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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유골 논쟁' 2라운드 시작되나

북한과 일본간에 첨예한 논쟁이 되고 있는 요코다 메구미씨의 유골을 가짜라고 감정한 테이쿄대학의 강사 요시이씨가 일본 경시청에 특채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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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유골' 주장, 일본 정부도 확증 없다"

교도통신 3월 26일자 인터넷판은, 요시이씨를 경시청이 특채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일본 내 일각에서도 ‘입막음용’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새로운 파문이 일고 있다.

3월 2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테이쿄대학 요시이 강사는 경시청 산하 과학수사연구소의 법의학과장으로 채용되었는데, 그것은 납치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씨의 유골을 가짜라고 감정한 실적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한다.

한편, 기사는 일본 경찰이 외부의 인사를 관리직으로 초빙, 채용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내년도에는 요시이씨가 DNA감정에 사용하고 있는 방법인 ‘세포내 소기관 미토콘드리아내의 DNA분석’이 가능할 수 있는 기기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한다. 일본 경시청은 요시이씨의 채용을 계기로 경시청 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기술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이번 인사조치는 유골감정결과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파문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져 가짜유골 논쟁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네이처는 인사조치가 있기 얼마 전 일본 정부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 사설을 실었다. ‘가짜유골’ 감정 결과의 오류가능성을 지적했던 네이처가 3월 17일자 온라인판 ‘정치 對 진실’(Politics versus Reality)이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일본 정부의 반론과 태도를 정면으로 재반박했던 것이다.

네이처 사설 "일본 정치인들은 정치를 위해 과학을 희생시키지 말라"

“아무리 그것이 불편한 사실일지라도 일본의 정치인들은 과학적 불확실성을 직시해야만 한다.”

“그들은 과학적 정합성을 훼손할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관계에서 외교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네이처의 3월 17일자 사설은 일본 정치인들에게 ‘과학적 불확실성을 직시할 것’과 ‘더 이상 정치논리 때문에 과학적 진실을 외면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DNA 감정결과에 대해 내린 해석과 결론은 “과학의 자유영역을 정치적 간섭이 침해한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한, 네이처의 사설은 유골의 DNA를 감정한 과학자와 인터뷰한 네이처의 기사(2월 2일자 온라인판 기사)는 유골이 오염되었을 수 있고, DNA감정 결과가 확정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었지만, 이와 같은 문제제기가 일본 정부의 입장을 “불편하게 한 것”은 사실일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특히, 현재 일본 국내에서는 요코타씨를 비롯해서 납치피해자들의 대부분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에 불신감이 만연해 있고, 요코타 메구미씨의 유골이 가짜로 발표된 후 북한 군사당국이 여전히 그녀를 스파이 훈련에 이용하고 있다는 억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북한을 “명백한 사기꾼”으로 보이도록 하고자 하는 일본 정부가 정부의 공식 입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 네이처의 지적이다.

한편, 기자회견과 의회답변에서 네이처의 기사를 반박한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의 논리에 대해서도 “회피할 수 없는 사실은 유골이 오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며“북한이 완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일본이 행한 유골 감정 실험은 그 의문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일본 내 과학자들의 경우도 DNA감정이 더 큰 규모의 연구팀에서 이루어졌어야 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왜 일본 정부는 “홀로 작업하는 한 과학자에게 “유골의 샘플을 맡겨 DNA감정을 하도록 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참고로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과 마치무라 노부나카 외무상은 기자회견과 의회 답변을 통해, 네이처의 2월 2일자 기사는 요시이씨가 하지 않은 말을 한 것처럼 보도하고, 또한 진의를 왜곡해서 전달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특히, ‘결과가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한 것은 “일반적인 과학상식”을 얘기한 것이지 요코다 메구미씨의 유골감정결과를 특정해서 얘기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었다.

문제는 '과학과 정치의 분리 원칙을 깬' 일본 정부에 있다

게다가 유골을 가짜라고 감정한 요시이씨가 “더 이상 그 실험(DNA감정 과정과 결과)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참고로, DNA감정을 담당했던 테이쿄 대학의 강사 요시이씨는 네이처의 기사가 파문을 일으키자 그 직후부터 언론과의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본 정부가 요시이씨를 대변하고, 그 실험의 결과를 옹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서도 네이처는 일침을 가했다. 일본의 정치적, 외교적 실패의 책임이 “실험을 해서 결론을 내리고, 그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을 제시한 과학자에게 향해지고” 있는데, 요시이씨는 “그 자신의 일을 행한 것”이며 오히려 문제는 “과학과 정치의 분리라는 원칙을 깬” 일본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일본 의회 내에서도 또다시 일본 정부의 행태와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민주당의 중의원 의원인 스토 노부히코 의원은 지난 3월 30일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네이처의 재반론 사설의 내용을 들면서 마치무라 외상에게 국제적인 비판과 외교적 실책을 초래한 것에 대해 추궁했다. 또한, 일본 경찰청을 향해서도 이런 민감한 사안의 핵심에 놓인 인물에 대해 경찰이 '예외적' 특채 인사를 행한 것은 세계로부터 의혹의 시선과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일이라며 추궁하기도 했다.

한편, 3월 28일자 타임(TIME) 아시아판도 네이처기사를 둘러싼 논쟁을 소개하면서, 요시이씨가 사용하고 있는 DNA감정 방식은 “샘플의 오염가능성이 높아 미국에서는 사용하고 있지 않는” 방식이며, 또한 요시이씨가 사용하는 방식이 그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본의 전문가들도 이전부터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의문의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짜유골’ 감정 결과

요코다 메구미씨의 유골 감정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의혹에 의혹이 더해지면서 점입가경의 형상을 띠어가고 있다. 갈수록 ‘진실’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고 있다. 고농축우라늄 문제를 둘러싸고 제시되고 있는 미국 측의 정보와 근거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증폭되고 있는 것과 너무도 비슷한 양상이다.

일본정부는 북한이 건넨 요코타 메구미씨의 유골이 ‘다른 사람의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북한과 정면대결로 치달았지만 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사건’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를 예외적으로 고위직 공무원으로 특채했다. 일본 정부의 행태에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정부의 ‘요코타 메구미씨의 유골은 가짜였다’라는 발표는 단지, 납치피해자 당사자들만에게 충격을 안겨 준 것은 아니었다. 북일관계와 동북아 정세 전반에 일대 충격을 안겨준 발표였다. 그토록 중대한 ‘결과’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기존의 입장과 발언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제 일본 정부가 대답할 차례다.

덧붙이는 글 | 네이처 사설 http://www.nature.com/cgi-taf/DynaPage.taf?file=/nature/journal/v434/n7031/index.html

이 기사는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www.peacekorea.org)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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