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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오씨는 "죄도 없는 네 살 짜리 아들을 불법 감금한 이유에 대해 해명하라"고 정 의원에게 공개 질의했다. 황씨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반 인륜범죄라는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공안검사 출신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국회 간첩암약설' 주장에 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이 '고문조작론'으로 맞대응하면서 논란이 계속 되는 가운데 과거 공안정권에 의해 저질러진 간첩조작 사건과 인권유린 문제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철우 의원이 가입했던 이른바 '민족해방애국전선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 고문조작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언과 당시 안전기획부 수사차장보였던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고문수사와 간첩조작 사건을 지휘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안기부가 부인과 어머니, 네 살짜리 아들 등 가족을 20여일간 불법 감금한 채 가혹행위를 했다 ▲정형근 의원이 2000년 보좌관을 보내 가족들에게 저지른 가혹행위 사실을 증언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정 의원이 17대 총선 전 두 차례 전화를 해서 한나라당 입당권유를 했다 등 충격적인 증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황인호(48·학원강사)씨를 직접 만났다.

"정형근 의원 거짓말하고 있다... 고소하겠다"

황씨는 92년 당시 일명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총책으로 알려진 인물. 황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내내 "중부지역당 사건은 안기부의 고문수사로 조작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씨는 당시 고문수사와 간첩조작 사건의 지휘자로 정형근 의원을 지목하고 공개해명을 요구했다.

황씨는 또 정 의원이 한나라당 입당을 권유한 적이 없다고 계속 부인하거나 공격해오면 입당을 권유했던 또다른 한나라당 유력인사 이름도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 기말시험이 끝나는대로 정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하겠다고 덧붙였다. 내년 대학을 졸업하면 당시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 진실을 밝히겠다는 뜻도 밝혔다.

황씨는 최근 논란이 된 이철우 의원은 일면식도 없었고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부지역당 사건 수사를 받을 때 정 의원에게 '성기고문'을 당했다는 양홍관씨도 이름만 들었을 뿐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운동가들은 보이스카웃 대원처럼 선서하거나 사교처럼 비밀스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며 주성영 의원의 '이철우 의원 김일성 초상화 선서' 주장을 일축했다.

"수구·공안세력의 용공조작 노름을 끝내기 위해 발벗고 나서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황씨는 "하지만 사건이 재론되면서 고통스런 기억이 되살아나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왜곡·조작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은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문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다시 고통을 겪지 않도록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17일 경기도 부천에서 이뤄진 황씨와의 인터뷰 전문.

"네 살 짜리 아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20일이나 가뒀는가"

▲ 황씨는 정 의원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황씨가 사업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허위사실이라며 정 의원을 12월 중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옥중수기(97년 8월) 발간에 안기부(현 국정원)가 개입, 김대중 당시 민주당 총재를 중부지역당 사건과 연루시키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는데 다른 공작 사례는 없었는가.
"안기부 수사관이 여러 차례 교도소에 찾아와 권운상(작고·<녹슬은 해방구> 저자), 권오창(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상임대표), 양연수(빈민운동가·민주노동당 종로구지구당위원장), 통일사회당 관계자 등 운동권 인사들을 들먹이며 우리 사건과 엮으려고 집요하게 시도했다. 이들의 협조 요구를 거부하자 수사관들은 할 수 없이 사건조작을 포기했다. 92년 대선에서 사건을 만들어 재미를 봤던 안기부가 97년 대선에서 또 다시 써먹으려고 했던 것 같다."

- 정형근 의원뿐 아니라 공천심사에 관여한 한나라당 유력 인사가 한나라당 입당을 권유했다고 주장했는데, 노동운동가 출신 의원이 아닌가.
"지금은 언급할 때가 아니다. 정 의원이 입당을 권유한 적이 없다고 계속 부인하거나 공격해 온다면 단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사실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지만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뒷북치는 것 같아 당분간 미뤄둘 생각이다."

- 정형근 의원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황인오) 입당을 권유한 적은 없고 황씨가 출소 직후 자기 사업과 관련해 부탁을 해왔으며 그에 관한 결과를 설명해 주기 위해 전화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석방된 뒤 사업을 시도한 적이 전혀 없다. 2001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해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학원강사를 하는 바쁜 처지인데 어떻게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정 의원에게 묻고 싶다. 정 의원은 '황인오가 북한을 네 번이나 갔다왔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며 공작원 수준의 발언이다. 기말시험을 마친 뒤 정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하겠다. 뭐가 뭔지 모르고 함부로 주장하는 정 의원의 행동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 안기부가 네 살 짜리 아들, 부인, 어머니를 불법 감금했고 가혹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안기부가 공안사건과 관련된 가족들을 감금·고문하고 징역을 살리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자행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가족들도 고초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안기부가 어린 아들을 비롯해 가족들을 20일 동안 감금했다는 것을 알고도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몰라 불안하고 고통스러웠다. 수사관들은 아들이 보는 앞에서 아내에게 갖은 폭력, 폭언, 협박을 일삼았다. 뿐만 아니라 안기부, 검찰, 재판부는 어머니와 아내를 불고지죄로 조작해 감옥살이를 하게 했다. 내년 대학을 졸업한 뒤 재심을 청구해 진실을 밝힐 생각이다."

- 정형근 의원이 보좌관을 보내 가족에게 행한 가혹행위를 폭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는데.
"지난 2000년 서경원 전 의원이 고문·용공조작 폭로 기자회견을 연 다음 날, 정형근 의원이 박모 보좌관을 나에게 보냈고 프레스센터에 있는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 보좌관은 가족들에 대한 고문을 증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다음날 정 의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증언하지 않아 고맙다, 정치할 생각이 있으면 도와주겠다, 내가 공직에 있는 한 황 선생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능력껏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 황씨는 "한나라당이 야당을 하면서도 간첩을 만드는데, 여당을 하면 어떻게 될지 누구보다 국민이 더 잘 알 것"이라며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에 의해 신공안정국 조성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양홍관씨 만난 적 없고 이철우씨 일면식도 없다"

- 정형근 의원이 '성기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한 양홍관씨를 고소했는데 황인오씨도 고소하지 않겠는가.
"안기부에서 고문을 자행했기 때문에 사실을 부인하면서 당장의 위기를 피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밝혀질 것이며 정 의원의 반인륜 범죄와 거짓이 드러나면서 파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한나라당 입당을 권유한 것 등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부인은 할 수 있어도 고소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정 의원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 무엇을 묻고 싶은가.
"▲죄도 없는 네 살 짜리 아들을 감금한 이유 ▲박모 보좌관을 보내 가족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증언하지 말아달라고 한 이유 ▲2000년 1월과 2월 전화해 입당권유를 한 사실 ▲내가 사업을 부탁했다고 주장한 것 등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하라. 특히 네 살 짜리 어린 아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불법으로 감금했는지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 민주노총 등이 고문의 배후조종자로 정형근 의원을 지목하고 국회에서 제명, 구속수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데.
"지난 80년과 83년 남영동 공안분실에 끌려가 고문기술자 이근안과 그 일당에 고문을 당한 적이 있다. 그들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분노하기보다 역사가 심판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안기부를 떠나서까지 색깔공세에 이용하기 위해 우리 사건을 재탕, 삼탕하며 나와 동생을 괴롭혔다.

지난 93년 재판 과정에서 동생(황인욱)이 집행유예로 나가는 사람에게 쪽지를 줬는데 '밀서를 내보내 조직복원을 시도했다'고 언론에 대서특필 하도록 했다. 쪽지에는 '안기부가 사건을 왜곡·조작하고 있으니 이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동생은 쪽지에 수양 어머니(홍승연 방송작가), 수양 어머니와 친분 있는 당시 정연주(지금 KBS 사장) 한겨레 미국 특파원 등에게 진상규명을 부탁했는데 이를 간첩 잔당과 교신하려 했다고 왜곡했다."

- 중부지역당 사건이 안기부에 의해 조작됐다고 주장했는데, 이철우 의원과는 어떤 관계였는가.
"안기부에서 취조 당하면서 수사관들에 의해 '중부지역당'이 만들어졌다. 나는 '중부지역당'을 작명하거나 그 이름으로 활동한 적이 없다. 양홍관씨는 이름만 들었을 뿐 직접 만난 적이 없었고 이철우 의원은 일면식도 없었으며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다."

"운동가에게 김일성 초상화나 인공기 앞 선서 있을 수 없는 일"

▲ 황씨는 "안기부에 의해 '간첩', '빨갱이'로 지목된 것보다 운동권에 의해 '프락치'로 몰린 것이 더 괴로웠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이철우 의원이 당시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충성맹세를 했다고 주장했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보이스카웃 대원처럼 선서하거나 사교(邪敎)처럼 비밀스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 내적 결단과 자발성을 갖고 참여하는 운동가에게 김일성 초상화나 인공기 앞에서 선서를 하도록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념공세를 가하기 위해 엉터리 주장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나라당이 '이철우 의원 간첩암약설'을 주장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는 형국인데.
"국민들이 현명해졌고 낡은 색깔론은 수명을 다했다. 한나라당이 12년이나 지난 사건을 재탕, 삼탕하며 부관참시하려고 했지만 국민들의 냉정한 심판에 의해 실패하고 말았다. 한나라당은 야당을 하면서도 간첩을 만드는데, 여당을 하면 어떻게 될지 누구보다 국민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철우 의원 간첩 암약설' 사태로 인해 과거 사건이 재론되면서 힘들 텐데.
"악몽을 잊기 위해 애를 썼는데 이번 사태가 시작되면서 고통스런 기억이 다시 살아났다. 누군가의 고통을 통해 반사 이익을 노리는 수구·공안세력의 용공조작 노름을 이번에는 끝장내기 위해 발벗고 나서겠다고 마음먹었다. 반인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없애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 오충일(국정원 과거사진실규명 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과 정형근 의원의 관계에 대한 우선 조사 방침을 밝혔다.
"고문에 의해 왜곡·조작된 사건을 제대로 밝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실을 밝혀내기보다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 피해자와 가족들이 또 고통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진상규명 과정에서 고문을 당한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또 다시 고통을 겪지 않도록 배려해주길 바란다."

- 당시 간첩단 사건으로 운동권 내부에서 '프락치'로 몰리는 등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안기부에 의해 '간첩', '빨갱이'로 지목돼 고문을 당하고 감옥살이를 한 것은 견딜 수 있었지만 운동권에 의해 '프락치'로 몰린 것은 너무 괴로웠다. 우리 사건이 안기부에 이용되면서 대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과 원망을 들었다.

물론 그렇게 주장한 사람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당시 정세를 올바로 판단하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한 것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느끼고 반성했다. 오해를 풀어달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간첩과 프락치라는 오명에서 이제 벗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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