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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국적 포기를 두고 말이 많았는데 이제는 부동산 투기가 뜨거운 관심사로 등장하였다. 병역 기피와 부동산 투기. 둘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다들 생각하면서도 기회가 되면 자신도 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왜 그런가에 대해서는 굳이 말 안 해도 다 알지만 한번 풀어 보자.

병역은 왜 기피하고 싶은가? 군대 안 가는 친구들이 더운 밥 먹고 편한 잠자리에 자면서 돈 벌고 경력까지 쌓는 동안, 난 박박 기면서 썩는다. 때로는 애인이 신발을 거꾸로 신는 일도 있다. 제대 후에는 굳어진 머리로 새로 공부를 시작해서 취직해야 하므로 군복무 기간 이상 손해다. 더구나 과거에 군제대자에게 주던 가산점마저 남녀평등을 이유로 폐지되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도 전과 같지 않다.

참으로 억울하다. 그러니 군대 안 가는 사람이 있는 한 나도 빠지고 싶다.

'해서는 안 되는 일' 알면서도 '하고 싶어 한다'

부동산 투기는 왜 하고 싶은가? 내가 점잔빼고 있는 동안 남들은 한 건만 해도 수천만 아니 요즘엔 수억 원씩 챙긴다. 내가 매월 50만 원을 저축한다고 해도 1억 원을 모으려면 200개월 가까이 걸린다. 먹을 것 안 먹고, 체면 접고, 부조금까지 아껴도 월 100만 원 저축은 어려운데, 그래도 100개월 가까이 걸린다. 더구나 집을 사려고 열심히 저축하다 보면 집값은 저만큼 더 멀리 달아나 있다.

참으로 억울하다. 그러니 부동산 투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 한 나도 한탕 하고 싶다.

국민이 다들 이렇게 생각할 때 병역 기피와 부동산 투기는 근절되지 않는다. 당연히 힘깨나 쓰는 집 자식부터 군대에 빠진다. 또 그런 계층이 정보가 많고 돈을 굴리기도 쉬우니까 부동산 불로소득 역시 더 많이 챙기게 된다. 고위공직자 자녀 병역 통계와 재산공개 결과에 이런 사실이 잘 나타나 있다.

이대로 두면 사회는 양극화로 치닫게 된다. 군대 가는 대신 경력 많이 쌓아 남보다 먼저 윗자리에 올라간다. 부동산으로 번 돈으로 자식들 과외 많이 시켜 좋은 학교에 보낸다. 끼리끼리 강남에 모여 살면서 고교등급제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여론을 부추긴다. 이걸 지키기 위해 학벌주의와 서울중심주의를 계속 조장하고 부동산 보유과세에 저항한다. '사유재산'과 ‘자유경쟁'과 '규제완화'와‘관습헌법'을 찬미한다. 정의감이란 시기심의 다른 표현이라고 야유한다.

병역 기피와 부동산 투기를 이대로 두어서 안 된다고 생각하는 '시기심' 많은 사람들이 내놓을 수 있는 해법은 어떤 것일까? 답은 단순하다. 최소한 군대를 가도 손해나는 일이 없도록 (할 수만 있다면 안 가면 더 불리하도록) 해주는 거다. 또 부동산 투기를 해도 이익이 되지 않도록 (할 수만 있다면 손해 보도록) 해주는 거다. 그렇지 않고 단속과 설득만 해서는 해결이 안 된다. 이익 앞에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도 없다.

병역으로 인한 손해를 다 막으려면 인생을 보상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군대 갔다 온 사람에게 강남의 집 한 채를 준다고 하면 자원 입대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그렇게까지 하기 어려우니까 최소한 군에 안 가는 사람이 벌 수 있는 수입만큼은 보상해야 할 것이다.

군 복무를 해도 손해나지 않도록, 투기를 하면 불로소득이 없도록 하자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그 금액을 월 100만 원이라고 해보자.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의식주를 해결하고 순수입 100만 원이면 그리 적지는 않다고 보지만 사회적 합의에 따라 더 올릴 수도 있다. 2년간 군 생활을 하고 제대하면 2400만 원에 이자를 붙여 목돈을 주는 거다.

'월 100만 원? 그 돈을 어떻게 감당하나' 이렇게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것 같으니 셈을 해보자. 우리 군의 사병 수를 대략 50만 명으로 보고, 월 100만 원씩 주려면 월 5000억 원, 연 6조 원이 필요하다. 2005년 정부 일반회계 예산이 130조 원쯤 되니 5% 선이다. 물론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예산은 우선순위를 정하기에 달렸다.

그러나 다른 예산을 축 내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사병 월급을 주는 거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토지에서 생기므로 결국 땅 가진 국민이 공돈으로, 자기 땅을 지켜주는 자녀들에게 월 100만 원씩 쏘는 거다.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지만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단순한 예를 들어 보자. 우리나라 지가 총액은 2000조 원을 넘는다. 사병 봉급 연 6조 원은 지가의 0.3%에 해당된다. 그러니까 매년 지가의 0.3%를 국토보유세로 징수하면 된다. 월급을 더 주자고 국민이 합의한다면 좀 더 징수하면 된다. 5.4 부동산 대책에는 2017년까지 실효세율을 1%까지 끌어올린다고 하니까 이 일정을 조금만 앞당기면 된다.

이렇게 하면 1석2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여 투기도 막고 병역으로 인한 억울함도 풀어줄 수 있다. 한번 해봄직 하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김윤상 기자는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토지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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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행정학부 명예교수. 사회정의/토지정책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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