 백년 역사의 결실이었다. 다시 말해, 스와로브스키 그룹이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1995년에 건립한 박물관으로 2003년 12월 혁신 작업 이후 다시 개관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는 같은 해 9월 입장 관광객 수 5백만을 기록하며 오스트리아 제2의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그 탄생 비화는 이벤트 마케팅 관련 서적에서도 하나의 동화처럼 다루고 있다. 스와로브스키의 가치를 영원히 보존하며 많은 사람들과 나누자는 의미에서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생태주의 종합 아티스트 안드레 헬러(Andre Heller)가 중심이 되어 현대예술의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내로라하는 거장들이 함께 이룬, 동화와 전위, 첨단예술의 공동작품이다. 그들은 수정이 갖는 맑은 빛의 이미지를 주제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과 영감을 선사하고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 주고자 노력하였다고 한다.

크리스털 월드를 이끌어오고 있는 안드레아 브라운(Andrea Braun)박사는, 크리스털 월드는 스와로브스키 그룹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순수한 B2B(Business-to-Business) 회사로 시작하여 B2C(Business-to-Consumers) 회사로 변화하였고, 이제는 C2C(Consumer-to-Consumer) 회사로 변화하고 있다.

크리스털이라는 특수성으로 성격은 명확하지만, 제품 하나만으로는 브랜드 정체성을 찾기 힘들기에 제품과 연동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이 박물관이라는 것이다. 이 크리스털 월드는 사고를 넓히고 크리스털의 무한한 기술의 활용 사례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13 개 방과 각각의 이야기로 관람에서 치유까지

위 그림에서 본 것처럼 이 크리스털 월드를 방문한 사람은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이목구비를 갖춘 녹색 거인의 생전 보지 못한 모습을 보고 처음부터 놀란다. 그 거인의 얼굴에 박힌 수정 눈은 시시각각 다른 색깔로 빛나고 엎드린 자세의 입에서는 맑은 물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 1. 13개의 '환상의 방' 중 '크리스털로스코프(Crystaloscope)'란 이름의 방 2. 크리스털 월드의 야외공간에 마련되어 있는, 가족 모두를 위한 미로 정원. 3. 13개 환상의 방의 마지막 여정인 크리스털 숲(Crystal Forest)으로, 하늘에 매달린 대나무와 조명으로 크리스털 월드에 대한 여운을 갖게 만들었다.
ⓒ 스와로브스키
물을 내뿜고 있는 거인의 입 아래쪽을 통해 들어가면 총 13개의 전시실인 '환상의 방(Chambers of Wonder)' 을 경험할 수 있다. 각 전시실은 안드레 헬러의 지휘 아래 크리스털을 이용한 영상과 설치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 각 방은 나름대로 크리스털을 주제로 하며 동선에 따라 빠짐없이 볼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마지막 방에는 테렌스 콘란이 디자인한 숍(shop)이 있으며 프랑스의 마티아스 바즈가 크리스털의 독특한 색감으로 표현한 루나 카페(Luna Cafe)와 식당도 함께 있다.

안드레 헬러가 2003년 크리스털 월드의 혁신을 진행하면서 가장 핵심을 두었던 부분이 보여주는 것에 그치는 전시가 아닌 서로 교감하는 전시 연출이었다고 한다. 또 이 때 6개의 전시실을 추가함으로써 좀더 성공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모든 전시장은 남녀노소, 학식의 높고 낮음을 떠나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고 있어 여느 박물관들이 지닌 고루하고 무거운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그러나, 크리스털 월드의 전시실들은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환상의 방'들 중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것은 바로 '크리스털 돔'이다. 정교하게 다듬은 크리스털이 590여 개의 면을 이루어 방의 내부를 반사시키며 오묘한 조화를 만들어낸다.

한편 치유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청각과 시각을 활용한 전시 기법도 선보였다. 독일의 치료사 피터 만델(Peter Mandel)과 함께 만든 방 '크리스털로스코프(Crystaloscope)'는 천장의 크리스털이 색깔을 달리하는 가운데 명상음악을 들으며 잠시 머물러 쉬면서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했다.

이후 독일의 시인 한스 M. 엔젠스베르거가 쓴 시를 크리스털을 이용해 공중에 쏘아 올린 '떠다니는 시(The Floating Poem)', 달에서 본 지구의 모습을 크리스털로 표현하고 스와로브스키 일가의 역사와 변화를 표현한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거치고 나면 마지막으로 '크리스털 숲(Crystal Forest)'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천장에 빼곡하게 들어선 대나무와 조명, 그 안에 흐르는 영상을 잠시 올려다보며 마음을 정리한다.

기술과 문화의 이상적인 조화 돋보여

▲ 1. 독일의 시인 한스 M.엔젠스베르거가 쓴 시를 크리스털로 글자화해서 공중에 쏘아올린 '떠다니는 시' 2. 크리스털 시어터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 3. 스와로브스키의 2004년 가을/겨울 컬렉션중 지젤(Giselle) 시리즈.
ⓒ 스와로브스키
모든 방과 환상의 예술세계를 관람한 후 2층으로 올라가면 직영매장이 있다. 이 곳에서 스와로브스키가 생산하는 모든 수정제품과 계열회사들이 생산하는 광학물품, 보석 절삭공구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크리스털 월드는 어린이 관람객들을 위한 놀이 공원과 정원, 가족 관람객들을 위해 마련한 미로와 미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등 다양한 외부 공간도 갖추고 있다.

점차 가족들을 위한 편의시설과 다양한 관람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라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는 박물관이라기보다는 동화 속, 혹은 영화 속 세계 구현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이 크리스털 월드에선 창업자인 다니엘 스와롭스키가 경영하던 시절부터 일관되게 추구해 오고 있는 기업철학인 '비즈니스와 문화의 이상적인 조화', '기술과 예술의 연계'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러한 노력들이야말로 세계인들이 짧은 기간 안에 즐거움과 오락만을 선사하는 다른 테마 파크보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를 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좋은 그림이나 사진들을 골라 함께 읽고 그 느낌을 나누려고 합니다. 잘 알려져 있는 작가의 그림과 사진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것들도 발굴하여 소개할 계획이므로, 기대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개인 블로그(http:blog.nate.com/sophiako)에도 함께 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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