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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화장실 가기가 두렵다고요?

중국 여행하시는 한국인들의 배낭 또는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고추장, 볶은 고추장, 김, 깻잎 통조림, 참치 통조림, 햇반 등등.

하나 이상은 분명 들어 있을 겁니다. 저도 첫 여행에는 참치 통조림하고 번데기 통조림(제가 좋아하는 술안주입니다)을 하도 많이 집어넣어 배낭 무게 때문에 어깨가 다 쓰릴 정도였습니다. 저도 386 초중반 세대라 식탁에 김치가 없으면 금단 증세마저 일어날 정도입니다. 한국의 중국집에서 자장면 시킬 때 두번째 하는 말은 "김치 좀 주세요"입니다. 아~ 첫번째는 뭐냐고요? 당연 "간짜장 곱배기"이지요.

3년 전인가, 4년 전인가 '사천성(四川省) 성도(成都)'를 여행할 때 중국인들과 함께 '청성산-도강언'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식사 도중 제가 '김'을 꺼내 먹는 것을 같이 여행한 중국인들이 '동물원 원숭이 보듯' 보는 걸 보고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 외국까지 나와서 굳이 한국 음식 먹는 것은 일종의 문화적 무례가 아닐까? 중국에서는 중국 음식을 먹어 주는 것이 배낭 여행가의 예의 아닐까? 한국 음식도 제대로 안 먹어 본 외국 여행자들이 과연 한국 먹거리 문화를, 한국 문화를 얼마나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나도 '김치민족주의자' 같은 식문화국수주의자 아닐까? 반성! 반성!'

역시 몇 년 전 <대사각하의 요리사>라는 일본 만화를 보니,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라는 재기발랄했고 감수성 넘쳤던 일본 극우 꼴통이 한 말인 '오차쯔게 내쇼날리스트'가 나오더군요. 왜 과거형이냐면 자위대 건물에서 '천황제 부활'을 외치며 할복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일본인은 역시 일본 음식을 먹어야 돼!'하는 거고, 의역을 하자면 '한국인은 역시 김치를 먹어야 돼!'하는 일종의 먹거리 폐쇄주의 민족주의라고 할 수 있지요. '오차쯔게'는 밥에 찻물을 말아 먹는 일본 먹거리입니다.

제가 <론리 플래닛> 같은 저명한 여행책자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서양인 시각의, 서양인의 입을 위한 내용만을 소개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자! 재미 없는 얘기는 그만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중국 음식을 안 먹는, 못 먹는 이유는 너무 많이 있습니다.

첫째. 몰라서... 한자가 너무 많아서, 또는 한자를 몰라서 주문 불가능(필자주: 이건 다음에 나올 '중국 음식 메뉴읽기'를 기대하시라).

둘째. 무서워서...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음식을 주문해야 한다는 두려움.

셋째. 더러워서... 맞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현재 우리 기준 이하 이긴 하지만 바로 십 몇 년 전 또는 몇 년 전 한국의 모습입니다. 누가 그 당시 한국 또는 한국 음식이 더러워 어쩌고 했다면 분노했을 겁니다.

넷째. 한국 음식만 먹어봐서... 맞습니다. 남의 나라 음식 먹어 준다는 건 거대한 도전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몇 년 걸쳐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도전해 봅시다. 도전하는 사람만이 다른 경험, 다른 이해, 다른 문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섯째. 화학 조미료... 이번에 만난 이스라엘 여군 출신 아가씨도 열심히 유스호스텔 중국인 직원에게 'MSG'때문에 중국 음식을 안 먹는다고 열심히 설명하더군요. 한국인이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이중 한두 가지는 해당할 겁니다. 자! 두려워 마시고 저와 같이 중국 식당에 들어가 보시죠.

첫째. 문을 열고 들어간다. 쉽지요?

▲ 계림장거리버스역 근처의 패스트푸드겸 점심 전문식당
ⓒ 최광식
둘째. 의자에 앉는다. 쉽지요?

▲ 보통 원형탁자 좌석은 길수인 '8'개를 준비합니다.
ⓒ 최광식
셋째. 메뉴를 본다. 메뉴가 없으면 갖다 달라고 하세요. '차이딴(采单-菜單-cai4dan1)'이라고 하시면 됩니다.

▲ 제가 즐겨가는 우리집 근처 '신강요리집메뉴'입니다. 싸고 맛있고, 좀 지저분합니다.
ⓒ 최광식
넷째. 아는 요리를 손가락으로 집는다. 아는 요리가 없으면 아무 거나 찍는다.

▲ 점심이라고 하는 가벼운 식사 15원쯤 나왔습니다.
ⓒ 최광식
다섯째. 먹고 나서 계산하고 나온다.

▲ 제가 먹은 건 '소고기볶음밥(5원)'이고 위가 '계란볶음밥(3원)' 중간이 '기혈보충 닭국(6원)' 입니다.
ⓒ 최광식
헉. 돌 집으신 분들 어서 돌 놓으세요. '메뉴읽기'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어허~ 돌 놓으시라니까! 아직도 들고 계시군요. 아직 안 끝났으니 분노를 푸세요.

중국 음식은 크게 광동요리, 상해요리, 북경요리, 사천요리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먹을 수 없다' '먹을 수 있다' '먹을 만하다' '또 먹고 싶다' 네 종류로 나누어집니다. 또 같은 요리라도 지역, 계절, 주방장에 따라 정말 다른 맛이 나옵니다. 제가 중국에서 먹어 본 자장면은 거의 열 번이 넘는데 열 종류로 분류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중국 음식에 대한 공부는 정말 학사 학위 딸 정도 수준으로 공부를 해야 되기 때문에 간단히 중국 여행시 필요한 부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소에 따라 분류하자면 '길거리 좌판이나 포장마차' '쾌찬' '전문식당(면, 만두(교자), 점심)' '일반 식당'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혼합된 경우도 많아 좀 억지스럽기는 합니다.

좌판이나 포장마차는 제가 즐겨 가서 먹는 곳입니다. 재미 있는 것이 많이 있지요. 주로 꼬치를 굽거나 튀기는 곳이 많은데 저는 이번 여행에서 돼지껍데기 꼬치도 먹어봤습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드셔 보시길... 보통 꼬치 하나에 0.2원~ 2원 정도로 정말 싸고 다양하게 있습니다(필자주 : 2005년 2월 기준 중국원 1원= 한국원 130원(팔때 기준)).

▲ 배낭여행객들의 영원한 간식 겸 술안주 양로우추알, 보통 1원 3~4꼬치, 봉황고성 그리고 계림에서는 1원 받더군요. '바·가·지!'
ⓒ 최광식
▲ 계림 근처 좌판
ⓒ 최광식
쾌찬은 배낭 여행객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많이 들리는 곳이지요. '콰이찬(快餐-快餐-kuai4can1)'이라고 하는 중국식 패스트푸드입니다. 보통 고기(생선) 요리와 채소 요리를 가격에 따라 받고 있습니다. 가격은 보통 고기 요리 하나, 채소 요리 둘에 밥해서 3~5원 정도입니다. 고기 요리나 채소 요리가 추가되면 1, 2원씩 추가되는 형태입니다.

▲ 콰이찬의 메뉴입니다. 3원에도 한끼식사 가능, 세상에 계란볶음밥을 5원이나 받는군요.
ⓒ 최광식
전문식당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만, 면요리(중국에서는 '면'은 요리에 안 넣어 주더군요), 만두(중국 만두는 속이 없는 만두이고 보통 교자를 의미합니다), 해산물 등 전문적인 요리집도 많이 있습니다.

▲ 짜장면(4원), 튀긴만두(교자, 5원)
ⓒ 최광식
일반 식당은 정말 메뉴 읽기가 필요한 곳으로 다음 지면에서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북경' '사천' '광동' '호남' '신강' '동북' 이런 식의 지역 음식이 많이 있습니다.

▲ 북방교자와 란주라면
ⓒ 최광식
자! 이제 중국 음식 아니 중국 식당 문 열고 들어가시는 것이 조금은 가벼워지셨나요?

산동 유방에서 중국배낭여행전문가를 자처하는 살·찐 기마민족 자티 올림!

덧붙이는 글 | '인터넷 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과 중국배낭여행동회('http://
www.jalingobi.co.kr)'에도 동시에 올리고 있습니다.

중국어는 '한국발음(간자-번자-중국발음)' 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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