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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얼마 전 국민 10명 당 한 명이 먹고 살기도 힘든 최저빈곤층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그러나 10명당 한 명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하게 된다. 겉으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정말로 힘겹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 동네에도 경매로 쫓겨나는 사람, 단전 되어 어둠 속에서 사는 사람, 가스가 끊겨 난방이 안 되는 차가운 방에서 살고 있는 사람, 매 끼니 걱정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도 여기 속한다.

 


음식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불황 때문에 장사하기 힘들다고 단체 시위하는 장면을 보면서 자영업자인 나도 마음이 답답해져왔다. 지금 음식업종뿐만 아니라 모든 영세 자영업자들이 장기불황에 힘겹게 견뎌가며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나는 속옷 가게를 하고 있는데 먹고살기 힘든 마당에 속옷이 팔리겠는가. 임대료조차 나오지 않는 가게를 붙들고 앉아 긴 한숨만 뱉어내고 절망에 빠져 우울해지고 몸도 자꾸 아파온다.밤이면 이 걱정 저 걱정에 잠들기 힘들고 설치기 일쑤며 어쩌다 다행히 잠들면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워 눈을 뜨고 싶지 않다. 그나마 밤이면 어디서든 재촉하는 전화는 오지 않을 것이기에 편하지만 아침이면 그때부터 여기저기 재촉하는 전화로 스트레스를 받아 전화 노이로제까지 생길 정도니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니다. 마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 같은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자꾸만 무너져 내리는 나약한 나를 보며 또 절망하게 되고 우울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다.계속 절망에 빠져 있다가 어느 날 문득 내가 지금 이래서는 안 되지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지금 이렇게 내가 무너지면 안 돼! 이럴수록 더 정신 차리고 일어나야해!"가슴 속에서 울리는 처절한 외침을 들으면서 용기를 가져보려고 노력했다.

 


지난 10일 그 날은 전기요금을 납부하는 날이었다. 이번 달에 안 내면 바로 전기가 끊길 상황이었다. 가게 전기요금인데 3개월 치가 밀려 있는 상황이었고 집의 도시가스는 지난 1월부터 장기 미납으로 5월에 끊긴 상태였고, 집 전화는 발신수신이 정지돼 15일까지 해결하지 않으면 해지될 상황이며, 가게 전화는 발신이 정지된 상황이다.내일이면 추워진다는데…, 이번에 전기요금 안 내면 끊길 텐데…, 누가 가게에 와서 카드로 물건을 사면 어쩌지? 카드 체크기가 안 되는데…. 막막한 상황에 가슴만 답답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든 해결해야 했다.

 


쥐도 막다른 골목으로 쫓기면 덤빈다고 했던가? 급해지니깐 용기를 내서 해결 방법을 찾으려 애를 쓰게 된다. 간신히 내가 마련한 돈은 60만원이다. 도시가스요금이 56만원 정도인데 그것 해결하고 나면 더는 다른 것은 해결할 수가 없다.가게전기요금 3개월분이 40만원 정도…, 가게전화요금 2개월분이 9만원 정도…, 어떻게 해결을 할까? 고민 고민하다가 마음을 모질게 먹고 도시가스회사로 전화를 했다. 사정 이야기를 하면서 일부만 납부할 테니 가스공급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담당자가 워낙 장기미납이라 완납을 해야 하며 완납을 해도 보증금 30만원을 내야 개통시켜 주는 게 원칙이라 한다.

 

완납만 해도 개통시켜줄테니 완납하라는 말에 내가 쉽게 마련할 수 있는 것이라면 지금까지 장기미납으로 있지도 않을 것이며 지금 가게가 너무 안 돼 힘든 상황에서 그나마 40만원을 마련했으니 선처를 베풀어주면 좋겠다고 거듭 부탁을 했다.담당자가 열흘 후에 나머지를 완납하라는 조건에 일단 40만원으로 도시가스를 해결하고 나니 이제 수중에 20만원이 남는다.둘째로 전기요금을 해결해야 한다. 마감일인 오늘이 지나면 전기는 끊길 것이고 그러면 가게는 열 수도 없을 것이고 단전이 된 후 다시 연결하려면 3개월분을 다 내야 한다. 하지만 마감일까지는 2개월분만 내도 보류가 된다는 것을 몇 번 미납하면서 알게 됐다.하지만 지금 나는 1개월분밖에 해결할 수가 없다. 다시 용기를 내어 한전에 전화를 해서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담당자는 최소 2개월분을 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부탁을 거듭하였더니 그러면 이번에만 1개월분을 납부하라는 말에 얼마나 고마운지 전화기를 들고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이제 남은 돈은 8만원. 이제 전화를 해결해야 한다. 전화국에 전화를 해서 1개월분만 낼 테니 발신정지를 풀어달라고 하였더니 이번에는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전화요금 1개월분 5만원을 보내고 나면 내 수중에는 달랑 3만원이 남는다.이것이 가게를 하는 사람의 주머니 속이란 말인가? 언제부터인가 빠진 물건조차 채우지 못하게 되면서 막상 물건이 없어서 못 팔게 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비운 공간을 바라보는 마음은 정말 쓰리고 아프고 속상하다.손님이 찾는 물건이 없어 "물건이 이렇게 없어"라고 한마디 하고 갈 때 그 말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상처로 남는다. 아마도 장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손님은 텅텅 빈 가게를 보면서 "폐업해요?"하고 묻는데 그 땐 정말 그냥 울고 싶어진다.그래도 오늘 3가지를 해결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기운이 생긴다. 그동안 가스가 끊겨서 휴대용 버너에 물을 끓여서 쓰고 추울 때엔 전기장판을 깔고 아이들을 재우면서 제발 이 밤에 감기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조마조마하게 살아왔는데 이젠 따뜻한 방에서 아이들을 재울 수 있게 되었고 따뜻한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야 하면서 나를 위로하게 된다.

 


가스가 끊겨 있는 동안 일찍 일어나 버너로 물을 끊이면서 아이들한테 얼마나 미안했던가? 불편함이 많았는데도 여고 2학년인 딸과 초등학생인 아들, 모두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해하고 한 번도 불평불만 없이 잘 견뎌주지 않았던가?더구나 고 2학년인 딸아이는 제 할일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지금 또래의 친구들은 학원에 과외에 그 뒷바라지가 대단한데 나는 뒷바라지도 제대로 못해주고 있다. 하지만 혼자 열심히 공부하여 고맙게도 상위권을 유지하며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하여 열심히 살고 있다. 딸아이의 이런모습이 내게 가장 큰 격려와 힘이 되어주고 있다.나는 힘들어서 자꾸 지치고 절망에 빠져들면 딸아이는 엄마보다 더 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나를 위로해 주었다. 비록 아이엠에프 때 부도로 하던 사업을 접고 지금은 힘겹게 가장 구실을 다하려고 애쓰는 남편과 밝은 아이들이 있는데 내가 마냥 절망에 빠져있을 수만은 없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세상은 원래 만만한 곳은 아니라고 하지만 요즘은 너무 힘들고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나는 다시 처진 어깨를 추슬러 본다. 내게는 그래도 이렇게 함께 해주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으니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보게 된다.넘어지면 일어나리라! 또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리라! 그래도 넘어지면 두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씩씩하게 닦고 다시 또 일어나리라!

덧붙이는 글 | 절망은 절망을 낳고 희망은 희망을 낳는답니다. 지금 힘들어하는 사람들 모두 용기를 가지세요! 희망을 잃지 마세요! 무엇이든 해보려고 노력하다보면 살 길이 있을 것이라고 함께 믿으며 열심히 살아요!


태그:#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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