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3대 수비형 미드필더로 통하는 김남일(전남), 김상식(성남), 김진우(수원). 모두 거칠고 몸싸움이 뛰어난 선수들인데다, 상대팀 공격 차단에 능한 선수들이다. 팀 내에서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몇년간 K리그에서 소속팀의 중원을 튼튼히 지켜왔다.

그들 중에서도 1999년에 프로 첫 해를 보낸 뒤에 2004년까지 6시즌 동안 성남과 광주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김상식은, K리그에서의 맹활약을 통하여 국가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물론 이번 국가대표팀의 미국 전지훈련에도 참가했다.

그러나 김상식에게는 3~4년전부터 지금까지, 일부 축구팬들에 의해 부정적인 수식어가 하나 따라붙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 SBS TV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었던 일본 만화 '카드캡터 체리'. 그런데 이것이 김상식을 향해 '카드캡터 상식'으로 변형된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카드캡터'로 줄이기도 한다. 왜 그런 것일까?

 김상식
ⓒ 대한축구협회
지난 2000년 12월에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A매치 일본전. 라이벌 일본과의 경기였기 때문에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수비수로 출전한 김상식은 경기 도중에 상대팀 공격을 차단하려다 레드카드를 받았다.(당시 이 판정은 국내에서 논란이 많았다.)

김상식의 퇴장은 2001년 9월 나이지리아와의 1차 A매치 경기에서도 벌어졌다. 이 경기에서도 수비수로 출전한 김상식은 경기 도중에 불필요한 반칙을 범하여,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당했다. 그리고 '카드캡터 상식'이라는 수식어가 본격적으로 붙기 시작한 것이다.

약 한달 전인 작년 12월 19일 독일과의 A매치 이전, 축구팬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축구 사이트에서도 '카드캡터 상식'이라는 단어를 게시판 상에서 볼 수 있었다. 김상식은 카드가 많은 것이 단점이다, 김상식은 '카드캡터' 다, 등을 비롯하여 김상식의 카드와 관련된 부정적인 글이나 덧글들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카드캡터 상식(또는 카드캡터)'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김상식의 K리그 경력을 살펴보면, '카드캡터'라고 단정짓기 어렵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6시즌 동안 출전한 204번의 경기에서 단 한번도 레드카드로 퇴장당한 경력이 없다.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적은 있지만 반칙으로 퇴장당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국가대표팀에서 퇴장당한 경력이 있지만, 200번 넘게 출전한 K리그 경기에서는 없었다. K리그를 통해 볼때 김상식은, 국가대표팀 일부 경기에서 퇴장당한 것 때문에 붙은 '카드캡터'로 불리기 어렵다.

김상식이 K리그에서 옐로우카드(경고카드) 받은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카드캡터 상식'이라고 비난하기 힘들게 되었음을 입증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5번 이상의 옐로우카드를 받았지만, 2003년에 4번으로 줄었다. 그리고 2004년에는 단 2번에 그쳤다. 최근 K리그에서 옐로우카드 2번 받은 선수를 '카드캡터 상식'으로 비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상식의 구체적인 포지션은 홀딩맨이다. 수비를 전문적으로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인 홀딩맨은, 상대팀의 공격을 끊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04년까지 9시즌 동안 수원을 K리그 명문으로 도약하는데 뒷받침한 홀딩맨 김진우는 K리그 통산 반칙 1위를 기록중이나, 아직까지 반칙으로 퇴장당한 적은 없다. 그 정도로 카드관리가 뛰어나다. 김상식도 퇴장당한 적이 없다. 또 옐로우카드 횟수도 줄었다.

김상식은 2000년 일본전과 2001년 나이지리아전에서 수비수를 맡았다. 그렇다면 김상식은 수비수를 제대로 소화할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김상식은 2003년에 광주 주전 수비수로서 맹활약 펼쳤다. 당시 광주에서 주전 수비수를 맡을만한 선수들이 부족해서, 수비형 미드필더 김상식이 수비수로 내려간 것이다. 김상식은 김영철(성남), 김대건(전북)과 함께 3백 라인을 맡아, 왼쪽 수비를 튼튼히 지켰다.

'카드캡터 상식'으로 불리는 김상식이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퇴장당한 것은 최근 경기가 아닌, 3~4년전의 일이다. 김상식의 K리그 경력을 살펴봐도, '카드캡터 상식'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최근까지도 일부 축구팬들에 의해 불리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

김상식은 K리그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이자, 앞으로 국가대표팀의 붙박이 주전을 굳힐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카드캡터 상식'이라고 부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물론 특정 선수를 향한 근거없는 비난은 충분히 문제 있다. 김상식은 '카드캡터'가 아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엑스포츠뉴스(http://xportsnews.com)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저의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pulses.do)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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