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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류비셰프라는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해내지 못한 영역을 정복했다고 평가받는 남자다. 나폴레옹이나 히틀러의 정복이야기도 이 남자 앞에서는 빛이 바랜다. 이 남자는 '시간'을 정복했기 때문이다. 밑 빠진 항아리에서 물이 새듯 마구 흘러가버리는 시간도 이 남자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어떤 비법을 갖고 있었기에 그랬던 것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한다. 일찍 일어나기, 수면시간 줄이기, 메모기술 이용하기, 속독하기,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기 등 사람들은 어떻게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급급하고 있다.

시류를 반영하듯 서점에도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에 대한 책들이 수 없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효과가 있을까? 류비셰프를 만나본다면 이런 실용서들이 언급하는 것들은 상당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상적인 효과만 얻게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을 관리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류비셰프에게는 '시간통계방법'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 것은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아주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신의 시간을 기록하면 된다. 그리고 통계를 낸다. 그러면서 그것을 토대로 쓸모없는 시간을 줄여나가면 된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체중계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매일매일 눈으로 확인을 해야 효과가 있다는 뜻인데 시간통계방법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류비셰프는 모든 것을 기록해서 하루하루의 시간을 기록했다. 어설프게 15시간을 일했다고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쉬는 시간, 일한 시간, 자료 찾는 시간 등을 분 단위로 꼼꼼히 나누어 기록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류비셰프의 방법은 효과적으로 보인다. 그 남자에게는 누구도 그런 방법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 스스로가 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든 것이고, 실제로 그 효과는 수많은 실용서들이 언급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것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그는 평생을 거쳐 그 방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시간을 정복했다는 평가를 얻게 됐다.

사실 이 방법은 아주 기초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급기술을 찾아볼 요량으로 다른 것을 찾아보지만 사실 기초적인 것이 왕도인 경우가 많다. 철학자 드러커도 <목표를 달성하는 경영자>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1년에 2회 이상 3∼4주일간 계속적으로 시간을 기록하며 결과를 점검하라는 충고가 바로 그것이다.

시간을 기록한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어떤 업무를 했고, 어떤 책을 읽었으며, 누구를 만났고, 어떤 것을 위한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를 기록하는 그 과정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한 분명한 답이 되기도 한다.

시간을 정복한 류비셰프. 그는 '시간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귀감으로 여겨질 자격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전기이기도 하지만 시간통계방법을 자세히 기록한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는 어떤 실용서보다 가치 있는 충고를 건네주고 있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지음, 이상원.조금선 옮김, 황소자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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