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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보 김기창의 친일 작품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는 '적진육박'
ⓒ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1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운보 김기창(1914~2001)의 작품 '적진육박'을 최초로 일반인 앞에 선보였다. 이 그림은 대검을 끼고 적진에 돌진하는 병사를 묘사한 그림이다.

<매일신보>에 실린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의 삽화와 식산은행 사보 <회심>에 실린 '총후병사' 등에 이은 '적진육박'은 운보의 친일행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민족미술인협회 등이 공동주최한 이번 전시회에는 운보의 작품이외에도 이완용, 박득순 등 친일미술인 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반면 충북 청원군은 지난 2일부터 최근 문을 연 문의 문화재단지 내 대청호 미술관 개관 기념으로 '운보 김기창 부부 특별전'을 열고 있다. 11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에서는 '바보산수', '독수리' 등 운보의 작품 19점을 비롯해 부인 우향 박래현의 작품과 유품 140점 등 모두 180점이 전시돼 있다.

친일 혐의가 짙은 한 화가에 대해 '서로 다른' 두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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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충북지부 등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운보의 친일행각을 들어 충북 청원군의 전시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역사정의실천협의회(대표 정진동)와 민족문제연구소 충북지부(대표 김진한) 등은 최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국민의 혈세로 지어진 대청호 미술관에 첫 행사로 친일화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청원군의 행태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친일작가의 작품 전시를 주관한 청원군수의 각성과 관련 과장은 퇴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원군 문화공보실 관계자는 "군내에 '운보의 집'이 있는데다 훌륭한 예술인으로 평가받고 있어 부부회고전으로 기획한 것"이라며 "개인적 삶과 연계하기 보다는 작품과 예술로만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시민단체의 논리대로라면 운보 선생이 그린 만원짜리 지폐부터 바꿔야 하지 않겠냐"며 "예정대로 계획된 오는 11일까지 전시를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 충북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대청호미술관앞에서 운보 작품 전시회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민족문제연구소충북지부
이에 따라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6일 오후 청원군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대응 수위를 한층 높이기로 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충북지부 관계자는 "일제시대 온갖 특혜를 누린 화가를 훌륭한 화가로 추대하고 친일행적과 예술은 별개라는 청원군의 몰역사적인 인식에 분개한다"며 "관리 소홀로 단재 신채호 선생의 무덤을 파헤쳐지게 하더니 이제는 친일화가를 기념하냐"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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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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