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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발전위의 발표로) 김재규는 자기의 전임자를 학살하는 교사범이 됐을 뿐 아니라 자기의 상관인 박정희를 직접 살해하는 일종의 박정희 암살 정범으로 부각됐습니다. 결국 박정희는 피해자 또는 순교자라는 식의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는 소지를 주는 게 있다고 오해받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한상범(동국대 명예교수) 전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6일 국정원과거사진실규명을통한발전위원회(아래 국정원발전위, 위원장 오충일)의 김형욱 실종사건 중간 발표 내용과 관련해 한 말이다.

국정원발전위의 발표는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김재규가 자기 전임 부장을 살해하고 자기 상관인 박정희까지 암살한 악인으로 낙인찍어서 사건의 실체를 김재규 문제로 둔갑시키고 만다는 지적이다.

▲ 한상범 교수는 “우선 이번 발표로 확인될 수 있는 건 독재정권의 정치공작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걸 국정원에 설치된 임의적인 잠정 임시기구, 법률적 근거도 없는데서 조사해서 결론을 내 발표한다는 게 바람직하느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 이민우
한상범 교수는 "박정희가 집권할 당시에 모든 정보공안기관은 박정희의 정치적 야심으로 말미암아 사조직으로 전락됐다"면서, 그렇기에 "(김형욱 사건 조사는)박정희의 직간접 지시나 양해, 비호 하에서 진행된 책임소재를 분명히 전재하고선 김재규나 그 밖의 중간 책임자가 어떻게 손을 썼다는, 이렇게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 의도에 대해서도 한상범 교수는 "진짜 국정원의 발전을 모색하는 순순한 동기라곤 하지만, 이것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서 과거청산을 반대하는 세력에 의해 일종의 김빼기나 면역성 기르기의 의도로 이용될 수 있으며, "사전에 정찰해 갖고 이용해 볼 수 있는 최악의 상태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한 교수는 "우선 이번 발표로 확인될 수 있는 건 독재정권의 정치공작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걸 국정원에 설치된 임의적인 잠정 임시기구, 법률적 근거도 없는데서 조사해서 결론을 내 발표한다는 게 바람직하느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임시 잠정으로 된 위원회를 만들어 조사한다는 건 취지는 좋을지 모르지만, 그 위원회가 능력과 권한이 있느냐, 그 위원회의 조사 결론을 어느 정도 법적으로 인정할 수 있고, 공신력을 법적으로 뒷받침 받을 수 있는가는 상당히 큰 문제입니다."

한 교수는 미국 CIA의 정치 공작 등에 대해 연방의회 정보위원회가 조사해 결과를 공표하는 걸 예로 들며, "우리나라에서는 안보니 뭐니 해서 일부 정보기관에 대한 예산문제 등을 취급하면서도 유독 공안정보기관의 정치공작에 대해선 확실한 조사를 안 했다"고 질타한 뒤,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관에 대한 통제가 중요함을 역설했다.

이어 그는 김형욱 납치 살해 때 이상열 공사 관용차인 '푸조604'를 사용했다는 것에 대해 "김대중씨 납치 사건이 일본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나게 된 건 납치 현장에서 당시 중정 일본 책임자였던 주일한국대사관 공사였던 김동운씨의 지문이 찍힌 게 발견됐기 때문"이라 지적한 뒤, "외교관 차량의 움직임이고, 외교관 차량 중에서도 정보참사관이나 정보관계자의 차량이라면 외국에서도 무심하진 않을 텐데, 그렇게 서툴게 하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에 있는 한 식당에서 만난 한상범 교수는 1시간 30여분 동안 국정원발전위의 위상과 법적 책임성 문제는 물론, 사건 발표의 허술함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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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한상범 교수와 나눈 문답 전문.

"잠정 임시기구서 조사 발표한 게 바람직한가"

-지난 26일 국정원발전위에서 김형욱 실종 사건에 대한 중간발표를 했습니다 이 발표 이후 오히려 진실이 뭐냐는 의문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발표를 어떻게 보십니까?
"우선 이번 발표로 확인될 수 있는 건 독재정권의 정치공작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걸 국정원에 설치된 임의적인 잠정 임시기구, 법률적 근거도 없는 데서 조사해서 결론을 내 발표한다는 게 바람직하느냐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각종 정보나 자료를 수집 관리하고 있는 국정원의 정체는 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국정원이 직간접으로 관련돼 있으며 정치적, 도의적, 법적 책임을 지고, 국정원 스스로나 국회 등 그 밖에 권한 있는 국가기관에서 조사 발표해야 할 중요한 사안입니다.

국정원이 자료를 제공해서 규명할 의지가 있고 여건이 돼 있다면 왜 스스로 자신들의 잘못을 담은 백서라든지 자기 책임 하에 발표를 못하는가, 사안의 중대성과 우리나라 정치공작의 범죄성을 극복하는 과정에 대단히 바람직하지 못한 양태가 되는 것입니다.

1961년 중앙정보부가 쿠데타로 창설된 이후, 4대 의혹사건(증권파동, 워커힐 사건, 새나라자동차 사건, 파친코 사건)과 민주공화당 사전 비밀 조직 공작, 대선 앞둔 야당 세력 조사 포섭공작 등을 해 온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도 이런 일들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진상을 공개하는 정리를 안 했습니다."

- 국정원이 진실로 진상규명의 의지가 있다면 법적 구속력과 책임성이 없는 임시기구를 만들어 발표한 건 적절치 않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요. 그런데 그게 안 되고 있는 겁니다. 그뿐 아니라, DJ(김대중 전 대통령) 자신이 납치 살해 위협 공작의 수모를 당했던 사람인데, 그 당사자가 대통령으로 5년 동안 있는 동안에도 김대중 납치 사건은 전혀 정리가 안됐지 않습니까. 오히려 외국에서 아무개가 공작의 주역이었다는 얘기가 떠오르고, 우리나라 정보기관에서만 지금까지도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미궁에 빠진 사건이 있습니다. 이런 걸 임시 잠정으로 된 위원회를 만들어 조사한다는 건 취지는 좋을지 모르지만, 그 위원회가 능력과 권한이 있느냐, 그 위원회의 조사결론을 어느 정도 법적으로 인정할 수 있고, 공신력을 법적으로 뒷받침 받을 수 있는가는 상당히 큰 문제입니다."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관 통제 주력해야"

- 이미 국정원과 경찰, 군에서 자체로 진상규명을 한다고 각각 위원회를 꾸려 조사하는 건 공신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말씀이십니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1961년 쿠데타 이래 40여년이 지났습니다. 그 후 문민정부라는 과도체제를 거치면서 군사쿠데타를 저지른 신군부는 처벌하고 개혁하는 DJ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 국회는 뭘 하고 있었느냐 이겁니다.

현 국정원은 미국의 중앙정보부(CIA) 체제를 모방해서 만든 것인데, 미국에서 CIA를 국민대표 기관의 수임 받아 통제하는 것은 연방의회 양원이란 말이에요. 미국에선 CIA의 활동을 연방의회 정보위원회에서 필요시는 물론 정기적으로 제반 사항과 특히 문제가 된 공작 사건에 대한 감사와 조사를 하고 필요하면 청문절차로 공개조사까지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연방의회 정보위원회는 미국 중앙정보부가 1970년대에 자행한 칠레의 아옌데의 정부 전복과 아옌데 대통령의 암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이 인터넷에도 공개돼 있어 우리도 열람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것을 안보니 뭐니 해서 일부 정보기관에 대한 예산문제 등을 취급하면서도 유독 공안정보기관의 정치공작에 대해선 확실한 조사를 안 했습니다.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 디스켓 유출사건이 일어나 세상을 놀라게 하고 보안사의 이름을 기무사로 바꿨습니다. 그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국방위원회나 정보위원회는 뭘 했느냐, 말로만 정부 속의 정부고 정부 위에 있다는 횡포와 권한의 비대화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국회를 중심으로 한 통제를 좀 더 모색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나아가서는 국회 뿐 아니라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감독 권한과 책임을 가졌기에 어떠한 형태로라도 명령과 통제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정보기관으로서 각 기관이 자기 주관하에 투명하게 적법성을 담보한 스스로의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런 것이 안 된 게 의아스럽고 유감스럽습니다."

▲ 한상범 교수가 프린트해 보여주었던 문건의 인터넷 화면. 제목이 “CIA Activities in Chile‘[칠레에서 중앙정보부 행위(공작)]이며, 아래쪽에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 암살 관련 항목이 있다. 문서는 2000년 9월 18일 작성됐다.
ⓒ 이민우

"박정희의 직간접 지시나 양해 등 책임소재 분명히 전재했어야"

- 국정원 발전위의 발표가 오히려 최근 사회 일각에서 벌어지는 박정희 미화와 김재규 악인 만들기 등의 정치적 목적에 악용된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조사결과 김재규의 지시로 중정 주 프랑스 거점 이상열 공사가 주도하여 김형욱을 살해했다는 내용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어떤 정보공안 책임자 개인의 자의로 할 수 없고, 그 이상의 최고 국가 책임자의 지시를 받아 할 수밖에 없는 걸 특정인 김재규의 주도로 암살을 했다는 식으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말초적인 일부를 과대하게 포장해서 여론을 오도할 우려가 있단 말입니다.

박정희가 집권할 당시에 모든 정보공안기관은 박정희의 정치적 야심으로 말미암아 사조직으로 전락됐습니다. 사조직으로서의 제반 문제가 정치공작으로 나온 거니까. 박정희의 직간접 지시나 양해, 비호 하에서 진행된 책임 소재를 분명히 전재하고선 그 과정을 따져서 김재규나 그 밖의 중간 책임자가 어떻게 손을 썼다는, 이렇게 나와야지요.

그게 아니라 김재규는 자기의 전임자를 학살하는 교사범이 됐을 뿐 아니라 자기의 상관인 박정희를 직접 살해하는 일종의 박정희 암살 정범으로 부각됐습니다. 결국 박정희는 피해자 또는 순교자라는 식의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는 소지를 주는 게 있다고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일입니다.

또 공사는 정보기관 사람으로서 중앙정보부 요원으로 외무부 직원으로 파견 나가는 것인데, 주불 공사 아무개가 아니라, 정보부 요원으로서 타 기관에 위장 잠입되어서 직책을 수행하는 주불공사 아무개로 분명히 표현돼야 합니다. 그래야지 국민이 오해를 안 합니다."

"전체 구도 속에서 해명해야 진실에 접근 가능"

- 지난 4월에 한 주간지(<시사저널>)가 '양계장 살해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국정원 발전위는 이 설을 주장한 사람은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 일각에선 이번 발표가 거의 신현진이란 인물의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해, '양계장 살해설'과 차별성이 없는 설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신현진이라는 연수생이 하수인으로 했다고 하는데, 연수생을 하도록 지시했다거나, 동참했다든지 하는 전체적 구도를 밝히지 않으면, 얼마든지 소설 같은 내용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진실을 밝히는 조사방법으로서는 상당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겁니다. 연수생 두 사람을 중심으로 사건을 부각시키는데, 이 사건은 행동의 제반 궂은 일을 연수생이 했다는 식이겠지만, 전체 구도 속에서 문제를 해명해야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것입니다."

- 김형욱 회고록을 쓴 김경재씨는 당시 김재규 부장은 유신체제가 빨리 종식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그런 사람이 해외에서 반 박정희 운동을 하던 김형욱을 제거하란 명령을 내릴 리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교수님께서 어떻게 보십니까?
"김재규가 박정희와의 관계를 일단 끊는다, 박정희를 거세해야 유신의 종지부를 찍는다는 결심을 한 것은 단기간의 결정으로 실행한 것으로 볼 수 없어요. 자기 부하들을 설득시키고 자기를 따르게 하려면 적어도 수개월의 기간이 필요했을 텐데요.

그런데 박정희 제거 19일 전에 반드시 김형욱을 제거해야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면 박정희의 특명이 직접적으로 작용해서, 자기의 거사시도를 은폐하기 위해서 시도했을 것으로 가정할 수 있는 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특수상황을 가정하는 거죠. 상당히 의문점이 있다고 봅니다."

▲ 한상범 교수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까 정보기관 국정원 자가 책임지고 이 사건 하나라도 책임 있는 보고를 국민에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이민우

미 국무부 9일 실종설 "반증 근거 밝혔어야"

- 지난 20일 언론에 보도된 미 국무부 비밀문서(1980년 2월 29일 주한미대사관에 보낸 '주간 동향보고서 한국판')는 김형욱의 실종시기가 신현진이 살해했다는 10월 7일보다 이틀 늦은 9일이라고 돼 있습니다. 더구나 김형욱은 파리를 떠나 스위스 취리히를 경유해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으로 간 것이 확실하며 거기서 행적이 묘연해졌다고 밝히고 있거든요?
"파리를 떠났다는 얘기가 되는 거죠. 그 보도가 정보 공개된 문서에 근거해 나온 거니까 터무니없는 건 아니란 말이에요. 미국무부의 직접 공개 문서라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봐야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국정원 발전위의 발표는 그냥 소설쓰기 픽션이 돼버리는 거죠. 이에 대한 특별한 반증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부정한 것도 문제이지요."

- 국정원 발전위의 사건 발표에 따르면 김형욱을 살해는 중정 연수생이 직접 한 것도 아니고, 제3국인 2명을 고용해서 죽였다고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연수생이 직접 살해를 안 하고, 사람을 고용해 돈을 주고 죽였다는 거지요. 10만 달러라면 상당히 거금입니다. 10만 달러 이상을 공금에서 유출을 했다면 주불 공사 맘대로 하는 것도 아닐 거고 본부선까지 결제가 나왔을 거란 말이에요. 그게 어떤 명목으로 결재가 되었고, 그 금전 처리 등도 말초적인 문제 같지만 확인을 했어야 합니다.

또 제3국인 고용설이란 것은 사건을 미궁으로 빠뜨리기 참 좋은 거거든.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거예요. 또 직접 사체 확인도 안하고 나아가서 처리과정을 어떻게 했다는 건 자기들도 들은 거지, 직접 손을 안 댔다는 것 아닙니까. 이것은 얼마든지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엉성하지 않습니까."

"관용차로 납치 살해했다는 것도 의심 가는 부분"

- 더구나 중정 프랑스 책임자인 주프랑스대사관 이상열 공사 관용차인 '푸조604'로 김형욱을 납치한 뒤 살해했다는 내용이지 않습니까?
"그렇죠. 외교관 차량의 움직임이고, 외교관 차량 중에서도 정보참사관이나 정보관계자의 차량이라면 외국에서도 무심하진 않을 텐데, 그렇게 서툴게 하겠느냐. 이미 김대중씨 납치 사건이 일본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나게 된 건 납치 현장에서 당시 중정 일본 책임자였던 주일한국대사관 공사였던 김동운씨의 지문이 찍힌 게 발견됐기 때문이거든요.

그런 과거의 전례가 있는데 교훈으로 삼지 않고 자기들의 관용차를 끌고 다니면서 납치 살해를 했다는 것도 신중치 못하다고 할까. 의심이 가는 부분이지요."

- 국정원발전위는 이번 중간발표의 동기를 "세간에 구구한 억측과 근거없는 낭설이 난무하여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진실규명 노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어 일단 이를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이번 중간발표를 총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일단 의심을 해 봐야 해요. 조사 발표 의도가 진짜 국정원의 발전을 모색하는 순순한 동기라곤 하지만, 이것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거든.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런 일종의 허구적이고 엉성한 발표를 통해서 결국은 유사 사건에 대한 김빼기, 풍선 띄어보기, 정보기관이 으레 그런 거 아니냐, 면역성 기르기의 의도도 가상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이런 사건을 발표함으로써 지뢰밭에 한 발 들여서 반응을 본다는 의도도 있을 수 있어요. 사전에 정찰해 갖고 이용해 볼 수 있는 최악의 상태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단 말입니다."

"신중치 못한 자세고 판단, 의혹이나 오해 받는 건 당연"

- 이번 발표가 오히려 과거청산을 원치 않는 세력에 이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신데요. 어쨌든 국정원 발전위는 이번 발표 취지가 '세간에 구구한 억측과 근거 없는 낭설이 난무'하는 걸 막겠다는 거였는데, 결과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 국정원은 물론이고 위원회 자체로서도 신중치 못한 자세고 판단입니다. 여러 가지 의혹이나 오해를 지적 받는 건 당연하고요.

왜냐하면 한 사람의 살인을 단정한다할 때는 충분한 입증자료, 그것이 직접이든 간접이든, 인증이든, 물증이든 그야말로 형사소송법에서 말하는 '불합리한 의문점이 없을 정도'까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에 준할 정도의 개연성이 뒷받침되는 걸 요구합니다. 이런 건 의문사위에서도 형사소송법의 수준까지 접근하려 했기에 불능 판정한 게 많은 거였거든요. 그런데 김재규가 사주한 걸로 해놨거든요.

그러면서 박스로 단서 조항 비슷하게 만들어 놨어요. 이건 완전히 자기들의 면책 알리바이에요. 박스에 요약해놓고 짧게 놓은 건, 문제가 될 때 빠져나가려고 하는 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해도 할 말이 없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결론 전에 조사결과에서 부실한 거, 구멍 뚫린 걸 요거로 땜질을 해 논 건데. 속 들여다보이는 꾀거든요."

- 그럼 앞으로 김형욱 실종 사건을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문제는 현재 위원회의 위상이나 권한이나 능력, 제반 능력으로 봐서 현재까지 조사 결과도 성과라고 평가받고 싶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 문제를 떠메고 나갈 것이냐는 걸 제기합니다.

결과적으로 공신력이나 대국민 설득력에 한계도 있고, 국가기관으로서의 행위로서 인정을 받을 만한 권한 있는 유책자가 한 것으로 인정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까 정보기관 국정원 자체가 책임지고 이 사건 하나라도 책임 있는 보고를 국민에게 해야 합니다. 이미 뚜껑은 열렸고 여기서 엉거주춤하고 위원회에 책임을 떠 넘겨서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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